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6일 일요일 35일차
11시 아침 겸 점심 공양
12시 기념사진 촬영, 사랑어린배움터 출발
3시 함평 용천사 11사단 민간인학살 천도제
한국전쟁 중 빨치산소탕의 명목으로 민간인 1000여명을 학살했던 사건.
일요일인 오늘은 이동과 휴식의 날이지만 함평지역 유족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천도제가 이루어졌다.
4시30분 영광 불갑사
5시 저녁공양
7시 대화마당
황대권 생태운동가와 영광생명평화마을 주민, 불갑사 주지 만당스님과 신도, 영광군민, 대학생, 원불교 신도들, 여성농민회 영광신문사 기자 등 약 40명
진행 : 양문수님(영광원전 안정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
-도법스님 : 3.1정신으로 화쟁코리아의 새 길을 연다는 꿈으로 길 위에 섰다. 정전60주년을 맞고, 정말 중요한 것들을 넋없이 놓고 살아온 것 아닌가 생각했다. 엉키고 얼어붙은 현실을 녹이고 풀도록 불교인이라도 한번 몸부림을 쳐보는 게 필요하겠다. 솔직히는, 앉아있는 불교인들을 절의 울타리를 넘어 일어서게 하고 세상의 아픔을 품어안고 풀어내는 몸짓을 해야하지 않겠나 싶어 길을 나섰다.
이 시대의 화두는 자연생태의 문제. 따져보면 그것은 사람의 문제. 국민 모두가 싸움의 주체가 되어있는 한국사회에서 상극을 넘어 상생의 길로, 진실과 화해의 길로 가는 것, 화쟁과 회통의 길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화쟁의 핵심은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구체적 사실과 진실에 토대), 정서에 거스르지 않게(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것. 속담으로는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면서. 그 역할을 해야 할 정부, 정치인, 시민사회가 불능이므로 종교계가 나섰다. 종교계도 아직 힘과 지혜가 부족하다. 불교계 내적으로도 가다듬고, 사회적으로는 진실과 화해가 공론화 되어 만나고 대화하는 흐름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순례를 하고 있다.
Q영광에서 생명평화 탈핵순례를 71일째 하고 있고, 종교마다 생명평화 발원과 실천을 하는데, 화쟁코리아에서는 어떻게 함께하고자 하는지.
-도법스님 : 세상의 아픔을 품어안고 뭘 해보도록하는 자기변화, 자기전환, 체질변화를 해보자는 것이 하나, 다른 하나는 사회적인 시대적 화두가 되도록 공론화하는 것이 일차적인 순례의 목적이다. 만약에 이후 이뤄질 수 있다면 ‘대한민국 야단법석’이라고 하는 것을 권위있고 힘 있게 지속해갔으면 좋겠다. 믿을만한 분들을 모시고, 거기서 정리된 이야기가 공론화되면 좋겠다. 그런 흐름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역지역의 실제 직면한 문제들에서 진실을 드러내고, 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사실은 그대로 화쟁이 된다.
Q일반국민들이 생활에서 가져야 할 화두는 무엇인지.
-도법스님 : 강정마을에 가 보면 그것이 보통사람들의 고통이다. 진실과 화해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직면한 문제들이다. 포기하면 희망이 보인다. 낮추고 비우고 나누는 삶을 살면 편안해진다. 기본적 생존조건이 갖춰진다면 한 번 해 보라. 즉각 이루어진다. 고귀하고 평화로운 사람이 되려면 그렇게 행동하면 된다. 어떻게 이것을 생활화, 대중화, 사회화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그것을 위해 일생을 바쳤던 것이 붓다와 다른 성인들이 살았던 삶이다. 이건 매우 구체적인 일이다. 해보라.
Q가진 것을 버리면 된다고 하지만, 가진 사람은 버릴 생각이 없기 때문에 화쟁의 토대가 만들어질 수 없는 것 아닌가.
