성당마을 포구에서 맞은 새벽과 일출
그것은 감동입니다
지난 저녁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일주일내내 쌓였던 피곤함도 있었지만, 내일 아침 포구에서 이른 아침을 맞고 싶었거든요. 알람 맞춰놓고 아침에 소리를 듣자마자 일어나서 정리하고 6시50분 정도에 포구로 나왔습니다. 벌써 앞에 걸어가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강가의 새벽풍경 혹시 상상이 되시나요... 새벽~ 산에서 맞을 때와 바다에서 맞을 때 그리고 강가에서 맞는 그 분위기는 각기 다릅니다. 어쩌다보니 세종류의 새벽을 다 경험해 보았지만, 어느 것이 더 멋지고 어느 것이 덜하다 비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모두 그곳만의 분위기 색깔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맞는 새벽풍경은....흠..새벽이란 시간대가 선명하고 분명한 때가 아니라서인지 그 잔잔하고 은은함, 약간은 애잔함까지 느껴지는 그 본연의 분위기를 어찌 표현해야 할까요.
한지에 물이 스며들어가는 것 같은 새벽 공기가 그렇게 내 속으로 빨려들어옵니다.
성당포구의 아침 풍경도 그렇습니다.
연무가 낮게 깔려 희뿌연듯한 느낌이 마치 뽀샤시 기법으로 내 눈앞에 필터를 하나 끼워놓은 것 같이 보입니다. 멀리 보이는 나트막한 산들이 허리춤에 연무를 두르고 서있는 모습, 강가 짙었던 물색과 갈대들이 희뿌옇게 부르러워져 있는 모습이...저절로 감탄을 쏟게 합니다.
강둑을 천천히 걸어봤습니다. 보는 것마다 셔터를 누르고 싶은 맘을 누르고 그냥 그속에서 천천히 걸어보았습니다. 온전히 이 아침을 맞고 싶었거든요. 그리곤 조금 후 저 동쪽하늘 산능선 구름이 걸린 사이로 붉은 기운이 삐죽이 올라왔습니다.
헉~ 일출이다...구름이 깔려 못보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조금이나마 붉은 얼굴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강과 산과 갈대까지 어우러진 포구의 일출도 정말 아름답다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오늘 아침은 정말 행복합니다.
성당포구마을 혹시 들어보셨나요.
저도 이번 익산 여행을 통해서 첨 가본 작은 마을인데요. 이 마을은 서쪽으로 금강에 접해 있구요. 고려에서 조선 후기까지 세곡을 관장하던 성당창이 있던 곳이라 성당포(聖堂浦) 혹은 성포(聖浦)라 불리던 곳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전통적인 포구마을의 역사를 그대로 담아낸 벽화와 황포돛배, 금강의 생태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테마체험마을로 가꾸어가고 있었습니다. 67여가구가 살고 있는 마을이구요. 전날 이곳에서 민박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게 단장된 민박집이어서 체험프로그램과 함께 숙박을 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숙소에서 6시50분을 넘겨 나왔어요. 민박집이랑은 5분채 안걸리는 곳인데요. 저보다 먼저 일어나셔서 앞서 걸어가시는 분들이 있네요.저녁에 술도 많이 드셨을텐데 참 부지런하신 분들이죠. 저기 왼쪽에 보이는 은행나무가 전북 기념물 제 109호인 성당면의 은행나무입니다.수령은 대략 400~500년 정도로 잡고 있다네요.
400여년이 넘도록 이 자리를 지켜주면서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무사함을 빌때마다 그 기원을 묵묵히 받아들였을 은행나무입니다.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저녁에 봤을때는 조금 어두워서 큰가보다 했는데... 앞을 지나가보니 어마어마합니다.ㅎ
마을의 역사를 표현한 130m길이의 벽화입니다.금강 포구 옆 벽면이구요. 이 길을 따라 왼쪽으로 걸어가면 포구에 닿습니다. 마을의 대소사와 황포돛대의 모습도 담겨져 있습니다.
드디어 금강변 아침 풍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아직 해는 뜨지 않은 시각이구요. 안개가 자욱자게 깔려.. 멀리 산들은 윗쪽 실루엣만 보여주고 있어요.그리고 전선도 마치 그림처럼 서 있습니다. 흐릿한 동양화를 보는 듯한 모습입니다.
돛을 달지 않은 배가 강가에 조용히 잠들어 있습니다. 세상의 생명들이 아직 잠들어 있을 시간이라.. 너무나 조용하고 차분한 공기가 보는 사람에게도 전해집니다.햐~ 하는 내 감탄사만 공기중에 떠돌 뿐입니다.
앞서 가신 분들은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시겠다는 뜻이지, 더 높은 곳에서 금강을 보고 싶으셨던 건지 산쪽으로 걸어가시구요.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생각에 강변둑을 계속 거닐고 있습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어디 더 좋은 장소가 없을까 하구요.마을 곳곳에는 전망이 좋은 곳마다 흔들의자를 놓아두었습니다. 이곳에 앉아서 아침과 저녁을 맞으면 정말 행복하겠죠.
동쪽 하늘이 조금씩 붉어지면서 저도 조금 분주해집니다. 어디에서 보면 가장 잘 볼 수 있을까 해서요. 몇분전만해도 구름이 걸려있는 걸 보고 일출은 보기 힘들겠구나 하고 포기하고 있었거든요.이렇게 새벽을 보는 것도 좋다...만족했던 터인데. 한순간 붉은 빛이 강해지기 시작하더니 일출을 보여줄 거 같습니다.
드디로 일출입니다.해가 돋아났죠.. 와~~ 하면서 셔터를 눌러대긴 하는데, 그때 그 감동까지 담겨지지 않아서 안타깝네요.다른분도 계셨는데 서로 말없이 계속 셔터만 누르게 되더라구요.
