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끝에 박소현님의 도움으로 보다 세부적인 행동요령을 익힌 다음에 출발준비를 마친다. 12월3일 월요일 0430에 우버택시로부터 전화가 온다. 지금 가고 있으니 이상없이 출발하자고 한다. 준비를 마친 상태이니 오기만 하면 바로 출발할 수 있다고 답변을 해주고 다시한 번 동선을 생각해 본다. 0445 택시기사로부터 호출이 온다. 짐을 들고 나간다. 짐이라고 해 봤자 달랑 어깨에 맨 백팩 하나이다. 새롭게 등산용 백팩을 살까 카트만두를 둘러봤는데 맘에 드는 것은 비싸기에 그렇잖아도 많은 돈을 쓰는 이번 여행에 추가하고 싶지가 않아 그냥 사무용 백팩을 들고 가기로 했었기에 마음도 몸도 홀가분하다. 짐을 넣다가 부피때문에 휴대용 선풍기와 셀카봉은 제외하고 슬리퍼는 넣는 결정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만족한다. BNE공항은 인터네셔널만 이용해 봤었는데 도메스틱은 처음이기에 긴장했다. 새벽 5시가 되지 않은 시간인데 이미 공항에 다가서는 지점에서 차량은 정체현상을 빚는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새벽이른시간부터 공항에서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일까? 택시 내릴 곳이 마땅찮아 공항건물의 중간쯤에 내렸었는데 막상 길을 건너 들어가보니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사람이 많은 쪽으로 갔더니 내가 원하는 제트스타는 보이지 않고 콴타스만 있다. 콴타스 선전을 하는 것이고 전부 여기에서 수속을 밟는 모양이다 생각하고 줄을 서 있다가 직원이 보이기에 물어 보았더니 오른쪽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에고, 첫 출발부터 이런 모양새라니... 오른쪽으로 갔더니 제트스타가 보인다. 그런데 카운터가 없이 그냥 자동발권기만 있다. 잠시 살펴보다가 저울이 보이기에 내 짐을 내려놓았더니 5.8kg 나온다. 어깨가 무거워서 걱정했더니 중량한계인 7키로에 한참 못미친다. 비어있는 자동발권기에서 발권수속을 밟는데 에러가 뜬다. 저쪽 옆에서 도와주는 직원이 보이기에 얼른 헬프미! 다가오더니 이렇게 하라고 손짓만 한다. 그래서 직접 화면을 터치하면서 발권까지 마치고 탱규! 한다. 수화물이 없는 사람은 이렇게 자동발권기에서 발권받고 있는 사람은 반대편에서 직접 무게재고 발권까지 하는 시스템이다. 나는 기내용 짐만 있으니 이렇게 하고 또 한참 줄을 서는데, 다른 사람의 손을 보니 제트스타는 안보이고 타이거만 보인다. 이런 내가 줄을 잘못선가보다 하고 뒤에 있는 사람에게 이 줄에 서면 맞는가요 하고 물었더니 맞다고 가르쳐 준다. 수속을 밟고 들어가는데, 공항직원이 내 짐을 보자고 한다. 그래서 옆으로 빠져나와 짐을 풀어야 했다. 잠시 살펴보더니 통과사인을 준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38번 게이트쪽 계단을 올라간다. 여전히 사람은 엄청 많다. 0530에 탑승을 하는데 중간에 두군데로 갈라진다. 1~15번은 직진하고, 16~30번은 우측통로를 이용한다. 출입구 2개를 사용하면 들어갈 때 정체현상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13번쯤의 사람이 뒤로 가서 앞으로 오려다가 통로에서 마찰이 생겼다. 나는 8번A좌석 내 옆쪽에서 사람들이 뒤로 가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는데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뒤쪽에서 자리에 앉기 위해 짐을 올리고 마주치는 사람들을 피하면서 시간을 엄청 끄는데 그저 웃으면서 바라보기만 하고 짜증스런 얼굴이 아니다. 여기에서 짜증을 내 봤자 빨라질 것도 아니고 내 마음만 상한다는 것을 깨달은 표정이다. 시내에서 버스를 탈 때도 느꼈지만 모든 사람의 표정에서 급하다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버스기사는 한사람한사람의 물음에도 대답하고, 승객들은 누구나 기사님에게 예의를 표하면서 올라타고 감사하다며 내린다. 사람들의 여유와 배려가 참 맘에 든다. 0620 드디어 제트스타 JQ667편 비행기가 이륙을 한다. 가뿐하게 기체를 들어올리는 것이 베테랑 기장인 모양이다. 안심하고 편하게 있을 수 있겠다. 창가쪽에 앉아서 창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면서 간다. 드디어 울룰루로 가는 실감이 난다. 기창밖으로 구름이 보이고, 저 아래는 황무지가 보인다. 저기에 소를 키워서 아웃백 스테이크를 해 먹는단 말이지. 저 광활한 아웃백은 끝없는 평야이다. 황토색 붉은 기운을 가진 드넓은 황무지에는 도로만 일직선으로 나 있을 뿐 변변한 건물조차 찾을 수가 없다. 