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겨운 교육부(2)-시도교육청 인센티브 유감
교육부는 언제까지 “돈”으로 시도교육청을 쥐고 흔들 것인가!
지난 월요일에 서울시교육청에서 초중등사무이관 관련 자문단 회의가 있었다. 85개 과제 중에서 몇 개를 폐지하고, 몇 개를 수정보완하고, 몇 개는 유지하겠다는 양적 결과는 전혀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위에 군림하고, 시도교육청은 지역교육청 위에 군림하고, 지역교육청은 학교 위에 군림하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부가 그 많은 권한을 내려놓고 시도교육청에 위임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놀라운 일이기도 하고, 동시에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발의 조짐은 매우 안좋다.
문재인 정부가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으로, 교육부는 고등교육을 담당하겠다고 할 때 가장 환영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장관 특교비(특별교부금)의 대대적인 감축이고, 또 하나는 시도교육청 평가를 통해 돈줄을 쥐고 흔드는 못된 관행이 사라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
먼저, 교육부 장관의 특교비는 특별한 교육적 필요, 혹은 국가 교육시책을 “하달”하기 위해 시행한다. 대표적인 것이 스포츠 강사, 영전강 같은 비정규직 만들기다. 체육 수업 지원을 위한 스포츠 강사든 실용영어교육을 강화한다고 들여온 영전강이든 모두 처음에는 특교로 100% 교육부가 지원하다가 점점 비율을 낮춰서 시도교육청으로 비용을 전가하고, 이들에 대한 고용문제 역시 시도교육청이, 시도교육청은 또 학교가 전담하게 한 악질적 정책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특교 예산의 시행 세목은 또 어찌나 촘촘하신지 쪼개기 예산으로 뭐 하나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를 떠맡은 시도교육청 장학사들은 이 돈을 어찌 쓰나, 어떤 사업이랑 연계해야 하나 전전긍긍하고, 창발성이 없으니 기존 사업에 이름만 바꾸는 형태로 관행적으로 집행되기도 하는 비용이다. 2018년은 특교 예산이 4%에서 3%로 줄어서 내려왔다. 일단 환영이지만, 이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인가, 즉 계속 줄어들 것인가 생각하보면 “암담”하다.
둘째, 시도교육청 평가는 그야말로 모든 시도교육청과 학교를 마름 노릇하게 만드는 첨병이었다. 국가 교육시책을 시도교육청 평가 항목으로 넣고 그에 따라 평가를 하고 순위를 정해서 돈을 주는데 예를 들어 1등 65억, 2등 60억, 3등 55억, 4등 50억, 5등 45억을 주고 그 나머지 순위는 0원을 준다.(특교예산 중 재해비용 남은 것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해마다 금액 변동이 있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주구장창 1등~2등을 다투던 교육청은 어디일까, 바로 대구, 울산 교육청이다. 그렇다면 이 교육청이 특별히 훌륭하고 민주적으로 학교운영을 잘해서 그런 것일까? 답은 뻔하다. 대구의 교사들로부터 들은 이야기, “학교 스포츠 클럽” 참여도가 평가항목이면 하지도 않은 아이들을 다 했다고 하고, 학생들의 도서대출 권수가 평가항목이면 도서관 사서가 빌리지도 않은 책을 대출증에 찍어서 비율을 높이고, 학생체력측정 등급이 평가 항목이면 50미터 달리기를 40미터로 줄여 놓고 뛰게 하고, 4-5등급 아이들을 학교당 10명 미만으로 보고 하라고 노골적으로 담당자를 쫀다는 것. 교사로서 자괴감이 들지만, 다들 그렇게 하니까 점점 무뎌진다는 거다.
그야말로 교육이 아닌 거짓을 통해 높은 등급을 받고 돈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교육부가 초중등 사무이관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있으면서 이 시도교육청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육부(혹은 담당자)의 입장이 그렇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도 “돈줄”을 쥐고 시도교육청을 쥐락펴락하려고 한다니,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왜냐, 관료들은 그대로니까... 시도교육청 평가를 할 수는 있다. 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치사하게 돈으로 장난치는 것은 정말 아니다. 해마다 거의 60억에서 50억씩을 받은 대구나 울산교육청은 그 돈으로 뭐를 했을까? 들은 이야기가 있지만 생략하겠다. 교육부는 돈으로 시도교육청을 좌지우지하려는 생각을 접길 바란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