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제주 올레길을 걸을 때의 일이다.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올레길 25개 코스 가운데 가장 풍광이 아름답다는 7코스로 외돌개에서 월평마을 아왜낭목 사이를 걷는 구간이다. 범섬을 왼쪽 멀리 바라보며 돔베낭길 해안을 따라 걷는 구간을 막 지나 50대 여성들을 앞질러갈 때였다. 지나치며 들리는 말투에서 부산 사람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말인즉슨 "이 정도 해안 경치는 부산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지 않으냐. 다만 제주도라는 것 말고는 부산의 해안 길이 더 나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사실이 그렇다. 부산 사람이 일부러 외면해서인지, 몰라서 가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부산의 해안 길, 즉 갈맷길은 제주 올레길에 뒤지지 않는다. 송도와 태종대 일대의 해안 길이 그렇고 이번에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답사한 코스 가운데 이기대 갈맷길이 그렇다. 이기대 코스는 오륙도 선착장 입구의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용호부두 옆 동생말 전망대까지 바다를 끼고 걷는 4.8㎞의 길이다.
◇모퉁이 돌 때마다 달라지는 경관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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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봉오리산 정상에서 영도 방향을 조망하고 있다. 정면 가까이 보이는 것이 신선대이고 그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영도가 보인다. 오른쪽 아래는 신선대컨테이너부두다. |
전반부는 절벽 위를 걷는 길로 중간중간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농바위와 치마바위 등 명소를 지난다. 후반부는 바닷가로 내려와 걷는 길로 들이치는 파도를 바로 곁에서 바라볼 수 있다. 또 여기를 지날 때는 점점 다가오는 광안대로와 건너편 해운대 누리마루가 눈에 들어온다. 가히 올레길이 부럽지 않은 절경을 품은 코스다. 여기에 더해 봉오리산(173m)과 신선대 전망대에서는 신선대컨테이너부두를 발아래 내려다볼 수 있다.
이번 코스는 동명대 후문 버스정류장 인근의 남부소방서 용당119안전센터 앞에서 출발해 동명대 후문~동명불원~봉오리산 정상~해경 송전소 앞~유선정체육공원~신선대 주차장~180m봉~신선대 전망대(~다시 신선대 주차장)~오륙도 입구~오륙도 해맞이공원~농바위 전망대~농바위~밭골새~치마바위~어울마당~장바위~이기대 구름다리를 거쳐 동생말 전망대에서 마무리한다. 총 산행거리는 15㎞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5시간 30분~6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6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출발은 남부소방서 용당119안전센터 앞에서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동명대 후문'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119센터 왼쪽 오르막을 100m가량 가면 동명대 후문이다. 여기서 오른쪽 대각선 방향에 '예문여고' '동명대학교 동명생활관' 안내판이 가리키는 도로로 올라간다. 동명불원 입구를 지나 100m 가면 한전이 나온다. 입구 오른쪽 철계단을 올라 철망 담장 문을 지난 뒤 왼쪽으로 꺾어 오른다. 소나무 숲이 무성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5분 정도 오르면 경사가 누그러지는 지점에 벤치 두 개가 있다. 5분가량 완만한 길을 걷다가 다시 나무벤치를 지나면 왼쪽으로 갈라지는 샛길이 있지만 무시하고 직진해서 오르막을 간다. 가파른 길을 5분만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인 봉오리산 정상이다. 해운대 방향과 영도 방향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해운대 쪽으로는 맨 오른쪽 이기대부터 장산 금련산 황령산이 펼쳐진다. 영도 쪽으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영도 중리산과 봉래산에 이어 천마산 승학산 구덕산 엄광산 등이 이어진다.
◇봉오리산에선 해운대·영도 등 360도 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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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대 구름다리를 지날 때면 광안대교와 해운대를 한결 가까이 볼 수 있다. |
답사로는 올라온 길에서 10시 방향이다. 철망을 둘러친 송신탑을 지나 일직선으로 내려가면 해경 송신소 앞 사거리다. 직진해서 넓고 완만한 오르막을 간다. 4~5분 가면 돌탑이 선 사거리다. 왼쪽은 '숲속 건강 산책로' 이정표가 있다. 가운데 길로 직진해서 조금만 가면 유선정 체육공원이다. 평탄한 곳에 운동시설과 잔디밭, 벤치가 있다. 잔디밭 왼쪽 국기대 옆에 이정표가 선 삼거리다. 왼쪽 내리막은 천주교묘지 방향이다. 신선대로 가는 길은 직진해서 화장실 표지판 옆길로 간다. 갈라지는 길이 있지만 직진해서 내려간다. 내리막 소나무 숲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오른쪽으로 꺾이며 콘크리트 수로를 따라 내려간다.
도로로 내려선 뒤 왼쪽으로 꺾어 인도를 100m 정도 걸으면 건널목이 나온다. 건너면 갈맷길 이정표가 있고 답사로는 여기서 오른쪽 신선대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간다. 신선대 전망대를 들렀다가 도돌아나온다. 주차장에서 '숙이네 집'과 음료수 자판기 옆길로 차단봉을 지나간다. 잠시 오르면 너른 길이 왼쪽으로 휘는 지점에서 정면의 가파른 계단 길로 오른다. 10분가량 오르면 180m봉 정상이다. 오륙도와 영도 등 바다 쪽 조망이 트인다.
신선대 전망대로 가는 길은 정면의 경고문 뒤로 이어진다. 5분가량 내려가면 사거리에서 콘크리트 도로와 만난다. 좌우는 모두 주차장 가는 길이다. 정면으로 30m 정도 올라가 오른쪽 흙길로 들어선다. 잠시 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바로 신선대 전망대에 올라선다. 신선대부두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영도 방향 조망도 시원하다. 내려가는 길은 초소에서 오른쪽이다. 바로 아래엔 1797년 영국 해군 프로비던스호 윌리엄 브로턴 함장의 부산 방문 200주년을 기념해 세운 비가 있다. 기념비 왼쪽으로 꺾이는 길을 따라가면 전망대 오르기 전의 사거리다.
