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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기계
1.
아침 시간의 구청은 한산했다. 형제는 입구의 접수대와 마주보는 곳에 놓인 길쭉한 나무 의자에 앉아 누군가 말을 걸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청에 도착하자마자 형제는 입구의 직원에게 자신들의 용건을 밝혔다. 배관을 고치러 왔습니다. 작업복을 입은 형제를 위 아래로 살펴 본 직원은 정문 옆에 달린 조그마한 직원용 출입구를 열어 주었다. 좁은 직원용 출입구는 허리를 굽혀야만 들어설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구청 안으로 들어섰다. 그 이후, 누구도 두 사람을 돌아보지 않았다.
형은 의자 옆의 선반에 꽂혀 있던 작은 책자를 읽고 있었다. 조잡한 만화로 된 국민 연금에 관한 홍보 자료였다. 그림 하나가 형의 눈길을 끌었다. 왜소한 체구의 남자가 그려진 그림이었다. 회색 양복에 안경을 쓴 남자의 어깨에는 커다란 돌들이 실려 있었다. 각각의 돌에는 ‘질병’이나 ‘재해’, ‘경제 능력 상실’과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돌의 무게에 눌린 남자는 금세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다음 페이지에는 남자의 위쪽에서 나타난 거대한 하얀 색 손이 돌들을 움켜쥐어 부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하얀 손의 팔뚝에는 ‘국민 연금’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림 속의 남자는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손을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과장된 말풍선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대단하군!” 형이 피식 웃었다. 그래, 이거 참 대단하군.
동생은 구청 문 밖에 줄지어 선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청의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찾아 온 사람들의 줄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딘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발밑을 툭툭 차거나, 거울을 들여다보거나, 기지개를 펴고 있었다. 몇 분이 지난 후 사람들은 이러한 행동을 서로 바꿔가며 반복했다. 어딘가를 바라보던 남자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거울을 들여다보던 여자는 기지개를 폈다. 누군가는 어딘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누군가는 발밑을 툭툭 찼다. 동생은 구청 안으로 눈을 돌렸다. 접수대 너머의 직원들은 각자 정해진 자리에 앉아 하루의 업무를 준비하고 있었다. 구청 밖의 사람들도, 구청 안의 직원들도 모두 무언가에 심각하게 몰두하고 있었다. 동생은 불안해졌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자신들이 바쁜 사람들 속에 섞여서는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생은 구청 안으로 이리저리 눈을 돌렸다. 한시라도 빨리 담당자를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구청의 공무원들은 모두 담당자처럼 보이거나, 모두 관계없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형이 동생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동생이 형을 돌아봤다. 작업복 칼라 부분을 가리키며 형이 말했다.
“끝까지 채워.”
풀어 놓은 맨 위쪽 단추를 서둘러 채우며 동생이 머쓱하게 웃었다. 동생은 형을 봤다. 작업복을 입은 형은 멋졌다. 짙은 감색의 상하의 모두 흠잡을 곳이 없다. 상의의 칼라는 빳빳하게 다림질됐고, 바지 아래 단은 두툼한 워커 안으로 잘 갈무리 됐다. 동생은 어떻게든 형처럼 단정한 몸가짐을 해보려고 이리 저리 옷을 만졌다.
접수대 건너편의 문이 열렸다. 폴로셔츠에 면바지를 입은 사내 하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형제를 발견한 사내는 형제 쪽으로 걸어왔다. 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구가 든 상자를 챙기며 동생은 형을 따라 나섰다.
2.
구청의 지하실로 통하는 철문은 커다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자물쇠를 열며 사내가 말했다.
“열어 놓아도 상관은 없지만, 위 사람들은 의외로 이런 문제에 민감해서 말이죠. 보일러실은 지하 삼층입니다.”
이해한다는 듯 형이 미소 지었다. 형이 말했다.
“시운전을 했을 때, 문제가 생긴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며 사내가 말했다.
“스위치를 올렸는데 스팀이 나와야 할 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올라서 다들 깜짝 놀랐답니다. 벌써 몇 사람이나 왔다 갔지만 모두 다른 소리를 하더라고요. 누구는 보일러 배관이 문제라고 하고, 누구는 하수도 배관이 문제라고 하고. 위 쪽 건물은 지은 지 얼마 안 됐지만, 지하 쪽은 예전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말이죠. 아무튼 겨울까지 난방이 제대로 돌아가야 할 텐데.”
열린 자물쇠를 철문의 손잡이에 걸어 놓으며 사내가 혀를 찼다. 고개를 끄덕이며 형이 지하실 문을 열었다. 지하실로 통하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단 아래쪽은 어두웠다. 사내가 말했다.
“안쪽에 스위치가 있습니다. 계단이 끝나는 곳의 벽을 살펴보세요.”
말을 마친 사내가 돌아섰다. 형은 공구 상자에서 손전등을 꺼내어 불빛을 비추며 계단을 내려갔다. 동생이 뒤를 따랐다.
형제는 삼층까지 내려갔다. 형이 손전등으로 벽을 더듬었다. 자그마한 검은색 꼭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형이 스위치를 올렸다. 줄을 지은 형광등이 저마다 다른 리듬으로 깜박거렸다. 희뿌연 빛이 지하실을 밝혔다.
동생은 공구 상자를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 봤다. 지하실은 길쭉한 통로였다. 천장 가득히 육중한 배관이 대여섯 개 정도 일렬로 줄을 지어 있었고 그 사이로 가느다란 배관이 촘촘히 늘어서 있었다. 바닥에는 합성수지로 된 녹색 타일이 깔려 있었다. 발길을 옮길 때마다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천장에 달린 배관의 이음새에서 흘러내린 물이 군데군데 고여 있었다. 통로의 맞은편에 형제가 열고 내려 온 것과 흡사한 철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형은 자신이 올린 스위치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형이 말했다.
“스위치도 예전 거네. 진짜 여긴 하나도 손을 대지 않은 모양이야.”
