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절에 덕높은 노스님 한분이 계셨다.어느날 상좌들과 차담을 나누는데 한 제자가 물었다.큰 스님께서는 언제 옷벗을 겁니까?
언제 육신을 벗어나 열반에 들것인지를 물은 것이다.그때 스님은 큰 법당 뒷산의 바위가 무너질때 옷을 벗을란다.하고는 먹을 갈게 하였다.붓을 들어 곱상한 사람 얼굴을 그린후에 눈동자는 남겨두며 말하였다.
삼십년 후에 이 그림을 걸개로 하여 중원천하를 돌아다니며 ,자기 영을 찾으시오,하고 소리를 치고 다니면 내가 나타나 눈동자를 그려줄 것이다.ᆢ
하고는 목욕재계하고 의복을 단정히 입고 제자들에게 염불을 하게 하였다.고요히 앉아 나무아미타불을 듣던 스님은 고요히 입적하셨다.그순간 벼락이 치듯이 우르릉 쾅쾅 소리를 내며 뒷산 바위가 무너져 내렸다.
삼십년 후에 청나라는 오삼계의 도움을 받아 자금성의 주인이 되었다.중원을 정벌하고 자금성에서 즉위식을 올린 첫번째 황제가 바로 순치제이다.
어느날 성밖에서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ᆢ자기 영을 찾으시오.ᆢ자기 영을 찾으시오.ᆢ꿈속에서 소리를 듣는것 같았다.신하를 보내 그 스님을 궁안으로 불렀다.손에 들고 있는 그림을 보고는 붓을 들어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눈동자를 그려 넣으니 바로 황제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 스님은 황제께 큰 절을 올리고 말했다.삼십년만에 스승님을 뵙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순치는 홀연히 자신의 전생을 깨달았다.
여덟살된 자기 아들 현엽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문수보살의 성지 오대산으로 출가하였다.그때 그의 나이 24세였다.순치의 아들 현엽은 청나라의 위대한 군주 강희제가 되었다.
불가에서 많이 애송하는 순치황제 출가시이다.
곳곳이 총림이요 쌓인것이 밥이거니 대장부 어디간들 밥세그릇 걱정하랴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줄을 아지마소 가사옷 얻어 입기 무엇보다 어려워라
이내 몸 중원천하 임금노릇 하건마는 나라와 백성걱정 마음 더욱 시끄러워 인간의 백년살이 사만육천 날이란것 풍진떠난 명산대찰 한나절에 미칠손가
십팔년 지나간일 자유라곤 없었도다. 강산을 뺏으려고 몇번이나 싸웠던가 내 이제 손을 털고 산속으로 돌아가니 천만가지 근심걱정 내 아랑곳 할것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