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대요리 문답 161-164문, 은혜의 방편(성례) 23.9.10, 박홍섭 목사
장로 직분에 대한 공부로 몇 달 중단되었던 대요리 문답을 다시 시작합니다. 그동안 흐름을 잊어버렸을 수 있기에 다시 대요리문답의 구성을 대략 살피면 이렇습니다. 총 196문으로 이루어진 대요리 문답은 구원을 다루는 1부(1-90문)와 삶을 다루는 2부(91-196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2부는 도덕법을 다루는 서론(91-99문)을 시작으로 십계명의 하나님 사랑(100-121문), 이웃 사랑(122-149문), 죄와 심판(150-153문), 은혜의 방편인 말씀(153-160문), 성례(161-177문), 기도(178-196문)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원받은 성도는 영원한 도덕법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담고 있는 십계명의 요구를 따라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살려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회개와 믿음, 그리고 은혜의 방편인 말씀과 성례와 기도를 부지런히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은혜의 방편 세 가지 중 말씀까지 공부했으니 오늘부터는 그다음 순서인 성례와 기도에 대해 함께 살펴 가도록 하겠습니다.
제161문. 성례는 어떻게 구원의 효력 있는 방편이 됩니까?
답/ 성례는 그 자체 안에 있는 어떤 능력이나, 성례를 시행하는 이의 경건이나 의도에서 파생되는 덕으로 말미암지 않고, 오직 성령의 역사와 성례를 제정하신 그리스도의 복 주심으로 말미암아 구원의 효력 있는 방편이 됩니다.
해설
1. 성례가 구원의 효력 있는 방편이라는 말을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구원의 효력 있는 방편이라는 말은 두렵고 떨림으로 이루어가는 성화에 관한 의미이지 성례의 은혜가 쌓여서 칭의의 구원을 이룬다는 뜻이 아닙니다. 성례 자체에 구원을 이루는 어떤 신비한 능력이나 마술적인 효력이 있지 않습니다. 성례는 은혜 언약 안에 있는 자들에게 허락된 것으로 그리스도의 중보의 은혜를 표하고 인치며 나타내기 위해 그리스도가 친히 당신의 몸 된 교회를 위해 제정해주신 은혜의 방편입니다.
2. 로마 천주교는 성례 자체에 은혜가 내재 되어 있으며 성례를 시행하는 자의 의도에 따라 은혜가 전달되기도 하고 취소되기도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성례 자체에 은혜가 내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만약 성례 자체에 은혜가 내재 되어 있다면, 세례를 받고 성찬에 참여하는 사람은 다 회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행 8장에 나오는 마술사 시몬을 보십시오. 그는 빌립에게 세례를 받고 전심으로 빌립을 따라다녔지만, 성령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여전히 악독이 가득하고 불의에 매인 바 된 삶으로 하나님 나라와 상관없이 살았습니다(8:9-24). 그러므로 성례 자체에 구원의 은혜가 내재 되어 있지 않습니다.
3. 성례를 시행하는 이의 의도에 따라서 은혜가 전달되기도 하고 취소되기도 한다는 주장도 성경의 가르침과 다릅니다. 은혜를 주시는 분은 하나님뿐입니다. 목회자의 의도와 그의 경건함이 성례의 은혜를 좌우하지 않습니다. 물론 경건하지 않은 목회자가 성례를 시행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목회자의 의도와 성례의 은혜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성례를 제정해주신 분은 그리스도이며, 성례의 은혜를 적용해 주시는 분은 성령님입니다. 성례는 성령님의 역사와 그리스도의 복 주심에 의해서만 효력 있는 은혜의 방편으로 작용합니다(고전 3:6-7, 6:11).
제162문. 성례란 무엇입니까?
답/ 성례는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교회에 제정하신 거룩한 규례로서 은혜 언약 안에 있는 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중보의 은덕을 표하고 인치며 나타내기 위한 것입니다. 이는 그들의 믿음과 다른 모든 은혜들을 강화하고 증진하며, 그들로 하여금 순종하게 하며, 그들 상호간의 사랑과 교제를 증거하고 귀히 간직하게 하며, 그들을 은혜 언약 밖에 있는 이들과 구별하게 합니다.
해설
1. 성례는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가 자신의 몸 된 교회에 친히 제정하신 거룩한 규례입니다. 구약의 할례는 신약교회 세례의 원형으로 이방인이 아니라 언약 백성에게 명하심으로 성례가 하나님의 언약 백성, 즉 교회를 위한 거룩한 규례임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사적으로 교회 밖에서 세례와 성찬을 시행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2. 하나님은 또 다른 구약의 성례이며 신약교회 성찬의 원형인 유월절 식사 역시 할례받지 않은 자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이처럼 성례는 세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은혜 언약 안에 있는 자들을 위한 은혜의 방편입니다.
