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혼을 깨우는 울림. 통일신라의 범종’에 대하여 원부현 교수님의 2시간 특강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종’과는 인연이 깊다.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가보자~♪♪’ 이 노래는 1970년 전후 세대들은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불렀던 노래다. 그래서 일찍이 ‘종’과 인연이 깊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종의 기원은 언제이며 종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교수님의 말씀을 요약하면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범종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히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 영향은 중국으로부터 받았으며 중국의 미술도 양쯔강을 중심으로 남북이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한국은 양쯔강의 북방계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일본은 남방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들어온 불교는 ‘불경’이 부처의 가르침을 글로 표현한 것이라면 ‘불상’은 부처의 모습이다. ‘불화’는 부처의 모습이나 깨달음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범종’은? 부처님의 음성이다. 즉 범종의 소리는 영혼을 울리고 깨달음을 전하는 것이다 라고 했다.
이런 범종이 우리나라에 상당이 많이 있었는데 임진왜란과 일제 강점기 시절에 무기를 만들기 위해 많이 탈취되었다는 것이다. 소재가 청동이므로 무기를 만드는데 아주 적합한 재료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범종은 상원사 범종으로 서기 725년에 만들어졌고, 한국의 대표적인 범종은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성덕대왕신종’이다. 올해 나이로 1253살이 된 이 종은 보존하기 위해 2004년부터 타종이 멈춰 더 이상 울리지 않는다. 어떤 소리인지 궁금하다면 경주국립박물관 뜰에 범종각에 ‘성덕대왕신종’이 보존되어 있으며 당시 녹음된 종소리를 온몸으로 들을 수 있다.
성덕대왕신종의 크기는 높이가 3.6m이고 지름이 2.27m이다. 무게가 18.9톤이고 제작 기간은 무려 34년 걸렸는데 서기 771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는 통일신라 금속공예의 절정으로 볼 수 있다. 성덕대왕신종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종이며 긴 여운을 남기는 희귀한 종이다고 한다. 현재 우리 민족이 아끼고 보존하기 위해 국보제 29호로 지정되어 있다. 성덕대왕신종의 특징은 소리라고 한다. 웅장한 소리는 끊어질 듯 이어지고 다시 끊어질 듯 이어지며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멀리 간다고 한다. 일반 종들은 소리의 길이가 10초~20초 정도이지만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는 2분 이상 계속된다고 한다. 이유는 맥놀현상(주파수가 약간 다른 두 개의 파동이 서로 간섭하면서 합성파를 만드는 현상) 으로 그 소리는 오래 먼 데까지 보낼 수 있게 되어있다고 한다.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이라고 불렀던 종)이 소리가 맑은 이유는 소재 분석결과 다량의 유황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유황은 충격이 전파되는 것을 차단해 주는 것으로 타격음을 완화 시켜 좀더 은은한 소리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 맑은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린아이를 넣었다는 설화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유는 재료분석에서 사람의 인체 일부를 넣었다면 아주 미미한 양이라도 ‘인’ 성분이 발견되어야 하는데 ‘인’ 성분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의 종만 가지고 있는 특징은 종위에 종걸이가 있는데 그것이 한 마리의 용과 하나의 음통(피리처럼 생긴 원통)이 있는 용뉴(종의 가장 위쪽에 있는 용의 모습을 한 고리)이다. 종을 치면 종의 잡음(고주파)을 음통으로 걸러내어 주는 역할이 중국와 일본에는 없다. 또 하나의 특징은 소리를 모았다가 키워주는 일종의 공명창인 ‘명동’이다. 명동 역시 중국과 일본에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소리뿐만 아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놀랄 정도로 과학적이라고 한다.
정리하면 지금으로부터 1253년 전 이미 우리 과학은 세계 최고였음을 ‘성덕대왕신종’이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다시 기억해야 할 신라인들의 과학기술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쨉도 안되는 일본은 노벨과학상을 25명이나 배출했다. 우리는 단 한 명도 없다. 노벨과학상 한 개 정도는 가져야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