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한창 중간고사를 보던 시기에 시험 하나가 일찍 끝나 집에 점심무렵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피곤해서 입맛도 없고 귀찮아서 집 가는길에 김밥 좀 사서 집에서 먹고 좀 자려고 학교 후문에 있는 김밥천국에 들렀습니다. 김밥 두 줄을 주문 하고 아주머니가 김밥 을 바로 썰어서 포장해주신 뒤 계산을 하려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카드 마그네틱이 손상되어서 결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수중에 현금이 십원 짜리 하나 없는 상황인데 김밥은 이미 포장이 되어버려서 무척 당황하고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주머니께서 어쩔 줄 몰라하는 저를 보시더니 돈 없으면 그냥 나중에 들러서 주라고 한 마디만 하시면서 다시 주방으로 가시는 것입니다. 비록 3천원밖에 안되는 적은 금액이었지만, 그래도 싫은 내색이나 연락처라도 남기고 가라고 할 법 했는데, 그냥 아무일 아니란 듯이 말씀해주셔서 더 민망한 상황을 만들지 않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 서울에서 자취한지가 좀 되면서 서울살이 참 각박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어찌보면 별거 아닌 사소한 이런 작은 믿음과 배려가 뭔가 사람사는 세상 같이 느껴지고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런 기분 때문인지 김밥도 훨씬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그 김밥 맛이 잊혀지지 않아서 앞으로도 종종 사먹으로 다닐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