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양가 집이 모두 어려운 시절에 만났습니다.
장남인 나와, 큰 딸인 당신과...
집안 걱정만 하며 성장해 온 우리에겐 아기자기한 연애시절도 없었지요.
너무나 순수하기만한 당신을 만나 그냥 함께 있고 싶었을 뿐.
우리가 결혼한지도 벌써 27주년이 넘었습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살아오는 동안 너무나 힘든 일들만 있었던 것 같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당신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9년을 중풍으로 누워 지내시던 아버님...
아버님 돌아가신 지 얼마 안돼 어머니도 젊었을 때 너무 고생만 하시어
허리와 다리 관절로 누우시고...
식사는 물론 배설할 힘이 없는 어머니를 관장으로 배설시키고,
당신의 그 모든 베품을 난 다시 태어나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10년이 넘도록 어머님을 수발한 당신,
난 당신이 있음으로 이겨 낼 수 있었던 거요.
그와중에 일찍 상처하신 친정 아버님은 고혈압으로 쓰러지시어 거동을 못하시고.
양쪽을 오가며 간병하느라 당신이 고생이 많았지요.
더욱이 내 여동생까지 말기 직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이었고...
예전의 힘든 일들을 되새기자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 누가 그 때 그 고통을 같이 나누어 줄까.
힘든 시절 당신이 꿋꿋하게 옆에 있어 주어 난 감당 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 운 적도 얼마나 많은지...
당신도 너무나 힘들때는 마시지도 못하는 호프 집에 혼자 울면서 앉아 있던 시간들...
집에 없으면 그곳에 당신이 있었지요.
벌써 어머님 보내드린지도 어언 10년이 되어갑니다.
같은 해 8월에 어머님은 만수1동 성당 영안실에서
여동생은 12월에 연수동 성당 영안실에서 함께 저 세상으로 보내드렸지요.
그래도 우린 세례를 받아, 친척이 아무도 없었지만
성당 교우들의 기도와 도움으로 마음 편하게
주님의 큰 은총을 받으며 큰일을 치룰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세례 받던 날 기억해요?
교리공부에 한 번 실패하고
다음 해에 우리 가족 4명이 개근해 가며 세례를 받았지요.
세례 때와 견진 때 모두 우리 부부가 성작봉헌 했잖소.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오.
더욱 축복 받은 일은 누워계시던 어머님(마리아)이
하느님을 받아들이시고 눈을 감으셨고,
종가집 맏며느리인 여동생(마리아)도 유언으로 세례를 받고자 하여
종가집 허락하에 같은 양이 되어 하늘나라로 갔고...
모두가 곁을 떠나 더없이 외롭지만 주님과 성모님의 은총으로
당신과 애들, 야고보와 사도 요한이 착하고 건강하고...
나는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남한 구석에 단 하나 있는 내 남동생도 그렇게 술로 속을 썩이더니
자기 누나 보내고 스스로 세례 받고,
나이 마흔이 넘어 교우 자매님의 소개로 짝을 만나
은총 속에 결혼하고, 재수씨도 세례를 받고...
어머님 돌아가시고 그 다음해에, 어머님의 선물인지,
당신이 효행상도 수상하고. 신문 인터뷰 때
당신은 내 몸 건강하여 어머님을 모실 수 있던 것이 큰 은총이었을 뿐이고,
순대 가게만 지나가게 되면 그렇게도 좋아 하시던 순대 생각에
지금도 어머님이 그립다고 말했지요.
아무리 힘들어도 당신은 내가 있어 이겨냈다고 하지만
난 당신이 있어 지금 이 시간이 있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을 만나 진정 감사합니다.
주님의 은총 무엇으로 갚을지 그저 모든일에 감사하며
조금이라도 베풀며 살렵니다.
갑상선과 고혈압으로 건강을 잃어가는 당신을 보면
마음이 무척 아픕니다.
당신 자신보다는 부족한 나와 애들만 먼저 생각하는 당신,
아프지 말아요.
우리 둘 중 누군가 아파 누우면 같이 저 세상 가자고 했잖소.
건강해요.
그 많던 고생과 슬픔을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복이라고 생각하고
남을 위해 더 봉사해야지요.
우리보다 더 어렵고 고통받는 이들이 많을 겁니다.
진심으로 당신을 만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양태인 가브리엘 | 주안8동 본당
인천교구 주보(2009. 8.23)
마리아 당신과 함께 / 임의 노래 4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