형은 천장을 봤다. 주홍색 페인트가 칠해진 두꺼운 배관은 통로의 끝에서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형은 공구 상자에서 접이식으로 된 막대를 꺼내어 펼쳐 천장의 두꺼운 배관을 살짝 때렸다. 금속성의 소리가 짧게 울렸다. 형은 계속해서 천장에 이어진 배관을 남김없이 막대로 두들겼다. 무겁고 탁한 금속의 관들이 비슷한 톤으로 짧은 기침을 토해냈다.
동생은 형이 하는 일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버지가 죽은 후, 형은 다니던 대학교를 그만 두고 배관 일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형은 동생에게 단 한 번도 배관 일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았다. 동생은 형이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천장의 배관을 모두 두들겨 본 후, 형은 잠시 손을 멈췄다. 막대를 접어 공구 상자에 넣은 후 형은 동생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동생이 공구 상자를 들었다. 형제는 앞으로 걸어갔다.
“어디가 잘못된 거야?”
동생이 물었다. 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 만이 좁은 지하실 통로에 울렸다. 통로 맞은편의 철문 앞에서 형이 입을 열었다.
“확실히 해 두자.”
동생을 돌아보는 형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네가 자꾸 고집을 부려서 따라오는 걸 허락하긴 했지만, 나는 너한테 이 일 시킬 생각 눈곱만큼도 없어.”
어떤 이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 형은 동생을 쏘아 보며 말했다.
“이번 학기는 이미 휴학을 해 버렸으니 어쩔 수 없다고 치지만, 다음 학기에는 반드시 학교로 돌아가야 해. 그러니, 이 일에 네가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어. 알아들어?”
이곳에 따라오기 전부터 몇 번이고 형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였다.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한 듯 형이 웃었다. 천장의 배관을 둘러보며 형이 말했다.
“일단은 보일러로 가 봐야지. 스팀이 나와야 할 곳에서 연기가 나왔다니까, 일차적으로는 보일러 자체에 이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많아. 그렇지만 그거야 다른 기술자들도 살펴봤을 테니까 거기에서 이상이 없다면, 보일러에서 가까운 배관부터 하나씩 살펴보는 수밖에 없어. 문제는…….”
철문 옆의 울퉁불퉁한 벽을 손가락으로 살짝 긁으며 형이 말했다. 장갑을 낀 형의 손가락에 콘크리트 부스러기가 묻어 나왔다.
“보다시피 이쪽은 엄청나게 오래 된 시설이야. 그냥 오래 된 거면 모르겠는데, 이 위에 구청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여기 아래쪽은 그냥 덮어버리듯이 공사를 해 버렸단 말이야. 위쪽의 배관이야 전부 새것이겠지만, 아래쪽은 몇 십 년 전부터 써오던 것들일 거야. 이상이 있다면 그쪽 배관이겠지만, 열어서 안을 보기 전에는 어떤 게 이상한지 알 수 없어.”
“배관을 전부 열어 볼 수 있어?”
“열어 보는 건 어렵지 않아. 중간의 한 부분을 들어내서 안을 살펴보면 되니까. 고치는 건 다음 문제지.”
형이 철문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동생을 돌아보며 형이 말했다.
“네 휴학이 끝날 때까지 심심하진 않을 거다.”
형이 힘차게 철문을 잡아당겼다. 급소를 맞은 짐승처럼 철문의 경첩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동생이 눈을 찡그렸다. 그 모습을 보며 형이 낄낄거렸다. 형제는 철문 안으로 들어섰다.
“배관은 혈관하고 비슷해.”
통로를 따라 걸으며 형이 말했다.
“복잡하게 설명하자면 끝도 없으니까, 대충 그렇게 이해하라고. 배관은 혈관. 어디에나 이어져 있고, 모든 곳에 영향을 주지.”
동생은 천장을 봤다. 형의 말을 들어서일까? 어두침침한 형광등 불빛의 그림자에 섞여, 주홍색 배관의 붉은 빛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형의 말대로 붉은 배관은 살아있는 짐승의 몸에 들어차면 제 격일 것 같다. 형이 말했다.
“몸의 어디 한 부분이 망가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잖아? 맞아서 멍이 들었거나, 피가 나거나. 그런데 눈에 띄는 상처가 없는데 어느 한 구석이 고장 났다면? 그건 배관 때문이야. 잘못된 배관이 다른 부분을 고장 내는 거지.”
동생은 형의 말을 차분히 되씹었다. 잘못된 배관이 다른 부분을 고장 낸다? 천장을 찬찬히 살폈다. 흉하게 모습을 드러낸 건물의 혈관이 잔뜩 솟아나 있었다. 동생은 숨을 깊이 들이 쉬었다. 환기가 되지 않은 지하실의 공기가 폐에 들어찼다. 움직이지 않는 공기는 몹시 무겁고 농도가 짙었다. 차갑고 퀴퀴한 냄새였다. 죽은 짐승들이 토해냈을 법한 숨결. 동생은 어릴 적에 보았던 강아지의 죽은 몸을 떠올렸다. 도로에 나뒹굴고 있던 죽은 강아지의 검붉은 배 속. 아직 소화되지 않은 음식 찌꺼기들이 가득 담긴 내장의 안 쪽. 천장에 솟아난 배관을 눈으로 쫓으며 동생은 배관으로 이어진 건물의 배 속을 상상했다. 배관 깊숙한 곳에는 몇 개의 가느다란 배관이 뻗어져 있었다. 불빛이 닿지 않는 깊은 곳에는 더욱 가는 배관이 뻗어 있을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수 천, 수 만 개의 배관은 어디에나 이어지고, 모든 곳에 영향을 준다. 동생은 머리 위를 달리고 있는 수 없이 많은 배관들 속으로 걸쭉한 액체들이 담겨 꿀렁거리며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형제의 발자국 소리가 동생의 귀에 울렸다. 발자국 소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가볍게 벽을 치고 돌아와 끊임없이 통로 사이를 울렸다. 그 울림은 누군가의 심장 소리 같았다. 살아있는 무언가가 끝도 없이 움직이는 소리.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동생은 들고 있던 공구 상자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형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형의 등에 부딪치다시피 하며 동생이 멈춰 섰다. 형이 동생을 돌아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 안 들려?”
