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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찰스 몽고메리
도시계획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 인간과 도시, 과학과 신화를 생각하는 격식에 얽메이지 않는 경험주의자이기도 하다. 1968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벤쿠버의 시골마을에서 보냈으며 1996년부터 저널리스트로서 본격적으로 글 쓰는 작업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도시, 과학과 신화에 관심이 많아 캐나다 에스키모족 자치구인 누나부트부터 피지, 아일랜드, 홍콩, 일본, 페루, 콜롬비아 등지를 다니며 글을 썼다. 첫 책인 <The last heathen>은 2005년 논픽션 분야로 찰스 테일러 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BMW 구겐하임 랩 연구팀원이다.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곳, 도시
과연 지금의 그곳은 사람을 위한 곳인가?
자본과 자원, 사람, 문명과 소비의 최첨단을 달리는 현대사회의 도시, 자동차와 고층빌딩, 거대한 상점과 즐비한 식당들, 살아가기에 필요하고 편리한 것들만 모여 있는 도시에서 우리의 삶은 정말 행복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모두의 풍족한 삶을 위해 도시가 조성되었지만 도시인들에게 남은 것은 만원의 출퇴근길로 인해 만성피로와, 늘 쫓기는 듯 불안한 마음과 스트레스로 인한 체증증가뿐이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이토록 힘겨운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그 속에 살고 있는 도시인들의 심리적인 관계를 설명하면서 세계의 도시 디자인을 통해 조금 더 희망적인 도시의 미래를 그려본다.
○시장 경제학자들은 도시 확산을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사람들이 구매하는 재화와 서비스가 곧 사람들의 행복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교외에 있는 단독주택을 구매하는 것은 그것이 더 행복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초 위스콘신 대하 리처드 데이비슨 행복할때 왼쪽 전두엽의 혈류가 증가.
○사람들은 뱀 거미 뾰족한 부분 큰소리 예측 하지 못 한 소음 어둠 막다른 골목길 등에서 불쾌감.
○만약 짧은 쾌락이 행복의 전부라면 디즈니랜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
○진정성의 문제도 있다. 행복하기만하면 현실은 어찌됐던 상관없을까? 철학자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은 평생 혼수상태로 누워 있어야 하지만 상상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쾌락을 계속 느끼도록 두뇌를 조작하는 쾌락기계(experience machine)가 있으면 이용하겠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로버트 노직은 이러한 기계를 이용하는 것은 일종의 자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다수 사람들이 비록 덜 즐겁더라도 현실에서 도전에 직면하고 발버둥치고 즐거움과 고통을 느끼는 편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령 디즈니랜드에서 평생 살 수 있더라도, 고대 아테네인들이 생각한 행복(에우다니모니아)을 느끼려면 화려한 건물 뒤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꿰뚫어보고, 마스코트 인형을 쓰고 지시 받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디즈니랜드를 유지하는 도시 시스템에 참여해야한다. 디즈니랜드는 현실에 존재하며, 방문객들은 디즈니랜드를 둘러싼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즐거운 순간은 그 순간을 만든 시스템, 그 시스템 속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더 많이 벌수록 행복할까, 행복경제학]
○가난한 개도국 국민의 경우 부와 행복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잇다. 먹을 것도, 집도 없고, 자녀들이 안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기란 어렵다. 하지만 부유한 선진국에서는 평균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벌고자 더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리란 보장이 없다. 평균이상 소득자가 1달러를 추가로 벌 때 증가하는 삶의 만족도는 점점 더 체감한다.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면 행복의 구성요소는 무엇일까? 애덤 스미스 이래 전통적 경제학은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지만, 대규모 설문조사로 몇 가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낮은 사람들에 비해 행복도가 높다. 취업자는 실업자보다 행복도가 높다. 실업자가 빈곤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복지제도를 잘 갖춘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생활만족도는 거주위치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소도시에 사는 사람은 대체로 대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행복도가 높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내륙에 사는 사람보다 행복도가 높다. 비행기가 자주 다니는 지역에 사는 사람의 생활만족도는 처참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도 생활만족도를 떨어트린다. 하지만 사람들이 언제나 환경 자극에 논리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쓰레기 매립장 근처에 사는 사람은 독극물 폐기장 근처에 사는 사람보다 훨씬 행복도가 낮다. 비록 독극물 폐기장이 더 위험한 장소일지라도, 쓰레기 매립장에서는 악취가 심하게 나기 때문이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명확한 불만요소가 명확히 인식하기 어려운 불만요소보다 생활만족도를 떨어트린다. 개인이 느끼는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여러 가지 것들과 상관관계가 있다. 여가 시간이 길고 통근 시간이 짧을수록 행복도가 높다. 건강도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건강상태보다도 본인이 건강하다는 느낌이 행복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보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일이 본인이 건강하다는 느낌을 더 고취하는 경우도 잇다. 종교를 믿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무신론자일지라도 교회나 사원에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도가 높아질 수 있다. 종교와 아무 상관없는 자원봉사활동에 참가해도 마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거주환경은 정말로 중요하다. 영국런던 공공 보건부는 보조금을 받는 저소득층 임대주택 주민들의 환경요소와 생활만족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도로환경이나 인도에 널린 개똥보다 아파트 벽에 낀 곰팡이가 주민들의 생활만족도를 훨씬 떨어뜨린다.
