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올라가는 인원의 구성이 작년과 똑같다.
안선생님, 오선수, 두철과 나
작년엔 선수가 두 명, 임원(?)이 둘이었는데 올해는 모두가 선수라는 점만 달라진 것.
토요일 오후 5시 무렵 전주를 출발해 중간 기착지에서 그래드카니발에게 급유를 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안성휴게소에선 사람들 연료보급(?)
4인4색으로 모두 메뉴가 다르다.
에네(?)지가 중요하다니까^^
휴게소를 막 떠나려는 판에 집에서 전화가 걸려오는데...헐!
장모님이 넘어져서 다리뼈가 부러졌다는...%$#@
만일에 출발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실컷 몸을 가볍게 해놨는데 마음은 갑자기 더 무거워졌다.
서울에 도착해서도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종합경기장에서 탄천 건너편 이면도로에 주차를 하고 전철로 종로3가에 내렸는데 작년에 묵었던 청진모텔은 폐업이 되어 없어져 버렸고 그 옆의 모텔은 아까 강남에서 전화를 했을때까진 방이 있다고 했으나 그새 만땅이 되었단다.
여기를 찾느라 얼마나 헤맸는데...이럴수가!
졸지에 잘곳을 걱정해야 되는 처지가 된 넷이서 사대문 속 도심을 정처없이 떠돌며 숙소를 찾다가 탑골공원 낙원상가 옆에서야 허름한 옛날식 여관을 잡게된다.
무려 시간반을 가방을 멘 채 떠돌았으니 대회 전날 컨디션관리 참 잘하고 있어요^^
내년엔 이것저것 따지지도 말고 곧바로 여기로 오면 되겠다고 만장일치 합의를 보고 각자 준비물을 점검해본다.
역시나 화두는 에네지!
서브3닷컴에서 풀코스용 세트를 산 것을 풀어놓으니 입이 딱~벌어지는데... 이걸 언제 다 먹어?
그래도 에네지가 생긴다는데야 뭘!
나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맥주를 사다놓고 한잔씩들 하는데 요 며칠간 술을 안먹었더니 별로 땡기지도 않네!
의욕이 없어서 그런가?
지난 일주일간 몸상태가 바닥을 헤맸는데, 감기 때문인지 소화기능도 며칠간 악화됐었고 체중이 쭉쭉 빠지던 것이 이제서야 회복 되어가는 판이라...
온돌방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이 잠을 잘 자고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먹는데 패가 둘로 갈린다.
두철과 나는 방에서 김밥과 에네지바로 해결하고, 두 분은 꼭 식당에 가서 먹어야 겠다고 내려갔는데... 몇 분도 안되어 올라온다.
내려가보니 여관건물 1층이 식당인데 놀랍게도 2천원짜리 밥을 팔고 있었다고...헐!
우린 아직 김밥도 몇 개 먹지 않았는데...
숙소에서 복장과 채비를 거의 갖추고 대회장인 광화문 광장까지 걸어서~
날씨는 정말 좋다!
동아대회를 십여회 올라온 중에 최고로 좋은 것 같은데 ... 오늘 뭔가 잘 풀릴 것 같다!
물품배송 차량에 짐을 맡기고 그냥 런닝 복장으로 5분 남짓 워밍업 달리기를 하고나니 대열로 들어가야 될 시간이 되었다.
뒷쪽에서부터 맨 앞의 명예의 전당 그룹까지 가는동안 사람들을 헤집고 가느라...헥헥!!
엘리트 선수들이 출발한 다음에 애국가를 부르고 서울시장 및 기관장들 인사가 이어진 후 명예의 전당 그룹부터 출발~
(나중에 알고보니 올해는 A그룹을 따로 출발시켰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낭패가...)
여느때보다 사람들에 걸려서 복잡하지도 않고 모든 여건이 나쁘지 않는데 구간기록은 기대밖으로 찍혀나온다.
첫 구간에서 21'20"가 나왔으니 실망스러울 수밖에
이건 원... 초반에 시간을 벌어놔도 시원찮을 판에 기준기록에도 못 미치다니...밀려서 못 뛴 것도 아니고...
이러다보니 신발에 신경이 쏠린다.
두철이 수년전에 준 아식스 타사게일을 신고 있는데 지난번 여수와 섬진강대회때 착지가 이상하다고 느꼈기에 자세히 살펴봤더니 앞축 착지면이 오랜시간 충격으로 함몰되어 있었던 것.
어제 낮에 부랴부랴 똑같은 모델이 신발을 구입하려고 몇군데 매장을 돌았는데 유사한 모델인 '타사게일2'는 265mm가 어느곳에도 없단다.
그래서 결국엔 신발장 안에서 놀고 있던 뒷꿈치에 젤이 붙어있는 두툼한 깔창을 넣어 응급조치를 하고 신은 것인데, 명필은 붓을 안가린다지만 그렇지 못하다보니 자꾸만 신발로 신경이 쓰인다.
을지로를 돌고 청계천을 돌고 10, 15Km구간까지 가는 동안 계속해서 랩타임이 기대에 못 미친다.
절대 스피드에서 뭔가 문제가 있나보다.