형제는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두 사람은 비슷한 이명(耳鳴)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귀에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아니면 저 밖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분간할 길은 없었다. 좁은 지하실 통로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낮은 그 소리들은 분명히 들린다고도, 혹은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동생이 말했다.
“소리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아까부터 조금 머리가 어지럽긴 해.”
형은 아래를 봤다. 바닥에 깔린 녹색 타일이 형광등 불빛에 반짝거렸다. 이상할 정도로 발바닥이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발밑을 쿵쿵 구르며 형이 말했다.
“기압 때문일 거야. 여기는 위쪽하고 달라서 처음 들어온 사람들은 종종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하거든. 곧 괜찮아질 거다.”
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어두운 지하실 안쪽을 향해 걸어갔다.
3.
형제는 보일러실에 들어섰다. 보일러실에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가득했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였다.
바깥에서부터 연결된 배관은 구석에 놓여 있는 둥근 기계에 연결되어 있었다. 주저 없이 형은 둥근 기계 앞으로 다가섰다. 형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기계의 철판을 벗겨냈다. 잠시 동안 형은 보일러 안을 살폈다.
“깨끗하네.”
혼잣말처럼 형이 중얼거렸다. 공구 상자를 든 채 우두커니 서 있던 동생을 돌아보며 형이 말했다.
“그거 내려놓고 어디 앉아서 쉬고 있어. 몇 가지만 점검해 보고 일 시작할 거니까.”
형이 시키는 대로 동생은 자리에 앉았다. 형은 아무 말 없이 기계에 달려 있는 계기판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동생은 일을 하는 형의 등을 보고 있었다. 고집을 부려 여기까지 따라오긴 했지만 형은 정말로 동생에게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을 셈인 것 같았다. 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생 역시 결심한 바가 있었다. 동생이 다니는 대학교는 그다지 알려진 곳이 아니었다. 운이 좋아 어디의 괜찮은 회사에 들어간다 해도 고작해야 월급쟁이가 될 뿐이다. 그런 곳에 들어가 몇 푼 안 되는 월급에 목을 매느니 형과 함께 배관공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배관 일이 고되다는 것은 동생도 잘 알고 있었다. 처음 일을 배울 때 형이 얼마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봤기 때문이다. 형의 작업복에 잔뜩 달라붙어 있던 진흙과 손톱 끝을 검게 물들이던 기름얼룩을 동생은 기억한다. 피곤에 찌들어 입을 벌리고 자던 형의 얼굴과, 머리칼 한 올 한 올에 깊이 배어 있던 악취도 기억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동생은 형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
형이 옷을 툭툭 털며 동생에게 다가왔다.
“아무 이상 없음.”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이대로 끝이야?”
보일러실 천장의 배관을 가리키며 형이 말했다.
“아마 저기 위쪽 배관 중에 한 군데가 막혔을 거야. 일단 시험적으로 중간 부분을 들어내서 어디가 문제인지 확인한 다음, 문제가 있는 배관을 따라 가며 청소 해야지.”
형은 공구 상자에서 스패너를 꺼내어 가장 두꺼운 배관 밑으로 갔다. 형이 배관의 중간에 닿아 있는 이음새의 볼트를 돌렸다. 손을 보태기 위해 동생이 형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형이 말했다.
“그냥 앉아 있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동생이 자리에 앉았다. 배관의 이음새를 뜯어낸 형은 금속 막대를 배관 속에 넣었다 뺐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형은 뜯어낸 배관을 제자리에 끼웠다. 그리고 다음 배관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점검했다. 동생은 형이 하는 일을 눈으로 쫓았다. 아무리 봐도 형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형은 몇 분 째 같은 일을 반복했다. 아무 말 없이 형은 정해진 것 같은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었다. 무료함에 지쳐 동생은 보일러실의 구석구석을 눈으로 쫓았다.
그 때, 그것이 눈에 들어왔다.
4.
주황색 페인트가 칠해진 나무로 된 문이 보일러실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교묘한 크기의 문이었다. 어른이 자유롭게 드나들기에는 좁았고 어린 아이에겐 컸다. 허리를 굽히면 들어갈 수 있었지만, 선 채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처음 문을 발견한 동생은 그것이 진짜 어딘가로 통하는 문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문의 형태를 하고 있는 어떤 기계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형은 배관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동생은 아무 생각 없이 문 앞에 다가섰다. 문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작은 떨림 같은 것이 손에 전해졌다. 가방 깊숙이 들어 있는 핸드폰의 진동처럼 묘한 떨림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동생은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진한 피 냄새가 문 안 쪽에서 훅 끼쳐 왔다. 동생은 강한 욕지기를 느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안쪽으로부터 심한 잡음이 들려왔다. 잡음은 비어 있는 공간 사이를 육중한 질감으로 가득 채우며 울렸다. 그것은 많은 수의 사람이 한꺼번에 중얼거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 깜짝 놀란 형이 동생을 돌아봤다. 열린 문 앞에 동생이 주저앉아 있었다. 형은 동생에게 달려갔다. 동생은 컥컥 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형에게도 피 냄새가 확 끼쳐왔다. 형은 문의 안쪽을 봤다.
문 안쪽의 방은 보일러실보다 천장이 훨씬 높았다. 두 세층 높이는 족히 될 것 같았다. 천장의 한 가운데에 그다지 밝지 않은 조명이 비치고 있었다. 검붉은 색의 거대한 덩어리가 방 안 가득 들어차 있었다. 형은 놀라움보다 어리둥절함을 느꼈다. 대체 저게 뭐지? 형의 눈이 점점 어둠에 익숙해져 갔다.