구름사이로 보이간 했지만 정말 아름답죠.이런 일출 모습은 아무에게나 보여지는게 아닐꺼라 생각합니다. 이 시간에 이 자리에 있다는 것. 내가 찾아온 것도 있지만 찾아왔다고 보여주는 것도 아니니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모르겠습니다. 산에서의 일출, 바다에서의 일출도 있지만 강가에서 맞는 해돋이도 정말 가슴속 깊숙이 남는 순간이란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곧 구름뒤로 숨어버릴 거 같네요. 조금더 보여줘도 될거 같은데 말이죠.
성당포구마을 이장님께서 일찍 나오시더니 이렇게 배 황포돛을 펼쳐놓아 주셨습니다. 강으로 나갈거냐구요? 아니구요. 우리들을 위해서 ... 사진찍으라는 배려입니다. 돛을 펼치고 있으니 또 다른 느낌이네요.육지에서만 살았던 나로서는 돛에 대한 추억이 없지만, 옛날 기억의 한자락이 펼쳐진 듯 해서 보기 좋습니다.
마을에는 세그루의 오래된 나무가 보였는데요. 포구가는 길에 있습니다. 약간 언덕배기에 있던 이 느티나무 멋지죠... 저멀리 정자 사이에 아침해도 걸쳐있구요. 우람한 체구가 저를 압도합니다. 높이가 20m, 둘레 5.5m라고 하네요. 황산벌 싸움에서 부상을 입은 도승이 요양생활을 하는 중에 심은 나무라고 전해지는데요. 매년 그 아래서 성포별신제를 지내곤 한답니다.이장님께서 이곳에서 황포돛대가 이쁘게 보인다고 하셔서 부랴부랴 올라왔는데요.. 전깃줄이 난분분하여 이쁘게 잡히지는 않습니다.그래서 잠깐 흔들의자에 앉아 포구쪽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포구로 향하면서 벽화를 봅니다.벽에 걸쳐 자라는 빨간 담쟁이가 하늘에 걸려있는 거 같죠?
어느새 해가 많이 올라왔네요. 해가 뜨고 나니 분위기가 일몰처럼 느껴집니다.
절정일때는 누가봐도 아침이었는데 말이죠.
어제 저녁무렵 이 강을 가르고 뱃길을 만들며 신나게 달렸던 곳인데, 이렇게 모습이 다릅니다. 탁한 강물이지만 거울처럼 반짝이는 수면입니다.
언제고 금강을 가르며 달릴 배 한척이 금강을 뒤로 하고 멈춰 있습니다. 마치 영영 그곳을 향하지 않겠다는 듯이. 원색의 배와 무채색의 강풍경이 더 잘 어울리는 아침입니다.
갈대에 숨은 아침 해를 두고 이렇게 성당포구에서의 아침은 낮이란 단어로 향하고 있습니다. 나름 이른시간 서둘러 나온 포구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어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이었어요. 포구의 낭만 같은 것은 잘 모르겠지만, 생경했던 포구의 이미지가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한자락처럼 저에게도 간직되어질 거 같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금강의 오랜 역사와 마을의 역사가 한데 어우러져 저 느티나무, 은행나무처럼 깊게 뿌리내려진게 아닌가 싶습니다.
성당포구마을은 황포돛대 체험 이외에도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있다고 합니다. 솟대만들기같은 만들기체험과 농사체험, 배를 타고 생태를 체험하는 것까지....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더욱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거 같구요. 어른들에게는 옛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마을체험이 될 거 같습니다. 이렇게 포구에서 맞는 아침도 놓치지마시구요. 참 그리고 이곳이 고란초 군락지로 유명합니다. 고란초를 관찰해 보실 수도 있겠네요.
황룡산 자락에 위치한 성당포구마을 홈페이지
http://sungdang.go2vil.org/index.html
오시는길
경부고속도로 -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 서논산IC - 23번국도 - 용안삼거리 - 용안사거리 - 706번지방도 - 익산시 성당면 성당리 - 성당마을
*네비게이션 주소 : 전북 익산시 성당면 성당리 425번지
익산시 문화관광
http://www.iksan.go.kr/tour/
다음블로그원본입니다.
http://blog.naver.com/anndam/100093019969
첫댓글 담에 익산에 가게되면 한 번 가봐야겠어요~
네~ 꼭 들러보세요..금강 낙조도 아주 좋다고 하더라구요..우린 좀 약한 낙조여서...ㅎㅎ 라이카님이 대신 담아주세요...*^^*
우와~ 멋집니다. 같은 곳을 봐도 느낌은 많이 다르군요 ㅎㅎ
저도 그런게 참 재밌는 거 같아요. 사람마다 보는 시각도 다르고 결과물도 각기 다르고요...^^
정말 멋집니다~^^ 제가 갔을 때는 해가 많이 올라왔었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역시 부지런하신 마리안님... 느낌이 참 좋아요~^^
감사합니다. 푸른안개님..일찍잔 죄로 일찍 일어냐려고 했습니다..ㅎㅎ 강가의 뿌연 느낌이 참 좋더라구요..
후기 정말 멋져요.. 이곳말고 함라산 포스팅도 봣는데요.. 글도 사진도 이쁘게 잘 담으셨어요..
바람될래님..고맙습니다. 좀더 정성을 들이고 싶은데..밤잠을 줄여가며 하는거라 많이 부족합니다.
사진이 여운이 남는 듯.. 잘 봤어요 .^^
고맙습니다. 여운이 느껴지시나요..^^
사진이 참 깔끔해요~ 멋찐 풍경입니다~~~
그쵸..멋찐 풍경입니다. 나루터의 풍경은 첨이라 전 참 좋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