예전엔 이 정도로 힘들여 뛰면 20분 4~50초 정도는 문제가 없었는데...오늘은 간신히 21분에 턱걸이를 하고 있으니...
15Km구간기록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여기서 1:03:19, 전체를 삼등분으로 나누면 전반이 더 지난 상황인데도 이렇게 벌어놓은 시간이 없으니 ... 답답하다!
하프지점을 1:29:05에 지나며 또한번 실망
그렇다고 게임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주변의 페이스 좋아보이는 사람과 마음속으로 발을 맞춰가며 지하차도를 올라설 무렵 누군가 뒤에서 허리를 탁 친다.
두철이 나타난 것.
힘이 될 파트너를 만난 건 다행이지만 출발시간에서 4분 정도나 차이가 난다는데 (두철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렇다면 얼마나 벅벅거리고 있었다는 얘기냐고요!
어쨌든 심기일전,
집중력을 찾아가며 페이스가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그러던 중에 서울 작은누나의 깜짝출현!
군자역 사거리에서 짠~ 하고 나타났으니 좋아! 힘을 얻어서~
그무렵 아까부터 눈앞에 보이던 온고을의 엄회장님을 앞지르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이 양반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뛰쳐 나간다.
처음에는 단순히 달리는 습관이나 평소의 승부근성 정도로만 치부했는데 한두번도 아니고 대여섯 반에 걸쳐 인터벌 실랑이가 이어지다보니 오기가 생긴다.
예전에도 죽은 완수형과 더불어 30Km 이후에 만나곤 했던 단골손님인데 이번에는 25Km무렵부터 실랑이가 벌어졌으니 ... 너무 빨리 만난게 아무래도...
28~9Km 지점에 이르도록 레이스는 계속되다가 결국 더이상 뛰쳐나가는 반복이 계속되지 않는다.
내친김에 탄력을 받은김에 앞에가는 김정섭씨까지 잡아놓고~아싸 좋아요!
하지만 그렇게도 요란하게 레이스에 집중을 했는데도 구간기록은 여전히 21분에서 떠나질 않는다.
30Km지점에서 2:06:45가 찍힌 것을 보고는 다시금 현실이 느껴진다.
딱 이때쯤 완수형을 만나곤 했었는데...오늘은 더이상 쓸 카드가 없다!
왼쪽에서부터 슬금슬금 조짐을 보이던 경련이 달리던 걸음을 멈춰서게 한 것은 32Km무렵, 햄스트링에 쥐가 난 것인데...휴!
두철을 먼저 보내고 마음을 비우며 한동안 걷다가 다시 뛰는 동작으로 전환해 느린 속도로 살살 달래주니 다행히 풀려나간다.
그 사이에 아까 앞질렀던 김정섭선수 추월해 도망가 버리고...멀리보고 따라붙으려고 속도를 맞춰가다보니 이번에는 오른쪽 햄스트링에서 똑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어쩌자고 이러는지...그냥 둬도 갈길이 험난한데...흑흑!!
왼쪽을 해결했던 방식과 동일하게 시간을 투자해서 회복하고 다시금 대열의 속도에 맞춰간다.
이런 와중에 이미 서브3는 물건너 간 것이지만 단지 그것만이 마라톤을 뛰는 전부는 아니니까...지금부터가 또다른 나의 이야기. 중요한 인생이야기.
대열의 속도에만 맞춰 뛰어도 기록과 상관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잠실대교를 건널때까진 꾸준히 흐름을 앞질러 나간다.
뒷쪽에서 치고 나가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데 아마도 뒷쪽 그룹에서 출발했던 사람들인 것 같다.
두철의 말대로 4분 정도 늦게 시작했다면 그 사람들은 서브3는 따놓은 당상일게다.
기존에 나보다 앞에가던 대열의 흐름만 잡아가면서 막판의 결코 쉽지않은 하지만 풀코스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싸움을 벌여나간다.
35Km지점에서 기록이 2:29:23, 37Km에서 2:39:02가 나오니 최선을 다해 뛰어서 이제까지 뛰었던 구간기록 수준으로 달리고 트랙에서 막판 스퍼트를 할 경우에도 최소 30초 남짓이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쥐가 한번만 났어도 괜찮았을텐데...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런 와중에 그 정도로만 지체되고 회복되어 이 정도까지 이르렀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가치가 있은 것일게다.
적어도 근래 2~3년간 달렸던 어느 풀코스 때보다도 좋은 것은 분명하니까!
오늘은 달라! 달라!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1분대에 맞춰 경기장으로 들어선다.
42번째 풀코스는 이렇게 막을 내리지만 바닥을 치고 재도약 하는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빠샤!
Km |
구간기록 |
누계 |
비고 |
5 |
21:20 |
0:21:20 |
|
10 |
20:58 |
0:42:18 |
|
15 |
21:01 |
1:03:19 |
|
20 |
21:04 |
1:24:23 |
1:29:05(하프) |
25 |
21:22 |
1:45:45 |
|
30 |
21:00 |
2:06:45 |
|
35 |
22:38 |
2:29:23 |
|
40 |
22:18 |
2:51:41 |
|
Finish |
10:04 |
3:01:4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