이번엔 오른쪽으로 꺾어 주차장 방향으로 간다. 50m쯤 내려와 '애국지사 정몽석 묘소' 안내판이 선 길로 간다. 100m가량 가면 묘소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지만 풀이 무성해 찾기가 쉽지 않다. 길을 따라 10분이면 다시 신선대 주차장을 거쳐 건널목이다. '갈맷길' 이정표 따라 직진해서 인도를 계속 걷는다. 잠시 뒤 백운포 입구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 오륙도SK뷰 아파트 방향으로 직진한다. 10분가량 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휘며 오륙도중 앞을 지난 뒤 오륙도 선착장 방향으로 휜다. 공사 중인 휴게소를 지나 전망대에 올라 오륙도를 바라보고 다시 돌아오면 오륙도 해맞이공원이다.
정자 뒤 계단 길로 오르면 잇달아 정자 두 개가 나온다. 마지막 정자를 지나 오른쪽 흙길로 들어선다. 이후로는 갈맷길 이정표를 따라 큰 어려움 없이 동생말까지 갈 수 있다. 잠시 뒤 전망대에서는 해운대해수욕장과 달맞이고개, 누리마루가 보인다. 여기서 길은 왼쪽으로 휘어진다. 10분가량 가면 '포진지 위' 갈림길이다. 오른쪽 농바위 방향으로 간다. 잠시 뒤 '용호중대 밑'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곧 데크 전망대다. 여기서 20~30m 내려가 오른쪽 바위 전망대에 올라서면 왼쪽 멀리 부처바위로도 불리는 농바위가 보인다. 20분가량 나무 사이로 드문드문 바다가 보이는 길을 걷다 보면 데크가 나오고 바로 아래에 농바위가 내려다보인다. 답사로는 데크 바로 위 삼거리에서 오른쪽 '밭골새' 방향이다. 다시 10분가량 가면 오륙도를 배경으로 농바위가 보이는 전망대다.
◇이기대 길 따라 농바위·치마바위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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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파른 벼랑 뒤로 농바위와 오륙도가 보인다. |
전망대에서 5분가량 더 가서 가파른 계단 길을 내려가면 바로 시야가 트이는 절벽 위 길이다. 바다가 바로 아래 내려다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바위 벼랑을 끼고 걷는다. '밭골새' 삼거리가 나오면 직진한다. 10여 분 가서 전망대를 지난 뒤 곧 '치마바위' 이정표다. 여기를 지나면 비로소 광안대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낭끝' 방향으로 직진해 10분이면 삼거리다. 오른쪽 '동생말·어울마당' 방향으로 20m 가면 철망 지나 사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은 경비초소, 왼쪽은 일주도로 방향이다. 직진해서 내리막 계단을 100m 가면 삼거리에서 길이 갈라진다. 두 갈래 길은 어울마당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여기서는 오른쪽 길을 택해 바닷가로 내려간다. 이정표의 어울마당 방향으로 간다. 갈림길이 몇 군데 나오지만 바다와 가까운 길을 따라가면 된다. 20여 분이면 자갈이 깔린 어울마당이다. 200m쯤 가면 오른쪽 바닷가에 있는 너른 바위가 장바위다. 여기엔 중생대 백악기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이 있다. 철계단 옆 바위벽엔 '이기대'가 한자로 새겨져 있다. 장바위에서 이기대 구름다리를 지나 20분 정도면 동생말 전망대에서 답사를 마무리한다.
# 떠나기 전에
- 백악기 말 초식공룡의 자취 찾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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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바위의 공룡 발자국 화석. |
코스 후반부엔 이기대 갈맷길을 지난다. 군부대 주둔으로 폐쇄돼 있다가 개방된 지도 제법 오래됐지만 이기대 절경을 걷는 갈맷길의 가치를 아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이기대 갈맷길은 문화관광부가 조성 중인 국내 최장 트레일인 해파랑길의 기점이기도 하다. 해파랑길은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을 잇는 총연장 770㎞의 길이다.
이기대길을 걸으면서 바라보는 경관은 부산에서도 절경으로 손꼽힌다. 이기대길이 시작하는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는 손에 잡힐 듯한 오륙도를 바라볼 수 있다. 오륙도는 1972년 부산기념물로 지정됐다가 2007년 10월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제24호로 지정됐다. 또 걷는 도중에 망바위와 치마바위 등 해안의 절경도 감상할 수 있다.
이기대 일대는 빼어난 경관에서 드러나듯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큰 곳이다. 오륙도와 이기대 일대는 거센 파도의 침식작용을 잘 보여주는 부산의 대표적인 지질자원이기도 하다. 어울마당을 지나면 나오는 평평한 장바위에는 6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의 대형 초식공룡 울트라사우르스의 둥그런 발자국 화석이 산재해 있다. 부산이 간직한 보석 같은 이기대길을 걸으면서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지질학적인 자원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교통편
- 시내버스 이용하는 '교통카드 산행'
이번 코스는 교통카드만으로 다녀올 수 있다. 출발지인 '동명대 후문' 정류장에는 68, 134, 138, 155, 583번 시내버스가 운행한다. 도시철도 서면역이나 범내골역, 부산진역, 대연역, 경성대·부경대역 등에서 환승할 수 있다. 코스가 끝나는 동생말 전망대에서는 도로를 따라 LG메트로시티 1차 아파트로 가서 '용문중학교' 정류장에서 20, 22, 24, 27, 39, 131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분포고등학교 앞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