커다란 덩어리로 보이던 것은 아주 큰 기계였다. 마치 시계탑의 내부를 옮겨 놓은 것 같았다. 기계는 톱니바퀴와 크랭크, 파이프, 평행판 같은 부품들과 쉽게 이름을 떠올릴 수 없는 그 밖의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톱니바퀴들은 잠시도 멈춤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부품들 사이로 끼릭거리는 쇠의 마찰음이 새어나왔다. 마찰음은 서로 부딪치며 더욱 큰 불협화음을 이루었다. 규칙적인 소리와 불규칙적인 소리가 섞였고, 비슷한 소리와 전혀 다른 소리가 단단히 이어져 있었다. 웅웅거리고, 철컥거리고, 덜컹거리는 소리들이 분간할 수 없는 잡음이 되어 사방을 채웠다.
동생의 어깨를 안으며 형은 숨을 몰아쉬었다. 형은 정신을 집중해 기계의 형태를 살폈다. 배관일을 하면서 형은 여러 가지 기계를 접해 왔다. 아주 단순한 구조의 발전기부터 매우 복잡한 구조의 환풍기까지, 형은 모든 종류의 기계를 구분해 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방 안쪽의 기계는 다른 어떤 기계와도 달랐다. 우선 크기부터 압도적이었다. 방 안의 기계는 높은 천장의 지하실 끝까지 가득 들어차 있었다. 기계의 폭은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좁아져 들어가고 있었기에 얼핏 보면 마치 어떤 탑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탑이라고 하기에 기계의 생김새는 매우 불규칙적이었다. 어딘가의 모서리에는 톱니바퀴가 튀어나와 있었고, 어딘가의 끝부분은 크랭크로 연결되어 있었다. 몇 개의 파이프가 나란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부분도 있었고, 단순하게 고철 덩어리 같은 것으로 마무리된 부분도 있었다. 기관과 기관 사이에는 파이프가 이어져 있었다. 이리 저리 구부러지거나 교차되는 여러 가지 형태의 이음새로 연결된 파이프들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서 끝나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몇 개의 톱니바퀴에는 체인이 걸려 있었다. 체인들은 멀찍이 떨어진 다른 톱니와 연결되어 힘을 전하고 있었는데, 때때로 몇 개의 체인은 톱니의 움직임에 따라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거나, 끊어질 것처럼 팽팽해 졌다가 이내 축 늘어지기도 했다. 어떤 부분에는 투명한 관이 돋아 있었다. 관 속에는 서로 다른 색깔의 액체가 들어차 있었다. 액체들은 계속해서 그 색을 바꿔가고 있었다. 가끔 화려한 원색의 액체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색이 바뀌어 가는 동안의 우중충한 중간색이나 무채색을 띄고 있었다. 기계엔 빈틈이 없었다. 각 부분마다 부속품들이 빽빽이 들어 차 있었다. 부속품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무엇인지 구분하는 것은 가능했을 것이다. 연결된 톱니바퀴들, 크랭크들, 파이프들, 시계 바늘이 달린 유압계나 온도계들, 피스톤과 스프링들. 하지만 그런 부속품을 한데 모아 놓으니 뭐가 뭔지 도저히 알아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엉망으로 조합돼 있었음에도 기계는 쉴 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톱니바퀴를 따라 크랭크가 돌고 파이프가 몸을 떨었다.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없는 시계 바늘이 세차게 돌아갔고, 그 때마다 피스톤이 움직이거나 증기 같은 것이 치익거리는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왔다. 한 귀퉁이의 일부분이 큰 잡음과 함께 털털거리다 이내 가라앉더니, 다시 그 움직임에 맞추어 다른 부분이 몸을 떨었다. 때때로 부분 전체가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다. 특정한 부품의 집합들이 커다란 평행판에 실려 털털거리며 다른 위치로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빈자리에는 다른 부품의 덩어리들이 들어찼다. 피스톤이 있던 곳에 실린더가 내려왔고, 파이프가 있던 곳에 고무 벨트에 연결된 톱니가 자리했다. 기계의 움직임들은 때로는 법칙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다음 움직임을 예상하는 순간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곤 했다. 규칙적인 움직임과 특이한 움직임들은 어느 새 합쳐져 거대한 작동을 만들어 냈다.
형은 온힘을 다해 기계의 작동을 이해하려 했다. 생김새에서 용도를 알아낼 수 없다면, 움직이는 방식에서 알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머리로 그런 것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형이 이전에 봐왔던 기계들은 아무리 생소하다 하더라도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기계는 달랐다. 생김새도 작동도 생소했다. 맞물려 돌아가는 수 천 개의 톱니바퀴가 있었다. 쉼 없이 돌아가는 톱니들은 연결된 크랭크들을 움직였다. 크랭크가 움직일 때마다 파이프와 피스톤이 몸을 떨었다. 거기에서 동력을 얻은 길쭉한 철판이 털털거리며 움직였고, 그러한 철판의 움직임이 기계의 다른 부분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부속들은 쉴 새 없이 자리를 바꾸며 움직였다. 그런 움직임을 모두 눈으로 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형은 동생에게 눈을 돌렸다. 바닥에 주저앉은 동생은 조금 진정이 된 듯 했다. 형은 결심을 굳혔다. 동생이 말릴 틈도 없이 형은 허리를 굽혀 문 안 쪽의 방으로 들어섰다.
방 안에 들어서자 피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냄새는 기계에서 나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해 그것은 피 비린내가 아니라 녹이 슨 철의 냄새였다. 기계에 가까이 갈수록 냄새는 점점 더 진해졌다. 후각이 마비되어 갔다. 형은 과감하게 기계를 향해 다가섰다.