3. 거룩한 은혜의 방편인 성례는 그리스도의 중보의 은덕을 표합니다. 세례는 그리스도 때문에 죄 사함 받은 은혜를 표시하고(행 2:38), 성찬은 그리스도의 살과 피에 참여함을 표합니다(고전 10:10). 그러므로 참된 믿음으로 성례에 참여하는 자들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신의 구원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었음을 확신하는 성령의 인치심을 은혜로 누리게 됩니다(롬 4:11).
4. 예수님은 제자들과 더불어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하시면서 너희는 이 떡을 먹고 잔을 마시는 이 의식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고 하셨습니다(눅 22:19). 그리고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의 안에 거하나니 살아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시매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같이 나를 먹는 그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요 6:56-57). 이는 믿음으로 성찬에 참여하는 자는 그의 믿음이 강화되고 증진되는 은혜를 누릴 수 있다는 약속으로 교회는 성례를 시행하여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념하고 그의 복과 은혜를 누려야 합니다.
5. 이처럼 성례는 말씀과 기도와 함께 허락된 은혜의 방편입니다. 그러나 말씀과 다른 점은 말씀이 그 자체로 믿음을 줄 수 있지만, 성례는 그 자체로는 믿음을 주지 못합니다. 말씀이 복음을 들려주어 믿음을 얻게 한다면 성례는 들은 말씀을 시각과 미각과 촉각을 통하여 보고 느끼고 맛보게 함으로 복음을 체험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성례는 이미 믿음을 가지고 있는 자들에게 그 믿음이 강화되고 증진되는 복을 누리게 하여 더욱 복음에 순종하게 하는 은혜의 방편입니다(롬 6:3-4).
6. 교회는 지체들 상호 간의 사랑과 교제를 증거해주는 성례를 통해 서로의 믿음이 하나이며, 부르심의 소망도 하나임을 확인하고(엡 4:2-5), 자신과 은혜 언약 밖에 있는 세상이 얼마나 다른지를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됩니다(사 52:11). 이런 점에서 성례는 세상과 교회를 뚜렷하게 구별시켜주는 표시이자 증거이며 교인들 상호 간의 교제와 사랑을 강화시켜 주는 은혜의 방편입니다.
제163문. 성례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습니까?
답/ 성례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나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명하신 대로 사용되는 외적이고 감각적인 표이며, 다른 하나는 이 표가 상징하는 내적이고 영적인 은혜입니다.
해설
1. 베드로가 세례를 우리를 구원하는 표라고 말한 것처럼(벧전 3:21) 성례의 외적인 요소는 시간과 공간에 작용하여 보거나 만지거나 맛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성찬에 사용하는 빵과 포도주는 외적인 요소입니다. 반면에 성례의 내적인 요소는 빵과 포도주가 상징하는 하나님의 은혜로 시공간이 없어도 믿음으로 작용합니다. 내적인 부분은 은혜의 실체이며 외적인 부분은 실체를 나타내는 ‘표’이므로 성례의 외적 요소가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정당하게 시행되면 내적인 부분이 상징하는 하나님의 은혜가 성령님을 통해 적용되고 전달됩니다.
제164문. 신약 성경에 따르면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교회에 제정하신 성례는 몇가지입니까?
답/ 신약 성경에 따르면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교회에 제정하신 성례는 두 가지인데, 곧 세례와 성찬입니다.
해설
1. 신약 성경은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교회에 제정하신 성례를 세례와 성찬이라고 가르쳐줍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가 직접, 그리고 친히 제정해주신 것만 성례입니다. 이는 세례와 성찬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주님은 승천하시면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여 제자로 삼고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고 명하셨습니다(마 28:19). 그리고 마지막 유월절 만찬에서 주님의 살과 피를 의미하는 떡과 포도주를 새 언약의 증표로 주시면서 내가 다시 올 때까지 이 떡과 잔을 먹고 마시어 나의 은혜를 기념하라고 친히 성찬을 제정해주셨습니다(고전 11:23-26).
2. 그러므로 로마 천주교가 주장하고 시행하는 7가지 성례(세례성사, 견진성사, 성체성사, 고백성사, 주유성사, 영세성사, 종부성사)는 성경에 근거하지 않습니다. 이것들은 그리스도께서 제정해주신 것이 아니라 인간의 머리와 전통에서 나온 것으로 은혜의 방편으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다음 주부터 세례와 성찬에 대해 더 자세하게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말씀과 기도와 더불어 은혜의 방편으로 주신 성례를 잘 사용하여 복을 누리는 저와 여러분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