한참을 가다보면 조그만 건물하나 외로이 서 있는데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저기에 살고 있거나 근무하는 사람은 얼마나 외로울까. 비행기로 3시간 넘게 달려 0920에 착륙을 알리는 사인이 뜬다. 물한잔도 주지 않는 기내서비스를 경험한다. 누군가는 맛난 냄새를 풍기며 먹고 있는데 기내식을 계산기를 두들겨가며 사 먹는 것이다. 심지어 물조차 사서 먹어야 한다. 나는 내 짐에서 물을 한통 준비했기에 그것을 먹는다. 기내물건도 팔고 할 건 다한다. 직원들도 항상 웃는 얼굴이다. 손님들도 요구할 것만 하고. 국내 항공기의 캐빈크루들은 억지웃음이 보이고 감성노동자임을 알 수 있는데 여기는 마음에서 우러난 딱 그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이런 것도 도입을 해야 한다. 항공권 값에 서비스 받는 값도 포함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갑질의 승객들에겐 딱 그만큼만 제공해도 되도록. 우리의 감정노동자들은 너무나 감정을 소비해서 한번 작업이 끝나면 기진맥진 모든 힘이 빠져 버리게 되기에. 내 옆자리는 비었고 c에 앉은 젊은 친구는 앉자마자 안대와 목베개를 하고 세시간동안 자고가기로 맘먹은 모습을 보이고 나는 정자세를 취하고선 한 모습도 놓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0925 PALYA라고 적혀있는 아주 자그마한 출입구를 통해 바로 나오니까 대합실이다. 옛날에 마곡사 가는 버스터미널 정도 되는 아주 작은... 아무런 절차도 없이 그냥 지나서 건물 밖으로 나가니 AAT 흰색 대형버스가 3대 서 있다. 맨 뒤에 버스가 파이오니아 호텔이라고 적혀 있어서 올라 탔더니 3분쯤 후에 출발한다. 역시나 이곳도 중국관광객이 보인다. 한국인은 전혀 안 보이고 개별 여행을 온 세계각국의 사람들과 단체관광을 온 소규모 중국인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밖을 계속 살핀다. 도로는 좁아 보이는데도 대형차량들이 잘 다니고 있고, 소형 차량들도 다닌다. 1000에 파이오니아호텔에 도착한다. 로비에서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가게에서 플라잉네트를 샀다. 10.5불! 굉장히 망설였다가 여기에 도착하니 안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퍼득 들더라. 로비에 앉아서 계획을 검토하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처녀 하나랑 부모로 보이는 사람이 옆에 앉아서 얘기들을 나누고 있는데, 한국말이다. 반가왔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호주에서 워홀을 하는 딸이 돈을 좀 모았다고 부모를 초대한 모양이다. 대개 워홀로 온 친구들은 저렇게 풍족한 면을 보여주지 못하는데 저 친구는 굉장히 밝아보여서 나중에 슬쩍 말을 붙였더니 깜짝 놀란다. 자기네는 여기에 4일 있었고 이제 돌아가려는데 한국사람을 처음으로 봤단다. 아이가 말하는 모양이 이뻐서 갖고 있던 초코파이를 2개 나눠주면서 계속 얘기를 하는데 나중엔 아버지가 더 적극적이다. 자기는 한국 안양에서 환경관련사업을 하는데 호주가 참 좋다고 느껴서 여기로 옮길까 생각한단다. 시차도 적으니까 왔다갔다 하면서 지내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여유만 있다면 그것도 괜찮으리라. 서울농대 환경관련사업과 조인트해서 게획하는게 있는 모양이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11시쯤 잘 가라고 인사를 하고 나는 12시까지 계속 충전을 하며 기다린다. 여기 사정을 잘 모르니 무조건 시간이 날때마다 충전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11시반쯤 동양계 자그마한 여자가 자기도 충전을 하고 싶다고 양해를 구하기에 98프로이지만 양보를 한다. 12시에 젊은 아가씨가 들어오더니 뭐라뭐라 하는데 가만히 보니 더락투어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하, 내가 타고갈 차구나, 얼른 짐을 챙겨서 인사를 하는데 쟈시라고 하는 것 같다.나는 비오라고 인사를 하고 코치차량에 올라타는데 아뿔사! 나를 제외하곤 9명 전부 여자만 있다. 그것도 젊은 여자들... 이거 이러다가 엄청 고생하는거 아냐 하는데 조금 기다리니 4명의 남자도 탄다. 다행이다. 거의 혼자서 온 사람들이 모인 것도 딱 두팀만 두명이 조를 이루었는데 바로 앞에 앉은 미국인 여자들은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자기네만 어울려 다닌다. 이렇게 얼떨결에 자리에 앉고 보니 앞으로 4일간 고정석이 될 자리이다. 자기 창문에 매직으로 자기 이름과 출신지역과 하고싶은 말을 쓰고 그림으로 표현을 해 놓는다. 덕분에 이름을 잊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