형은 기계 앞에 섰다. 어두운 조명 때문에 명확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기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계의 아래쪽은 위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두드러지게 큰 톱니바퀴와 크랭크들이 눈에 띄었으나, 아래쪽은 수 없이 많은 작은 부품들의 집합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톱니바퀴들이 바닥에서 솟아난 것처럼 납작 엎드려 맞물리고 있었다. 작은 톱니바퀴들이 뭉치를 이루어 아래쪽을 구성하고, 그 위에 더 큰 톱니들이 맞물리는 식으로 기계는 천장을 향해 몸을 뻗고 있었다. 바닥에서 돌아가고 있는 톱니를 향해 형은 손을 뻗었다. 손가락으로 작은 톱니바퀴를 눌렀다.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작은 톱니바퀴들은 자신이 돌던 방향을 향해 무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형은 고개를 들었다. 그저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기만 하는 아래 부분에 비해 기계의 중간 부분은 보다 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중간 부분을 이루는 기계의 부품들은 제자리에서 몸을 틀거나, 아래에 있던 부분이 위로 올라가고, 위에 있던 부분이 아래쪽을 채우고, 왼쪽과 오른쪽이 뒤바뀌면서, 쉴 새 없이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어떤 부분은 줄곧 자신의 위치를 지켰고, 어떤 부분은 쉴 새 없이 자리를 바꿨다. 그런 기계의 작동이 대체 무엇을 위한 건지 형은 알 수 없었다. 소모되는 움직임, 그저 움직일 뿐인 움직임만이 계속 되고 있었다.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끝이 나는지 알 수 없었다. 시선을 더 위로 옮겼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그림자가 짙어져 제대로 그 모습을 살필 수가 없었다.
형은 호흡을 가다듬고 차분히 기계의 움직임에 대해 생각했다. 아래쪽의 톱니부터 중간부까지 이어진 부속들의 동작을 하나씩 짚으며, 이 커다란 기계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기계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 뿐 아니라, 그 뒤에 도사린 안쪽도 치밀하고 정교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형은 더욱 집요하게 기계의 움직임을 추리했다. 하지만 형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기계의 안쪽에서 벌어지고 있을 불가해한 금속들의 충돌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의 무참하고 냉정한 작동들. 손톱만큼의 균열도 허락하지 않는 기계의 안쪽은 공기도 스며들지 못할 것 같았다.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연속적인 맞물림뿐일 것이다. 오직 다음 순간의 접촉을 위해 끝없이 돌아가는 움직임들.
형은 가슴이 답답했다. 동생이 몸을 일으켰다. 형이 말했다.
“여기서 나가자.”
5.
돌아오는 동안 형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지하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형은 동생에게 씻으라는 말을 남기고 벽장에 올려두었던 오래 된 물건이 담긴 상자를 꺼냈다. 신들린 사람처럼 형은 상자 속을 뒤졌다. 동생이 몸을 씻고 나왔을 때, 형은 상자에 들어 있던 ‘기계 공구 사전’과 각종 기계의 구조도를 펼쳐 놓고 있었다.
동생은 형이 뒤지던 상자를 기웃거렸다. 편지나 서류 뭉치 같은 것이 수북하게 쌓인 가운데에 그리운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 아버지를 조르고 졸라 겨우 산 가정용 게임기였다. 동생은 게임기를 꺼내 들었다. TV에 연결하는 케이블과 전원 단자가 그대로 꽂혀 있었다. 게임기를 연결하고 스위치를 올렸다. 흥겨운 전자음이 울려 퍼졌다.
“형, 이거 봐! 아직도 되잖아?”
활짝 웃으며 동생이 말했다. 등 너머로 형이 TV 화면을 흘깃 봤다. 게임기의 패드를 손에 쥔 동생이 버튼을 누르자 게임이 시작됐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색 벽돌이 늘어서 있었다. 그 위에 자그마한 난쟁이 하나가 서 있었다. 코에 수염이 달린 난쟁이가 벽돌을 머리로 부딪치자 동전이나 버섯 같은 것이 튀어 나왔다. 동생이 말했다.
“기억 안 나? 슈퍼 마리오! 우리 매일 이것만 붙잡고 있었잖아.”
피식 웃으며 형은 고개를 돌렸다. 동생은 점점 더 게임에 빠져 들었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옛날 기억이 되살아났다. 동생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벽돌을 부수고, 다가오는 거북이들을 밟아 죽였다. 게임은 점점 더 흥미진진해졌다. 커다란 파이프 몇 개를 넘고 벽돌 위를 타고 오르거나 재빨리 달려 포탄을 피해나갔다. 줄지어 늘어선 파이프를 동생이 뛰어 넘었을 때, 갑자기 형이 말했다.
“거기, 넘어가지 마.”
의아한 표정으로 동생이 형을 돌아봤다. 형이 동생에게서 패드를 뺏어들었다. 형은 줄지어 늘어선 파이프 중 하나에 난쟁이를 위치시켰다. 패드의 십자 버튼 아래쪽을 누르자 기묘한 효과음과 함께 난쟁이가 파이프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숨겨진 길. 이거 가르쳐 달라고 어릴 적에 나한테 조르던 거 기억 안 나?”
형이 동생에게 패드를 건넸다. 숨겨진 길은 곧장 보스 캐릭터에게로 통해 있었다. 커다란 거북이가 난쟁이를 노리고 불꽃을 뿜고 있었다. 공주를 납치한 대마왕.
동생은 힘차게 난쟁이를 전진시켰다. 있는 힘껏 달려 마왕의 등을 향해 뛰어 올랐다. 하지만 마왕의 등껍질에는 뾰족한 가시가 박혀 있었다. 거기에 닿자 난쟁이는 목숨을 잃었다. 동생이 머리를 긁적였다.
“오래간만에 하니까 잘 안 되네.”
“실력이 부족한 거야. 이리 내.”
형이 동생에게서 패드를 받아들었다. 이전과 같은 상황에서 다시 게임이 시작되었다. 마왕이 불꽃을 뿜었다. 이리 저리 난쟁이를 움직여 불꽃을 피하던 형은 마왕이 높이 뛰어오를 때 교묘하게 난쟁이를 전진시켰다. 그리고 가볍게 뛰어 올라 마왕이 등 뒤에 놓여 있던 물음표가 새겨진 빨간 스위치를 눌렀다. 마왕이 밟고 있던 발판이 밑으로 꺼졌다. 용암 속으로 마왕이 사라졌다. 경쾌한 행진곡 소리가 들리고 화면 위쪽에서 묶여 있던 공주가 내려왔다. 동생이 형을 향해 호오, 하고 감탄했다. 형이 말했다.
