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김재산(金在珊) - 민족의 제물이 되어
1. 호기심이 많던 유아시절
1 내 고향은 충북 천원서 20여 리 떨어진 산골마을이었다. 주위에는 산이 많았는데 우리 형제 4남매는 모두 산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 그중 제일 높은 산이 재산이었는데 그 산꼭대기에는 큰 바위 굴이 있고 거기서 많은 영웅 열사들이 나왔다고 전해오고 있다. 어머니가 그 바위 굴에서 나를 낳는 꿈을 꾸었기 때문에 내가 태어난 뒤 그 산 이름을 따서 재산이라고 지었다 한다.
2 나는 어린 시절 남다르게 무엇인가 알고 싶은 것이 많았다. 저 태양은 누가 만들었을까, 저 달은 누가 만들었을까, 저 하늘의 별들은 또 누가 만들었을까 하고…….
3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무척 무서웠다. 전부 뱀, 호랑이, 늑대같이 보이고 부모형제도 무섭기만 하여, 어떤 때는 농 안에 들어가서 혼자서 울기도 했다.그때가 네 살 때였다.
4 한번은 하나님을 찾는다고 산으로 간 적이 있다. 나는 하나님이 태양을 타고 계신다고 믿었고, 해가 동쪽으로 올라와서 이 세상을 쭉 비추다가 서쪽으로 지면 다시 땅 밑으로 가서 비춘다고 생각하면서 산으로 가면 하나님을 만날 것 같이 생각했다. 다섯 살 때에 벌써 나는 연필과 종이를 가지고 그림을 그렸고 바늘을 갖고 수를 놓기도 했다.
5 일곱 살 때에 나 자신의 옷을 스스로 해 입게 되자 주위에서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수놓은 주머니나 노리개 등을 모아 두었다가 섣달이 되면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께 선물하기도 했다. 이것이 온 동네에 소문이 나서 아이들이 모두들 친구하자고 하면서 찾아오곤 했다.
6 다섯 살이 되던 5월 단옷날이었다. 어머니가 항상 나에게 예쁜 옷을 해 입혀 주셨지만 그날따라 어린 마음에 나도 모르게 하나님의 심정이 느껴져서 우울해졌다. 그날 밤 마당에서 뒹굴고 통곡하면서 아무도 하나님을 위해서 살아가지 않더라도 나만은 하나님을 위해서 살겠다고 혼자 몸부림쳤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부모님들이 놀라는 것이었다.
7 나는 이미 다섯 살 때 영통을 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심정이 체휼되었던 것이다. 여섯 살 되던 정월이었다. 어머니가 다니던 절의 주지스님이 와서 손을 잡고 나를 보시더니, 무릎을 탁 치면서 어머니에게 “이 아기는 남자로 태어났으면 대왕이 되어 세계 각국에 집을 갖게 될 것이며 그곳에 의관을 걸어놓고 세계를 누빌 것입니다. 이 아기는 옥황상제가 보낸 아기입니다”라고 했다.
8 또 “이 아기를 위해서 공을 많이 들여야겠는데, 너무 귀하게 태어나서 아들이면 좋겠는데, 이 아기가 앞일을 다 알고 나왔기 때문에 아이의 의사를 절대 꺾지 마시오. 이 아이는 세 가지를 원할 것입니다. 그것은 ‘시집 안 간다’ ‘부모만 평생 모신다’ ‘공부만 한다’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9 나는 남녀공학의 보통학교를 다녔다. 학교에서는 우등생이면서 모범생이었다. 선생님들은 내가 공부를 잘하니까 여러 학생들 앞에 칭찬도 하고 신문에도 내고, 서울에서 손님이 오면 대표로 내보내곤 했다. 그런데 이것이 여러 남학생들에게는 미움의 대상이 되게 했다.
10 하루는, 학급에 나이 많이 든 남자 급장이 있었는데 어떻게 하든지 나를 꺾어내리려고 내가 쓴 것처럼 가짜 연애편지를 만들어서 복도에 떨어뜨려 온 학교에 소문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나를 학교에서 퇴학 당하게 하였고, 동네에서는 그 남자 급장 때문에 패싸움이 벌어지게 됐다. 그때가 국민학교 4학년 2학기였다.
첫댓글 감사드립니다
아ㅡㅡ주ㅡㅡㅡ
감사합니다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