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말 전후 배다리와 경동사거리, 신포동에는 제법 큰 상권이 있었다. 그 중 신포동에서 배다리로 향하는 길목인 개항로 78번지 일대는 한 때 인천의 새로운 문화와 유행을 이끌던 중심지였다. 일명 싸리재고갯길이라 불렀다. 싸리재는 배다리 철교 지나 경동사거리까지 싸리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일대가 번창했던 이유는 1952년 율목동에 기독병원이 설립된 이후 약국과 개인병원들이 속속 생겨나 인천의 의료타운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평화당 약국을 비롯해 양약방과 대제원 등 한약방들이 모여 있었다. 시골에는 약국이 드물어 김포나 먼 지역 주민들까지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고갯길을 따라 포목점과 양화점도 성업했다. 1960년대에는 항도백화점이 쇼핑공간으로 인기를 끌었다. 항도백화점 주변에는 은행과 양복점, 금은방 등 다양한 상점들이 몰려 있었고, 애관극장과 중국 요릿집인 평화각, 음악다방, 신신예식장, 당구장 등이 줄을 이었다. 1970년대 까지만 해도 다방에서 DJ가 음악을 신청받아 LP를 틀어주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었다. 70년대 후반까지 지역 상권의 중심으로 빛을 발하던 싸리재고개는 1980년대로 들어서며 신도시 개발에 밀려 점차 쇠퇴했다. 100년 전 생겨난 애관극장은 현재까지 다양한 영상을 선보이며 문을 열어 놓고 있지만 극장 뒤 골목은 이제 시간이 느리고 조용히 흘러간다.
Tip 배다리 인근에 있는 ‘잇다스페이스’는 1930년 소금창고로 지어졌지만 이후 일본식 여성사우나로 사용되다 동양서림으로 바뀌었다. 서점이 문을 닫은 지 20여년 만인 2015년 목재가구 디자이너가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운영되고 있다. 애관극장 인근에 자리한 싸리재카페는 80년 전 일본식으로 지어진 건물을 개조해 안쪽은 생활공간으로 또 한쪽은 카페로 문을 열었다. 추억을 느낄 수 있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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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출처 : 인천관광공사 발간 인천관광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