“아직 끝난 거 아냐. 저 공주는 가짜거든.”
새로운 스테이지가 시작됐다. 동생은 형이 펼쳐 놓은 사전과 기계의 구조도를 봤다. 동생이 말했다.
“그 기계 뭘까?”
“모르겠어,”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고 형이 말했다.
“이것저것 살펴보긴 했는데 처음 봐, 그런 거.”
새로운 스테이지에선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적과 포탄이 쏟아졌다. 형은 어느 새 마왕으로 통하는 또 다른 파이프를 타고 내려갔다. 마왕이 뿜어대는 불꽃을 피해 형은 다시 한 번 스위치를 밟았다. 발판이 사라지고 마왕은 용암 속으로 떨어졌다. 동생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진짜 무슨 중요한 기계 같은 거 아닐까?”
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패드를 손에 쥔 형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동생이 말했다.
“중요한 기계인데, 아무도 거기 있는 걸 모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잖아?”
“신경 쓸 필요 없어.”
형이 말했다.
“알지도 못하는 기계에 대해 생각해 봤자 뭐해? 쓸데없는 고민하지 마. 일에 방해만 되니까. 너는 잠자코 학교로 돌아갈 준비나 해.”
형은 단호했다. 동생은 입을 다물었다.
게임은 거의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수많은 불꽃과 포탄들이 쏟아졌다. 적들의 공격은 잠시도 멈출 수 없을 만큼 거셌다. 형은 그 모든 공격을 예상이라도 한 듯 요리조리 난쟁이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다. 갑자기 형이 말했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기억해?”
동생은 물끄러미 형을 봤다. 게임에 열중한 채 형이 말을 이었다.
“네가 중학교 때였지?”
“응. 형이 대학교에 들어가던 해야.”
“왜 돌아가셨는지 알아?”
“사고였잖아. 아파트의 물탱크를 청소하다가 거기 빠지셨다고.”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지만, 실은 좀 웃기는 이야기야. 쥐 때문이었거든.”
“쥐?”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탱크 안에 쥐가 죽어 있었대. 그걸 꺼내려고 허리를 숙였다가 미끄러진 거지. 며칠이 지나서야 발견이 됐는데 몸이 물에 퉁퉁 불어 있었대. 손에 쥐 한 마리를 꼭 쥔 채로.”
형은 게임을 멈추고 몸을 일으켜 상자 안에서 누런 종이봉투를 꺼내 동생에게 건네주었다. 동생은 봉투의 내용물을 꺼냈다.
“아버지 사무실에서 찾은 거야. 뭔지 알겠어?”
봉투에 들어 있던 것은 형제가 어릴 적에 받은 상장이나 성적표였다. 학교에 다니는 동안 형제가 썩 훌륭한 결과를 내어 온 것은 아니었다. 또래의 평균적인 아이들만큼 간혹 좋은 성적을 받았을 뿐이다. 초등학교 때 10등 안팎을 오가던 등수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차차 밑으로 내려갔고, 어딘가의 사생 대회나 백일장에서 받은 상장들도 대부분 장려상 수준이었다. 동생은 말문이 턱 막혔다. 아버지는 이걸 전부 보관해 놓았던 건가?
“아버지는 너무 순진했어.”
똑바로 동생을 바라보며 형이 말했다.
“그 보잘 것 없는 상장과 성적표가 아버지에게는 마치 예언 같았을 거야. 너와 내가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 거라는 축복. 나야 어쩔 수 없이 이 꼴이지만, 너는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거야. 왜 너한테 배관 일을 안 가르쳐 주는지 알겠지?”
동생은 형제가 받은 수많은 장려상과 초라한 성적표를 봤다. 형이 말했다.
“슈퍼 마리오의 직업이 뭔지 알아?”
동생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배관공이야. 저 갈색 난쟁이 말고 녹색의 난쟁이가 있는 것 알지? 이인용으로 하면 서로 번갈아가며 게임하게 되잖아? 둘이 형제야. 마리오와 루이지. 더럽게 재수 없는 집안이지. 형제가 둘 다 배관공이니.”
형이 게임기를 껐다. 상자에서 꺼낸 물건들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며 형이 말했다.
“나는 마리오 같은 거 될 생각 눈곱만큼도 없어. 배관공은 나로 끝이야. 나는 절대로 너를 루이지로 만들지 않을 거야.”
못을 박듯이 형이 말했다.
“그러니까 너는 보일러든 기계든 신경 쓰지 마.”
6.
다음 날 아침, 동생이 일어났을 때 형은 자리에 없었다. 동생은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구청으로 향했다.
보일러실은 비어 있었다. 기계가 놓인 방으로 통하는 좁은 문이 열려 있었다. 동생은 허리를 굽혀 조심스레 안을 살폈다. 기계 앞에 형이 서 있었다. 동생이 형을 불렀다. 형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형에게 다가갔다. 형이 말했다.
“아침부터 살펴봤는데 할 수 있겠어.”
기계 소리에 묻혀 형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잡음 사이로 형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거, 멈추자.”
발치에 놓인 공구 상자에서 쇠로 된 지렛대를 꺼내들며 형이 말했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가르쳐 줄 테니까 내 말대로만 해.”
희뿌연 조명 아래 형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갑자기 동생은 불안해졌다.
“형,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기계 멈추자고. 내가 다 살펴봤으니까, 너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해.”
“멈추다니, 이걸 왜 멈춰?”
동생은 형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잡음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녹슨 쇠에서 나는 강한 냄새는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았다. 속이 메스꺼웠다. 동생이 말했다.
“우리 마음대로 이걸 멈추거나 하면 위에 있는 사람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 아냐? 멈췄다가 큰일이라도 나면 어떻게 해?”