위스콘신 대학교 심리학자 리처드 데이비손과 공동 연구한 발달심리학자 캐롤 리프는 이러한 요소들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좋은 삶(에우다이모니아)의 정의에 다가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캐롤리프는 행복(Happiness)이란 단어를 언급하는 데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소가 편안히 되새김질하며 흡족해한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에우다이모니아는 이런 흡족한 상태와 거리가 멉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인생을 의미 있게 하는 목표를 향해 매일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에우다이모니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때로 단기적 만족을 포기해야 할지라도 말입니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좋은 삶’은 만족과는 별로 관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과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는 것,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좋은 삶입니다.
케롤 리프는 자신의 관점을 검증하는 실험을 통해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다. 캐롤 리프는 우선, 20세기에서 가장 존경받은 심리학자들이 사용한 행복 측정방법을 포함하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캐롤리프가 만든 에우다이모니아 체크리스트 항목을 일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자아수용(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을 저지른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옮긴이), 또는 자신을 아는 정도.
-환경 통제력(세상을 탐구하고 이용하는 능력)
-타인과 긍정적 관계
-인생 전반에 걸친 개인의 성장
-인생의 의미와 목적의식 자각
-자주성과 독립성
~ 중략~ 캐롤 리프는 이러한 이상적 상태를 ‘도전적 생동(Challenged thriving)'이라고 부른다. 한적한 오하이오 주에 가면 더 적게 일하고 더 넓은 집에서 더 많은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도, 굳이 시끄럽고 번잡하고 생활비가 비싼 뉴욕의 허름한 집에 살면서 꿈을 실현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캐롤 리프가 기후가 온화하고 경치가 아름다운 워싱턴 주 오카스 섬에 있는 집에서 며칠 휴식을 취하고 눈 덮인 위스콘신 대학교 캠퍼스로 돌아와 연구실에서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시는 쾌락의 저장소만은 아니다. 사람들이 삶의 전투를 벌이고 자신만의 드라마를 연기하는 무대다. 도시는 일상의 도전들에 대처하는 개인의 능력을 증진할 수도 있고, 저해할 수도 있다. 도시는 개인에게 자유를 줄 수도 있고, 개인의 자유를 뺐을 수도 있다. 도시는 무한한 가능성의 바다가 될 수도 있고, 개인을 매일 짓누르고 옥죄는 무거운 갑옷이 될 수도 잇다. 건축물과 도시 시스템을 통해 암호화된 메시지는 시민들에게 삶을 개척할 의욕을 북돋을 수도 있고, 무력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좋은 도시는 시민들이 느끼는 즐거움 만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생계를 유지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매일 고군분투하는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이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존 헬리웰 연구팀은 세계가치조사와 갤럽 세계여론조사 통계를 정밀 분ㅅ거한 결과, 소득보다 인간관계가 생활만족도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예로, 사람들에게 어려울 때 의존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 물었다. 의지할 사람이 한 명도 없던 사람이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이 한명 생길 때 생활만족도가 증가하는 폭은 소득이 세배 증가할 때 생활만족도가 증가하는 폭과 같았다.
