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첩妾
양일섶
애소愛燒는 아직 젊고 예쁩니다. 그녀의 시조始祖는 페르시아인입니다. 칭기즈 칸의 손자가 한반도에 진출했을 때, 우리나라에 정착하며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완전한 우라나라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사상을 차리는 곳에서는 아직도 문전박대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애소의 집안 가훈은 서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자는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친밀하고 아낌없는 사랑을 나누어 주려고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계에 입문하려는 마음은 추호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더 좋아합니다.
내가 약관보다 더 어린 나이에 포장집 희미한 전등 아래서 애소를 처음 만났습니다. 청명하고 순결한 그녀는 조금 차가운 인상이었지만 대화를 할수록 따뜻한 매력이 넘쳐흘렀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핏줄을 타고 흐르는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촌철살인 같은 힘으로 갑갑한 속을 뻥 뚫어주었습니다. 젊은 패기와 용기를 앞세워 그녀를 하룻밤에 두세 qs 이상 만나는 날도 있었습니다. 이제 육십갑자의 갑 甲을 기다리는 이놈의 몸뚱어리는 아직도 불혹인 그녀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예쁜 별명을 많이 붙여주고 있습니다. 이슬처럼 영롱하다고 ‘참이슬’, 첫 만남처럼 만나자고 ‘처음처럼’,만나면 즐겁다고 ‘좋은데이’, 근심거리를 날려 준다고 ‘시원이’. 그녀는 성격이 원한해 많은 열매와 잘 어울려 놀기도 합니다. 사과, 포도, 배, 딸기, 매실, 살구, 자두, 앵두, 밀감, 오이, 모과, 구기자. 그러나 나는 혼자 있는 애소가 좋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섞여 있으면 시끄럽고 머리가 아픕니다.
애소는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습니다. 힘겨운 군에서의 제대.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회사에서 승진하는 기쁨을 나누는 시간에 그녀는 행복을 두세 배 증폭시켜 줍니다. 첫사랑의 아픔, 부모님과의 이별하는 슬픔, 수십 년 만나온 동료들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느낄 때, 오로지 그녀만은 우리 곁을 지켜주면서 새로운 희망과 도전정신,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애소는 우리의 영원한 멘토입니다.
애소는 항상 녹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깨끗하고 순한 여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음식은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새우깡, 건빵, 쥐포, 라면을 좋아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김치, 족발, 고갈비, 짬뽕 국물을 좋아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식성이 바뀌어 지금은 생선회, 두부김치, 부대찌개, 닭볶음, 골뱅이무침 등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허리와 엉덩이의 사이지가 똑 같습니다.
애소는 마술사입니다. 신기하게도 자신의 신체를 7개의 조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나누어 가지면 모자라고, 세 사람, 네 사람, 다섯 사람, 여섯 사람이 나누어도 모자랍니다. 일곱 사람이 나누어 가지면 너무 작습니다. 그러면 그녀는 다시 몸을 합쳐서 새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변신을 놀라워하지 않습니다.
애소는 아내와 달리 잔소리를 하지 않습니다. 나는 집에서 서열이 4위에 불과하지만 그녀는 항상 나를 왕처럼 대접해 줍니다. 내가 인근에 사는 맥 양麥孃과 바람을 피워도 묵묵히 지켜만 봅니다. 오히려 같이 어울리기도 하면서 잘 놀아줍니다. 1주일 만에 그녀를 만나러 가더라도 짜증도 내지 않고 방긋 미소를 지으며 반겨줍니다.
나는 애소를 밤에만 만납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야행성은 아닙니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면서 볼일 보고, 시간이 나면 언제든지 만나러 오라고 그녀가 부탁을 하기 때문입니다.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집에 일찍 가라고 합니다. 내가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본처가 조금은 무서워서 그럴 겁니다. 그러면서 진한 이별의 키스를 보내줍니다. 황홀함에 빠진 나는 비실비실 집으로 갑니다.
