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읍내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정류장에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길을 물어본다
묻다보니 이것저것 사는 얘기 좋을게 무어냐만
늙어짐이 병듬이 서글퍼라
버스는 시원스레 산속으로 내달린다.
몸으로 느껴지는 빨려듬.
아차 그렇지!
백운암 오르는 초입을 찾지 못해 엉뚱한 곳을 찾아 힘을 다 뺀다.
동동 마을 다음 선동 마을에서 내려 그대로 10분 걸어올라 가시라.
이리저리 쑤시다가 제대로네.
포장길이라 길은 넓다만 발걸음 한걸음마다 이다지도 숨은 치어 오르고
산새들 소리보다 내 심장 소리가 더 크구나.
내리막이라고는 없는 그냥 봐도 오르막뿐인 길을 걸어걸어 4시간.
하백운암을 거쳐 상백운암에 다다르니 초입에 '꼭 들어와야할 이 아니면 제발 들어오지 말라하니'
가만 내 자신에 질문을 던진다.
내가 저기 꼭 들어가야 할 뭔가가 있는가?
찾아오는 고통,힘듬에서라도?
잠시 후 그런 맘이 전혀 들지 않게 한다.
이게 백운산 상백운암(1040m)의 근기이구나!
마당을 오가는 젊은 스님의 모습만 힐끗보며 그냥 그곳 초입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제 더 이 상
떠내려갈 때 없는
어느 산자락에 걸린
암자 툇마루에 앉아
봄 햇살 속에
잦아드는 숨을 가다듬노라면
꿈인 듯 생시인 듯
여기저기 피는 꽃들과
한데 어울려
허우적대며 급류의 소란의 환청 같은
환하고 눈부신
우람한 벚꽃나무 한 그루
밤의 달빛처럼 다가온다.
글/법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