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삼척 맹방 유채꽃 축제를 다녀왔다.
남편은 춘천에서 길 안내, 아들은 시험공부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하였다. 지금은 휴학 중이지만 문화콘테츠학과를 다니는 딸을 위하여 기회가 되면 관련 장소들을 다녀오려고 한다.
삼척 맹방의 유채꽃 축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딸 아이도 축제라고 하기에는 동네 마을 잔치 같은 축제에 대하여 나 보다도 더 실망감을 표현하였다. 서울에서 생활을 하는 딸이라 도시의 세련된 문화 감성으로는 별 볼일 없어 보일 수도 있겠다. 딸은 유채꽃이 별로라 하여 나만 여러 컷 사진을 찍고 행사장을 둘러보고 입구 가게에서 파전과 잔치국수를 시켰다. 막걸리 한 잔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참기로 하였다.
파전을 먹으며 딸아이에게 건물이나 음식이 넘 화려하면 그 안에 있는 인간의 존재가 왜소해 보인다. 허름하고 누추한 공간의 장점은 인간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나의 말에 동의를 하여서인지 아니면 먹는 것에 집중을 해서인지 별말이 없다. 우리 뒷편에서는 노인 분들이 막걸리를 한잔 하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맹방을 떠나 삼척 쏠비치도 잠깐 들러보고 동해 해안로로 지인이 추천해 준 금진항에 있는 탑스 텐 호텔로 향하였다.
삼척을 잘 모르지만 삼척이 오랜 농사로 투박해진 농부의 손을 떠올리게 한다면 강릉은 글 공부에 전념하는 군자의 느낌, 정제된 기운이 있다.
묵호항을 지나오며 사람들이 한국의 나폴리라고 명명하는 것에 대하여 비판하던 누군가가 떠올랐다.
탑스 텐 호텔의 레스토랑은 바다 전망이 뛰어났다. 뷔페 가격이 한 끼 저녁식사로는 다소 비쌌지만 딸과 함께 먹고 가기로 하였다. 딸이 유난히 마음에 들어한 자리에는 예약이 되어 있어 앉지 못하였다. 바다와 나무의 풍경이 조화롭게 펼쳐진 곳이었다. 가끔 사소한 것 하나에 꽂히는 딸을 보면 나와 참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 산책로에서 바라본 금진항의 예쁜 야경, 정막함 속에 웅크리고 있던 야산, 기분 좋은 바람과 함께 '써머타임' 노래를 들으며 잠깐 어슬렁거리다가 심곡 해안로를 따라 강릉으로 출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