경제학자들은 인간관계를 숫자로 바꿔 말하길 좋아한다. 존 헬리웰은 만약 국민의 10퍼센트가 인생에서 의지할 사람이 추가로 생겼다고 느낀다면, 전체 국민의 생활만족도는 모든 국민의 임금을 50퍼센트 인상할 때보다 더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까운 친지와 관계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웃, 경찰, 정부, 심지어 낮선 사람들에 대한 신뢰도 행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소득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거리에서 잃어버린 지갑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높은 도시가 언제나 생활만족도가 높았다. 신뢰가 소득보다 훨씬 중요한 행복의 열쇄였다.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이 만들어 낸 합작품, 도시]
[드라마 ‘프렌즈’가 만든 뉴욕 아파트의 환상]
○건축가들이 본인이 공부한 바에 따라 편향된 선택을 내리듯, 모든 사람이 각자 기억 속에 누적된 문화 메시지에 편향된 선택을 내린다. 비록 본인은 인식하지 못할지라도, 결정을 내릴 때마다 햄바를 비롯한 두뇌 부위들이 정보를 보내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경쟁한다. 결국 어떤 것이 ‘좋다’는 평가는 전적으로 주관적이다. 인간의 두뇌는 기억, 문화, 이미지의 강력한 시너지를 원동력으로 삼아 작동한다. 따라서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인 집이나 자동차, 이웃이라는 개념은 과거에 경험한 행복한 순간의 결과이거나 대중매체들이 쏟아낸 이미지에 세뇌된 것일 수도 있다.
○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메시지를 보내면, 지금은 조소를 받는 이웃들과 건물 디자인이 미래에는 각광받을 수도 있다.
[누가 이상적인 도시를 말할 수 있는가]
○불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유롭게 거주지와 주택형태를 선택하지 못한다. 실제로 집에 들어가서 살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극히 제한적이다. 도시 건설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극소수 관계자, 즉 도시 계획자, 도시공학자, 정치인, 건축가, 사업가, 부동산 투기꾼들이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도시 풍경에 투사해놓았기 때문이다.
[도로가 넓어질수록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지난 수십 년간 도시공학자들은 보도와 자동차 도로를 엄격히 분리하고, 자동차 운전자의 주의를 흐트러트리는 요소를 제거하고, 도로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도로를 건설했다. 도로가 넓어지고 직선으로 뻥 뚫릴수록 교통사고 위험이 줄어들 것이란 공학이론이 복음처럼 널리 퍼졌다. 이러한 이론은 자동차 주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적어지면 자동차가 충돌사고를 일으킬 확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러한 이론에 따라 지금까지 교통사고 예방정책은 비용은 많이 들지만 단순명료한 해법인 도로확장공사에 초점을 두었다.
겉보기에는 당연해 보이는 해법이 의도치 않은 결과들을 낳았다. 1920년대부터 자동차 업계가 유도한 ,직선으로 뻥 뚫린 자동차 전용도로의 비중을 높이는 정책이 실제로는 교통사고 증가를 부채질 했다. 자동차 도로에서 황단보도를 없애지 운전자들은 보행자를 칠 위험이 사라졌으니 속도를 더 내도 괜찮을 것이라고 착각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운전자들은 제한속도를 준수하면서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행하는 도로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만큼 속도를 낸다. 자동차가 원활하게 달릴 수 있는 도로에서는 운전자들이 더 속도를 낸다. 그 결과 인구밀도가 낮은 넓은 교외지역 거리에서 자동차에 치어죽는 보행자 수가 좁은 도심 거리에서 자동차에 치어죽는 보행자 수보다 네 배나 많다. 운전자들이 한적한 교외 도로에서는 교통사고 위험이 적다고 느끼고 방심하기 때문이다.
[석유의 시대가 끝나다]
○ 지금 추세대로라면 2050년까지 지구 생물 중 15%에서 37% 정도가 멸종될 것이다. 2009년 보험업계가 가상관련 문제로 지급한 보험금은 1980년도의 4배에 달했다. 모든 인류가 미국인들처럼 넓은 집에서 살고, 장거리를 이동하고, 물건을 오래 쓰지 않고 마구 낭비할 경우, 인류의 자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지구가 아홉 개 정도 필요하다. 현재 인류의 생활방식은 은행에 돈을 예금하지 않은 채 신용카드를 최고 한도로 쓰는 것과 같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석유 생산량이 향후 20년 안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제유가는 그 전에 천정부지로 급등할 것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2020년 까지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연간 4천만 대에 이르러 미국 자동차 시장의 3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합동군사령부는 향후 수년 내에 심각한 에너지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휘발유로 작동하는 잔디깍기 기계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은 신차의 11배에 달한다. 교외 거주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도신 거주자의 평균 두 배다.
Chapter 05 도시, 자연과 이웃에 길을 묻다.
[숲을 본 환자가 통증을 덜 느끼는 이유]
○ 창문 밖 자연 풍경을 볼 수 있는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시험 성적이 좋다. 캘리포니아 주 산타로사 시에 있는 소노마 카운터 교도소 벽에 초원 풍경을 묘사하는 그림을 걸자, 교도관들이 일과를 더 쉽게 기억하게 됐다.
[도시 녹지의 숨은 의미]
○ 집 창문 밖에 황량한 풍경만 보이는 주민들은 정신적으로 피로하고, 성격이 퉁명스러워지고, 갑자기 흥분해서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경우가 많다.