“큰일? 무슨 큰일이 나는데? 이게 뭐에 쓰는 기계인지 너는 알아?”
동생은 당황스러웠다. 따지듯 형이 말했다.
“완전히 부수자는 것도 아니고, 잠시만 멈춰 놓자는 거야. 만약에 구청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보일러를 고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 뭐. 여기 이런 기계가 있다는 얘기 들어 봤어? 아마 위쪽 사람들도 모르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잠깐만 멈춰 놓자고.”
“그러니까 왜 그래야 하느냐고?”
“왜 그러면 안 되는데!”
갑자기 형이 언성을 높였다. 형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동생은 놀라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형이 소리쳤다.
“밤에 한숨도 못 잤어. 이런 물건이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는 거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올라와. 너는 지금 도착했으니까 모르겠지? 어제 밤부터 지금까지 기계 소리가 귀에서 떠나질 않아. 그리고 이 냄새! 이런 걸 가만히 놔두고 어떻게 보일러를 고쳐?”
두 팔을 세차게 휘두르며 형이 말했다. 형이 이러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릴 적부터 형은 늘 어른스러웠고, 아버지가 죽은 다음부터는 더욱 그랬다. 그런 형이 어린애처럼 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형이 말했다.
“완전히 부수겠다는 것도 아냐. 그냥 잠시만, 보일러를 고칠 때까지만 멈춰 놓자고. 여기에서 볼 일이 끝난 다음에야 이 기계가 계속 돌아가든 무너지든 상관 안 해. 하지만, 이 철 덩어리를 그대로 놔두고 모른 척 하는 건 불가능해.”
“불가능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하고 가면 되잖아.”
“신경이 쓰여서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이 소리를 듣고, 이 냄새를 맡고, 이 기계의 생김새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동생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기계가 주는 인상은 그만큼 강렬했다. 냄새, 소리, 생김새. 모두 하나 같이 신경이 쓰여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함부로 만졌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어떻게 해? 괜히 잠깐만 멈춰 놓겠다고 하다가 영영 움직이지 않으면?”
“그럼 뭐 어때서? 이게 무슨 물건인지 모르잖아? 나도 몰라, 이게 뭐에 쓰는 건지. 영영 움직이지 않으면 어때? 나쁠 거 없잖아?”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이건 우리 것이 아냐.”
“그럼 이게 구청 거야? 저 위의 직원들이 관리하는 기계냐? 그럼 우리에게도 설명을 해 줬어야지. 아니잖아? 아무도 이게 뭐하는 기계인지 말해주지 않았잖아?”
동생은 할 말이 없었다. 형은 이미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형이 양손으로 지렛대를 움켜쥐었다. 형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듯 지렛대를 휘둘러 기계를 쳤다. 쇳소리가 퍼졌다. 형이 말했다.
“엉터리잖아, 이 쇳덩어리. 무슨 용도로 만들어진 건지 알 수가 없어. 순전히 그냥 움직이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 밖에 안 돼. 이런 게 왜 필요해? 보일러를 고칠 때까지만 이라도 멈춰 놔야겠어. 누가 뭐라고 하든 무슨 상관이야? 이거만큼은 내 맘대로 할 거야.”
동생은 형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무슨 이유에선지 형은 진심으로 기계를 증오하고 있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알겠어. 형 마음대로 해.”
7.
형은 동생을 기계의 오른쪽 구석으로 이끌었다.
“여기가 기계의 제일 작은 톱니바퀴야.”
바닥을 기어가듯 달라붙어 도는 작은 톱니바퀴를 가리키며 형이 말했다.
“일단 여기를 멈추면 위쪽 부분까지 순차적으로 영향이 가는 건 확실해. 하지만 보다시피 워낙 크기가 커서 여기를 멈추는 것만으로 기계를 정지시킬 순 없겠지. 워낙 덩치가 큰 녀석이니까.”
기계의 위와 아래를 번갈아 보며 형이 말했다.
“그렇다 해도 여기가 가장 취약한 부분인 건 틀림없어. 그러니까, 너는 여기에서 이걸 멈춰. 나는 힘을 전달하는 중간 부분의 톱니를 건드릴 거야. 가장 취약한 부분과 가장 중요한 부분. 그 두 부분만 멈출 수 있으면 아무리 큰 기계라도 해치울 수 있어.”
형이 지렛대를 건넸다. 동생은 지렛대를 받아들었다. 지렛대는 묵직했다. 형은 계속해서 할 수 있어, 해치울 수 있어, 라는 말을 중얼 거리고 있었다. 대체 뭘 해치운다는 걸까? 형이 동생에게 말했다.
“일단 몸이라도 풀고 있어. 내가 신호를 하면 아까 가리켰던 작은 톱니바퀴 부분에 그 지렛대를 끼워. 그냥 들어가진 않을 테니까 몇 번 정도 내리쳐서 틈을 벌려 놓으라고.”
말을 마친 형은 기계의 중앙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씁쓸한 표정으로 동생은 한숨을 쉬었다.
같은 소리와 냄새에 노출되어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해지게 된다. 기계의 소음은 처음처럼 크게 거슬리지 않았고, 냄새도 그럭저럭 참을 수 있었다. 동생은 지렛대로 바닥을 툭툭 두들겼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형의 말에도 모순은 없었다. 동생은 기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니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도, 멈춰야 할 이유도 없었다. 형을 봤다. 형은 기계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형이 말했다.
“준비 해.”
심호흡을 하고 동생인 지렛대를 두 손으로 단단히 움켜쥐었다. 도끼로 장작을 패듯 동생은 지렛대로 톱니바퀴를 내리쳤다. 한 번, 다시 또 한 번. 몇 번이고 톱니바퀴를 내리쳤다. 몇 개의 작은 톱니바퀴들이 흉측하게 구부러졌다. 또 다시 동생은 죽은 강아지를 떠올렸다. 동생의 발치에 누워 있던 내장이 튀어 나온 작은 동물. 작은 톱니바퀴 뭉치는 마치 그 강아지 같았다. 그러나 톱니바퀴들은 강아지보다 훨씬 튼튼했다. 움직임이 잠시 어긋났을 뿐 주변의 톱니들은 아무 이상 없이 돌아갔다. 동생은 구부러진 톱니바퀴들 사이에 단단히 지렛대를 끼웠다. 작은 쇳조각들이 몸을 뒤트는 소리가 들렸다.
