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코스(일산해변~정자항) 19.4km
일산해변-현대중공업-주전봉수대-정자항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9코스는 일산해변에서 현대중공업 담장과 함께 가는 차도의 인도를 따라 현대예술공원을 지나고 남목체육공원에 올라 주전봉수대 숲길의 봉수대를 지나고 주전몽돌해변으로 내려와 당사항에서 다시 ‘강동사랑길’을 따라 우가산 까치봉을 오르내리며 정자항에 이르는 19.4km의 울산에서 경주로 넘어가는 길이다.
강화되는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방역수칙이 강화되 4인이상 집합금지가 내려지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않되는 일상이 계속되며 산악회, 친목회 등이 집합을 할 수 없다, 마스크를 쓰고도 조금은 여유로운 밖으로 나서도 보보, 활동에 제약을 따르다 보니 가족끼리 들로 산으로 나가지만 정작 트레킹에는 참여가 저조하다, 계속되는 적자를 감내하면서 8코스에서 더 진행하여 벌어놓은 현대중공업 예술공원까지 차량으로 여유를 부리며 9코스 일정을 나선 날은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서 설악산 단풍을 알리는 2020년 9월27일이다, 비교적 짧은 12km의 8코스의 종점이자 9코스의 시작점인 일산해변에 도착하여 인증 스템프를 확인하고 차에 올랐다,
9코스는 19km가 넘으나 8코스에서 줄여놓은 3km를 빼면 오늘 걸을 거리는 16km정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산해변에서 현대중공업까지의 구간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6차선 또는 8차선 차도 옆을 따라 현대 담장을 끼고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도심 속의 길은 누가 뭐라고 해도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장거리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 이외에 우연한 기회로 코스의 난이도를 모르고 걷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건 걷는 길이 아니고 살인의 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해파랑길의 코스가 더해지면서 이런 생각을 갖게 하는 코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길고 짧은 코스가 있고 아름다운 길과 고행의 길이 있다면 트레일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범접도 하지 못하게 만든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정지역 특정장소에 치우치지나 않했는지, 아니면 코스의 거리는 무시하고 지역의 편의주의에 치우치지는 않했는지 생각케 하는 코스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걷는 내내 차도를 따라 걷는 길이 연속되며, 인도는 2명이 걷기도 좁은 현대중공업 담장길이다, 자전거라도 오는 요량이라면 담벼락에 바짝 붙어야 하거나 조금 넓은 공간이 나오기까지 자전거가 기다려 줘야 한다.
1일에 한 코스씩 걷는 이어걷기는 거리가 짧은 코스에서 다음 코스가 긴 코스라면 다음 코스의 일부를 걸어주어서 밸런스를 맞춰주는 진행이 필요하다, 그 지역 사람들만이 그 지역 길을 걷는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외지에서 오고 가는 시간과 적당한 속도의 걷기운동이 되어야 정해진 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여 가급적 해안을 벗어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로 10km 내외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길을 만드는데 참여하는 관여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특성이 있어 더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더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코스를 만들어 규정을 한다면 따르지 못할 수도 있음을 자각하기를 권고한다.
3일 후 추석명절과 감염병 확산으로 더욱 초라해진 인원으로 현대예술공원에서부터 9코스를 시작한다, 대단한 걷기 예찬론자였다는 ‘아리스토텔레스’는 틈만 나면 제자들과 걸으면서 토론하는 방식으로 철학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는 걷기가 자연과 세상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었다고 한다, 걸으면서 발이 자극하는 몸속 신경과 두뇌를 깨우치고, 사고와 철학의 깊이를 더해 준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 학파를 산책길이라는 뜻의 페리파토스학파, 소요학파라고 불렀다고 한다, 산책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느릿느릿 소의 걸음으로 걸어가고 싶지만 단체로 움직이며 선두에서 인솔을 하다보니 우보의 걸음으로 걷는 길은 외로움을 씹을 때로 마루어야 하겠다,
울산이 자랑하는 일산해변을 벗어나 자 길은 다시 바다와 멀어지고 시가지를 걸을 때 내리쬐는 태양을 피할 그늘도 없이 호텔현대, 현대예술공원, 현대백화점 온통 현대로 가득한 길을 지나고 해파랑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도시의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위를 걸어 남목체육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봉대산 숲길로 들어선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능선을 오르자 조선시대 돌담을 친 남목마성의 자취가 보인다, 일행과 함께 호젓한 숲길을 따라 주전봉수대를 오른다,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빛으로 타 지역과 교신하던 그 옛날의 통신기지인 봉수대를 보면 지금의 통신 수단은 가히 혁명과 그 혁명 이상의 혁명이다, 봉수대에서 울창한 모처럼 호젓한 숲길을 따라 쉬엄쉬엄 능선을 내려오니 동해를 바라보는 풍경이 정경인 작은 산사에서 그늘을 찾아 목을 축이고 한가함을 맛본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산중에서 가장 중요한 산은 하산(下山)이다’ 라고 하였던가! 그만큼 하산이 산행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직시하며 천천히 조심조심 해안가에 다다른다, 걷기는 자신과 자연이 직접 마주하는 일,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까지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하며, 그래서 걷기는 생각하고 사색하기 좋은 운동이라고 한다,
해안가에서 주전천교 다리를 지나니 깨끗한 물이 바다로 흘러든다, 해불양수(海不量水)라, 바다는 어떤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 넓은 마음으로 어떤 물도 받아들이는 바다 같은 인간으로 살았으면.....
주전마을의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빨간탑 등대가 보이는 주전항을 지난다. 울산12경의 하나인 주전몽돌해변에 “동해안 청정해역과 더불어 보석처럼 아름다운 까만 밤 자갈밭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라는 표지판이 있는 주전몽돌해변의 몽돌을 밟아보며 해변을 지나 당사항에 이르자 바다 한가운데까지 길게 뻗은 다리위에서 낚시를 하는 낚시공원이 보인다, 낚시공원을 지나며 길은 다시 우측으로 꺽어져 내륙으로 들어간다, ‘강동사랑길’이라는 좋은 해안길을 두고서 ‘강동축구장’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따라 해발 173m의 우가산 까치봉을 넘어가는 길이다,
이제 해파랑길은 각 지자체에서 만들어 놓은 걷기좋은 길로 내륙으로 들어가는 코스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숲길을 걷는 것도 좋으나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분 아래 엄청난 비용을 들어 만든 지역의 길과 함께 공존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해파랑길을 사랑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까치봉에서 제전마을로 내려서니 해안가에는 요즈음 인기를 끄는 차박, 캠핑족들이 즐비하고 온몸이 담에 젖은 형색을 보고 바라보는 아이들의 초롱한 눈을 떼지 않는다, 부지런히 길을 걸어 정자항에 도착하여 정자항의 명물 시원한 물회와 맥주 한잔으로 갈증을 날려 보내고 귀가 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