○프란시스 밍쿼 연구팀이 경찰기록을 찾아보니, 마당에 녹지가 부족한 단지 주민들은 범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창문 밖에 나무와 풀이 보이는 단지의 폭력 범죄 발생률은 황량한 콘크리트만 보이는 단지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녹지가 적은 지역일수록, 강도, 폭행, 살인 범죄율이 높았다.
[사바나 초원의 함정]
○현대인은 탁 트인 풍경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본인이 안전한 곳에 있다는 느낌을 선호한다. 제이 애플틴은 모순처럼 보이는 두 가지 취향을 전망과 은신처라고 이름 붙였다. 현대인은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볼 수 있으면서도 본인은 노출당해 무방비 상태라는 느낌을 받지 않는 아늑한 공간에 있길 좋아한다.
Chapter6 도시의 사회성
○사람들은 종종 의식적인 사고 논리와 거의 무관해 보이는 방식으로 주변 환경에 반응한다. 예를 들어, 대다수 사람들은 자기 손의 온도에 따라 낮선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 결정하는 것을 바보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 실험에 따르면 뜨거운 음료를 쥔 사람이 차가운 음료를 쥔 사람보다 낮선 사람을 신뢰할 확률이 높다. 또 다른 실험에 따르면, 아래로 내려가는 에스켈레이터를 탈 때보다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더 타인을 돕고 타인에게 아량을 베푸는 성향이 강하다. . 사실 어떤 방식으로든 위로 올라가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더 바람직한 행동을 유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메카니즘을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어떤 심리학자는 인간이 물리적 환경 조건을 은유로 치환해서 해석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물리적 온기를 사회적 온기로 착각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느낌만으로 윤리의식이 높아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도시의 평등을 실현하다]
○ 행복의 전제조건중 하나는 평등
○어쩌면 소득의 평등보다는 삶의 질에 있어 평등이 더 중요하다.
○ 저 사람들 보이시죠? 저 사람들은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새로운 자부심을 느낍니다.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었다. 자전거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고 해서 자부심을 느낄 사람이 세상에 있겠는가? 왜냐하면 자전거를 타는 경험에서 자존감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전에는 보고타 시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나 자전거를 탔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차로에 방해가 되는 귀찮은 존재로 대우받았습니다. 자전거 도로는 가장 큰 상징적 가치를 의미합니다. 자전거 도로는 30달러짜리 자전거를 가진 시민이 3만 달러짜리 BMW 자동차를 가진 시민과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버스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버스 시스템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버스 시스템은 환경이나 수송만 고려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사회 정의’입니다.
[교통의 평등을 실현한 트렌스밀레니오 버스]
○평등하다고 느끼는 것은 실제로 평등한 상태에 있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사실, 엔리케 페날로사도 인정했듯, 사람들이 평등을 체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제로 평등한 상태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평등의 주관적 측면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람은 사회적 비교에 직면한다. 당신이라면 다음 중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보라. 모든 사람이 BMW 자동차를 타는데 본인만 혼다 중형차를 타는 나라, 또는 모든 사람이 녹슨 자전거를 타는데 본인만 오토마이를 타는 나라, 설문조사를 해보면 대다수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한다. 사람들은 적게 소유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른 모든 사람보다 적게 소유할 경우에는 비참한 기분을 느낀다. 사람들이 본인 위치를 알고 싶다면, 다른 모든 사람과 비교해서 본인의 상대적 위치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사회과학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보다 덜 건강하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러한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생활방식, 근로시간, 식단, 의료 서비스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사회 요인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로 유명한 곳이 수십 년간 영국 공무원의 건강과 사망률을 분석하고 있는 ‘Whitehall study' 다. 연구자들은 직급별로 여러 가지 질병 사망률을 비교해보면 사회계층 사이에 강한 반비례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직장에서 상위계급에 있을수록 더 오래 산다. 전보, 소포를 전달하는 계원, 수위 등 지위가 낮은 직원은 지위가 높은 직원보다 심장병, 암, 폐질환,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미국 도시들을 비교해 보면, 소득격차가 큰 도시에 사는 저소득층은 소득격차가 작은 도시에 사는 저소득층보다 건강상태가 나쁘다. 낮은 사회적 지위는 고혈압, 높은 콜레스테롤, 면역력 저하를 수반한다. 사회 지위 변화는 두뇌의 화학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낮은 사회적 지위에서 살아가는 것은 매일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온몸을 샤워하는 것 같다. 생물학자이자 신경과 학자인 로버트 사폴스키는 ’가난한 사람들이 걸리는 질병중 상당수는 주변 환경을 보고 본인이 가난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닥치는 심리사회적 귀결이다‘ 고 평했다.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한 사람들이 가장 비참하게 받아들이는 빈곤의 양상은 본인이 다른 사람들보다 가난하다는 느낌과 관련이 있다. 사회경제적 지위의 큰 격차는 사회 전체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평등이 답 이다>라는 책에서 저자 리처드 윌킨스, 케이트 피킷은 극심한 빈부차이가 폭력범죄를, 마약 범죄율, 10대 출산율, 심장병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책에서 병리학자 리처드 윌킨슨 과 케이트 피킷은 정부에 경고한다. 극심한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더 많은 감옥과 경찰이 필요해진다. 정신질환, 약물남용을 비롯한 각종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빈부격차가 너무 많은 폐해를 낳기 때문에, 환경오염처럼 다뤄야하며, 세율조정을 통해 빈부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Chapter10 행복 도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
[Review]
우리나라 중산층의 대부분은 부동산가치가 상승함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같은 직장에서 고정된 수입이 동일하더라도 어디에 살고 있는가에 따라 형편이 달라지든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그 시절이 지나갔다는 말들이 설득력이 있지만 아직도 과거의 달콤한 향수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그런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처럼 우리나라의 도시는 급변하고 있다.