동생이 지렛대를 끼운 것을 확인한 후, 형이 움직였다. 형은 작업복의 위쪽 단추를 풀어 헤쳤다. 그리고 나무를 타듯 능숙하게 기계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기계의 중앙에서 약간 높은 위치에 자리한 두드러지게 큰 톱니바퀴가 형의 목표였다. 톱니바퀴에 손이 닿을 때쯤, 형은 바지 뒤춤에 끼워 두었던 스패너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톱니바퀴 사이에 스패너를 올려두었다. 스패너가 톱니바퀴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귀를 찢는 소리가 방에 울렸다. 동생은 깜짝 놀라 귀를 막았다. 형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덜컹거리는 소리, 어딘가 막히고, 심하게 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공장의 소음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어딘가의 큰 동물이 죽어가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어딘가의 모서리에서 파이프와 톱니들이 튀어 올랐다. 크랭크가 어긋나고, 철판이 부르르 흔들렸다. 기계 전체로 균열이 퍼져 나갔다. 기계는 단숨에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비명을 지르고 몸을 떨어가는 동안, 기계는 급속히 늙어갔다.
이윽고 기계가 멈췄다.
동생이 귀에서 손을 뗐다. 형은 어느 새 바닥에 내려와 멍하니 기계의 위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생도 형이 바라보는 쪽을 올려다봤다. 가장 높은 곳의 상태는 그늘에 가려져 확실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기계의 모든 부분은 확실히 멈춰 있었다.
등 쪽에서부터 소름이 돋았다. 동생은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조급해졌다. 동생은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귀에 익었던 소음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소리가 완전히 멈추자 주변은 고요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 고요함이 더더욱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두 귀를 양손으로 틀어막고 있을 때는 차라리 나았다. 귀의 혈관에 피가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소리마저 사라지자 주변의 조용함이 더욱 사무쳐 오는 것이다. 기계의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은 괴로웠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없는 것은 무서웠다.
동생은 형 쪽으로 발을 옮겼다. 형의 팔이라도 잡고 있어야 진정이 될 것 같았다. 멍하니 기계를 보고 있던 형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계가 완전히 멈춘 것을 확인하기 위해 형은 이리저리 시선을 옮겨 기계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 때 기계가 크게 몸을 틀었다. 마치 기지개를 켜듯 기계 전체가 가볍게 떨렸다. 놀란 형제는 주변을 둘러 봤다. 동생이 끼워 놓은 쇠 지렛대가 작은 톱니바퀴에 갈려 들어가고 있었다. 형이 지렛대를 향해 팔을 뻗었다.
형의 옆에서 사람의 머리만한 톱니바퀴 하나가 삐거덕거리며 돌아갔다. 톱니바퀴의 날카로운 이빨이 풀어헤친 형의 작업복 끝을 깨물었다. 앞을 향해 뛰어가던 형의 몸이 활처럼 뒤로 꺾였다. 형의 팔이 톱니바퀴 안으로 갈려 들어갔다. 뼈가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톱니바퀴는 형의 팔을 순식간에 삼켜 버렸다. 어깨에 걸리자 잠시 움직임이 멈추는 것처럼 보였지만, 곧이어 다리와 몸통이 톱니 안으로 순식간에 갈려 들어갔다. 처음부터 그런 용도였던 것처럼, 기계는 게걸스럽게 형의 몸을 먹어치웠다. 형의 몸이 들어간 톱니바퀴와 그 반대편의 톱니바퀴 사이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동생은 그 피를 모두 뒤집어썼다. 힘겹게 고개를 돌려 형은 동생을 봤다. 놀란 동생은 입을 벌리고 서 있었다. 동생의 몸은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시 자신을 돌아봤다. 몸의 절반 이상이 일사분란한 움직임에 맞춰 점차 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항거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이 형의 몸을 누른다. 형의 머릿속에 아버지가 최후가 떠올랐다. 아버지도 이랬을까? 물탱크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죽어갈 때, 아버지도 이랬을까? 그런데 그 때, 전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쥐는? 아버지의 폐 속에 물이 들어찬다. 괴로움이 더해 갈수록, 아버지는 손에 힘을 주었을 것이다. 손과 발이 부러지고, 등뼈가 꺾인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생각이 멈췄다. 형은 기계 속으로 사라졌다.
당선 소감
조조(曹操)가 악진(樂進)에게 물었다.
“오늘 전투에서 많은 이가 죽었다. 그들이 죽은 이유가 무엇이냐?” 악진이 말했다. “기량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조조가 물었다. “그럼 네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이냐?” 악진이 말했다.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분이다. 그저 아주, 운이 좋았다. 그래서 많이 부끄럽다.
어딘가의 당선 소감을 읽을 때마다, 당선자들이 왜 그리 감사를 전하는지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당선 통보를 받던 날에야 알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부족한 나를 참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문제 많은 나를 참아 준 동생에게 감사한다. 어머니가 늘 건강하시길 빈다. 당신의 걱정이 조금은 덜어졌으면 좋겠다.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내가 그분들을 얼마나 존경했는지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했다. 천천히 진심을 보여드릴 기회가 있길 빈다.
상냥함, 용기, 정직함. 살아가는데 정말로 필요한 것들을 나는 혼자 깨우치지 못했다. 이런 미덕들을 가르쳐 준 것은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이 지치지 않길 빈다.
멀어졌거나, 가까워진 친구들이 있다. 그들 모두가 내게는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감사한다.
비가 그친 후, 줄곧 덥고 무거운 날이다.
방을 청소하고, 운동을 한 후, 글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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