애소를 가슴에 품고 집에 가는 날이면 아내는 웃어줍니다. 이제 아내도 애소를 인정해줍니다. 그리고 나의 옷과 양말을 벗겨주고는 거실로 나갑니다. 나는 시끄럽고 격렬한 밤을 애소와 함께 보냅니다. 새벽에 눈을 뜨면 애소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내가 친정이나 여행을 가고 없으면 나는 애소를 안방으로 부릅니다. 그동안 미뤄왔던 깊은 사랑의 이야기는 밤이 새는 줄을 모르고 이어집니다. 그녀도 이제 옹녀 같은 힘은 사라지고 많이 약해져 있습니다.
애소는 기쁘게 만나서 즐겁게 대화하는 사람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런데 좌석이 끝나기도 전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사고를 치는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인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녀 볼 면목도 없고 변명할 여지도 없습니다. 그녀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한없이 받은 내가 선물한 것은 고작 해장국밖에 없습니다. 이제라도 인삼녹용을 챙기며 그녀에게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애소야!
이제 추억의 앨범을 덮어야겠다. 너와의이별을 앞둔 나의 마지막 소원을 말해야겠구나. 세상을 떠나는 전날 밤, 너를 힘껏 부둥켜안고 마지막 힘을 다해 사랑을 나누고 싶구나. 덧붙여서, 내가 밤마다 별을 헤아리며 지루하게 누워 있을 때, 계절에 한 번쯤은 나를 찾아와 주렴. 나를 무겁게 덮고 있을 메마른 잔디 위에 너의 달콤한 눈물이라도 뿌려주려무나. 그것은 40년을 함께한 첩으로서 너의 당연한 의무가 아니겠니?
윤회설에 따라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애소와 또 다른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수필과 비평>172호
의인화법의 존재론적 형상화
송복련
사람들은 자신이 아끼는 물건이나 취향에 몰입한다. 화자는 소주의 속성에 인간의 감성을 이입시킨 의인화법으로, 사물과 교감하며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수필화자 주인공시점 의인화 문장법-이론적 해석은 감성이입-은 표면적으로는 의인화 문장 세계지만 내면적으로는 수필화자 주인공 1인칭 시점의 문장세계 안에 채용된 의인화문장법이 되는 것이다. (『창작문예수필 작품 선집』이관희 비유 2012)”
여기에서는 화자가 애첩이 된 입장이 아니라 애첩을 거느린 입장에서 소주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간절함이 느껴진다. 소주에 인격을 부여함으로써 우리는 상상력 속에서 애첩을 거느릴 수 있으며 소주는 생명이 있는 존재 즉 문학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애첩은 현실에서 가능한가? 도덕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남성의 입장에서 애첩을 아끼듯 보고 느끼며 맛보면서 사랑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상상의 세계기 때문에 가능하다. 문학작품으로서 소주 예찬은 표현과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애주가로서 화자는 현실적으로는 주량이 줄고 나이가 들었다. 하지만 초록의 젊음을 잃지 않는 애소라는 첩과의 인연과 매력 그리고 미래의 이별에 대한 정감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혼자 독점하지 않으며 담담하게 또는 육감적이기도 하고 죽은 뒤에라도 재회를 하고 싶을 만큼 절절한 감정들을 풍부한 비유로 담아내어 상상의 세계를 폭넓게 펼치고 있다.
의인화를 빼면 글의 구성은 소주의 원산지, 좋아하게 된 이유와 처음 만남, 별명, 심리상담자, 외양, 그리고 내면적인 것으로 마술사, 왕대접을 해주며 마시는 시간과 귀가며 술을 좋아하는 사람 등 마지막까지 술과의 인연을 다시 태어나서라도 맺겠다는 애주가의 소주예찬이 된다. 구체화된 화자의 체험이 표현이 된다면 공감대가 넓어질 것이다.
첫댓글 분석 좋습니다.
1. 다음부터는 [2012 교실 강의안] 중에 있는 <기초 작품 분석과 비평형식>대로 해 주세요.
2. 작품분석 하는 동안은 이곳에 올리지 말고 자기 개인 방에 올려 주세요.
3. 이곳은 비평작업을 다시 하게 될 때 사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