90년대 초 서울 근교에 새롭게 들어선 신도시에 대해서,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이었다. 획일적인 아파트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필경 삭막한 도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천당아래 분당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은 계획도시에 만족해하였다. 뻥 뚫린 도로와 편리한 대형마트뿐 아니라 골목길 주차전쟁 을 겪은 서울 사람들은 쾌적한 주차공간에 쾌재를 불렀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분당이 살기 좋다는 입소문이 생기면서 근처에 있는 수지에 우후죽순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계획도시가 아닌 수지는 그야말로 난개발의 상징이 되었고. 대부분의 인프라가 분당과 연결되면서 분당에서도 미금역 주변은 교통 혼잡을 이루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전철 망을 확충하고 우회도로를 건설하는 등 대처에 나섰다. 급기야는 근처 판교지역에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고 상대적으로 분당보다 강남권 진입이 유리한 판교 신도시의 가치가 분당을 앞지르게 되었다.
도시는 사람이 만든다. 대단위 아파트는 어떤 사람들이 입주하는가에 따라 환경이 달라진다. 분당에 입주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강남권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많다. 강남이 살기 좋아지자 집값이 오르고 형편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넓고 쾌적한 분당으로 이주하였다. 그들은 아직도 강남에 여윳돈을 가지고 있어서 분당과 강남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강남의 문화가 분당에 정착하는 일이 자연스러워 진 것이다.
이 책은 행복한 도시는 어떤 것인가를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행복의 구성요소는 돈만이 아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거주위치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소도시에 사는 사람은 대체로 대도시에 사는 사람보다 행복도가 높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내륙에 사는 사람보다 행복도가 높다. 비행기가 자주 다니는 지역에 사는 사람의 생활만족도는 처참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도 생활만족도를 떨어트린다. 하지만 사람들이 언제나 환경 자극에 논리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쓰레기 매립장 근처에 사는 사람은 독극물 폐기장 근처에 사는 사람보다 훨씬 행복도가 낮다. 비록 독극물 폐기장이 더 위험한 장소일지라도, 쓰레기 매립장에서는 악취가 심하게 나기 때문이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명확한 불만요소가 명확히 인식하기 어려운 불만요소보다 생활만족도를 떨어트린다. 개인이 느끼는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여러 가지 것들과 상관관계가 있다. 여가 시간이 길고 통근 시간이 짧을수록 행복도가 높다. 건강도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건강상태보다도 본인이 건강하다는 느낌이 행복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보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일이 본인이 건강하다는 느낌을 더 고취하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도시계획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 인간과 도시, 과학과 신화를 생각하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경험주의자이기도 하다.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환경을 분석한 예시를 통하여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도시는 어떤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청계천 복원도 잠깐 소개되었다. 콜롬비아의 보고타 시장이 야심차게 시도한 자전거 전용도로에 대한 소개도 우리나라의 사례[그러나 사실 우리나라의 도심에서 자전거길 전용도로는 유명무실이 되어 버렸지만....]와 약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여러 가지 사례와 대안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하여 독자는 도시 환경에서 막연히 이상적이다, 좋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를 보다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주거지에 대한 보다 냉철한 시각과 교외로 주거지를 옮기려고 생각하는 사람들, 새로운 아파트 단지로 이주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