쌍용차를 예로 들어, 예부터 끝도 없이 투쟁해 왔지만 투쟁력은 약화되고 대중들도 망각해버렸다. 여기에서 다시 '투쟁하자'는 대책이 못된다. 투쟁력과 사회적 지지, 공감이 없는 실체가 없는 싸움이다. 현실을 냉철하게 구체적으로 직시해야 한다. 대안으로, 종교인33인 원탁회의를 통해 의미있는 진척이 있었다.
문제를 다룰 때 하나의 길만이 능사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황대권님 : 힘의 강약이 엄연한 현실 속에서 화쟁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도법스님 : 당사자들끼리는 어렵다. 지혜롭고 힘있는 단위가 싸움은 말리고 흥정을 붙이는 역할을 하면 가능하다. 힘은 대중적 공감과 지지로부터 나온다. 첫째는 도덕성, 두 번째는 내용적으로 보편타당하게 건강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보수 쪽에서 좋아하는 '종북청산을 위한 대한민국 야단법석'는 이름을 달고 그것을 이야기할 사람은 합리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자. 만약 종북이, 내란음모가 실체가 있다면 법으로 엄정하게 해야한다. 그런데 만약 실체가 없는데 딱지 붙여서 마녀재판으로 몰고 가는 거라면 당연히 그런 일도 두 번 다시 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 이런 것이 공론화되고 일상화된다면 진실에 목마른 사람들이 큰 흐름이 될 것이다.
이런 것을 현실화 하는 것은 예수도 부처도 아닌 시민과 국민이 할 수 있다.
Q영광의 원전문제는 개인을 넘어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문제로 본다. 이런 문제에서는 어떻게 서로 화쟁할 수 있는지.
-도법스님 : 실력이 부족할 뿐, 길은 있다. 친일청산론은 100년 가까이 주장되어 왔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친일청산만이 능사인가. 친일과 반일 이전에 식민지하라는 민족적 아픔의 근원적 진실을 보고,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에 국민적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한다. 좌우이념도 강대국의 이념 광풍에 우리 민족이 휘말린 민족적 상처.
또 다른 길은 없는 것인지 충분하게 이야기하고 좀 더 지혜롭고 바람직한 모색을 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민 : 투쟁과 화쟁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자연히 놔두면 알아서 잘 된다고 본다.
-유동환님(밀양 유한숙어르신 장자) : 스님 말씀을 개개의 사건과 현상에 집착하지 말고 본질적으로 봤으면. 문제를 곰곰이 따져서 지혜로운 답을 찾고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뤄내면 힘이 모이지 않겠는가.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이 맞서면 바탕이 달라서 충돌할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이를테면 생태 문제에 대해서는 가진 사람들도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국민의 공감대를 그렇게 형성해간다면 밀양과 같은 국책사업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Q화쟁은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핵심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실현방법은 어떤 그림인지.
-도법스님 : 현장의 사람들은 대화를 원한다.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노조와 어용노조와 사측이 모여 이야기 해 보면 해고자의 복직을 가장 반대하는 것은 어용노조다.
보통사람이라면 약자들만 생각하는데, 우리를 탄압하는 경찰도 보통사람. 그들이 본인들의 신념을 관철할 수 없는 상황인 것.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어보면, 현장 사람들은 멈추고 싶어하는데 거대한 진영논리의 억압으로 대화가 안되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다. 화쟁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달라. 인간적인 안타까움으로 절실히 하고 있다.
다양한 길이 있을 수 있으니 제3의 목소리도 듣고 얘기해야 좀 더 나은 걸 찾아낼 수 있다. 보편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하고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유연하고 풍부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때리는 사람은 모른다. 맞아 본, 철든 사람이 더 높은 수준의 길을 찾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에 대해 생각해주길 바란다.
밀양에서 오신 유동환님이 내일이면 순례단을 떠난다. 화쟁이 어렵다고 하셨지만 본질적 물음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감동이다. 어떻게 말을 붙여야 할지 몰라 인사만 했었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걸음을 맞추어 같이 걸으려 했다. 우리가 진실과 화해의 손길에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맨밑에 단체사진, 모두 해맑게 웃네요.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좋아진다고 하던데...
이렇게 웃으면, 남은 걸음걸음도, 다 잘 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