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17 21:08:44
누구보다 저금을 잘 하시는 어른이 계시다
젊은 시절 부터 한푼이라도 모이면 은행문이 닳도록 저금하셨다
숫자가 통장에 기록되는것이 삶의 목표인것 처럼
성적표인것 처럼 여기시는것 같았다
이율이 조금이라도 더 많다면 먼 금융기관이라도 버스타고 찾아다니시며
오로지 저금하기에만 열중하셨다
얼마나 한푼두푼 들고 자주 찾으시는지 은행에서 저축상을 주시기도했다
저축은 은행예금 말고도 집이나 땅을 사는 부동산에 하는 투자도 있다
하지만그 어른은 예전 헐값의 땅도 한평 사둔 적이 없으셨다
오로지 은행이고 이자도 다시 저금하신다
근시안적으로 눈 앞에 이익만 믿어지니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은행이자라는것도 그다지 남는것이 없는 장사였다
언제나 통장에 보여지는 동그라미 늘리는 재미가
인간관계나 도리 보다 우선하고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지나치게 인색하기만 하다
다른것에다 투자하는것은 허비라고 생각하시는것 같았다
사람에게 물질은 물론 마음으로 베푸는것도 저축이고
그 여운의 이자는 짐작할수 없다
정에서 정으로 주고 받는것은 헤아릴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여러개의 통장이 있어도 늘 외롭기만한 그 어른을 볼때
수첩에 아끼는 사람의 이름이 많이 기록된것도 재산이며
자신이 겸손하게 먼저 전화걸어 인사를 아끼지 않아
친분을 쌓아 저축하는 사람은 더욱 더 훈훈한 부자같다
헐벗은 사람에게 옷 벗어주고 오시고
장이 파할때 까지도 남은 젓갈을 다 팔지 못한
꼬부라진 새우젓 장수가 측은하다며 동이째 무조건 다 사주시어
엄마의 불평을 감수하셔야 했지만
나의 아버지는 살아 생전에 이처럼 많은 인정을 베푸셔서
아버지와 인연이 있으셨던 분들은
자식인 나를 볼적 마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손을 꼭 잡아주시기도 하고
어떻게든 그 사랑을 돌려 갚으시려는 듯하신다
아버지 덕에 내가 이렇게 사랑을 받는구나
그럴때 마다 잘 사셨구나 저축을 잘하셨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갈때는 다 놓고 가야하는 돈이지만
덕을 쌓은것은 가고 난후에도 남아 아이들에게도 미친다
금전적으로 뻔한 나의 재산은 그렇다 치고
교만으로 이기심으로 생활속에서 사람에게 저축을 하지못해
빈약한 내 삶의 통장이 부끄럽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진정 큰 저축인것은
넉넉해 떠올리면 고맙고 기분 좋은사람이 되도록 사는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라도 사람에게 저축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