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eachment의 뜻
고등학생 때, 손바닥만한 영어단어장을 달달 외웠다. 단어시험이 있는 날 아침이었다. 영어단어를 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글과 영어의 일대일 매칭이었다. 사실, 시험이 닥쳐
단어를 외울 때면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뒷전이었다.
“impeachment는?”
“음…탄…탄핵? 탄핵! ”
“오, 단어 열심히 외웠는데?”
‘탄핵’이라는 단어도 그 중에 하나였다. 탄핵이 뭔지는 몰랐지만 단어시험을 볼 때 나는 탄핵의 영어스펠링을 묻는 빈칸에 impeachment라고 써놓았다. 그 위에는 빨간색 펜으로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나는 그 시절 탄핵이 뭔지도 몰랐고 크게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저 시험 점수만 높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요즈음 중고등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연스레 광장의 목소리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지금의 학생들과 크게 달랐던 옛날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그보다는 그들을 향해 대견하고 부러운 시선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자기자신의
이기가 아닌 사회의 안녕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청소년들의
생각이 이렇게나 깊은데 법적 테두리 안에서는 여전히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적어도 impeachment의 뜻이 더 이상 머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청소년들은 그 뜻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