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봉제도(師棒弟倒)
스승이 방으로 치면, 제자는 메어친다,
황벽선사(黃蘗禪師)도 거칠지만, 그에 못지않게 선사의 법을 이는 임제의현(臨濟義玄) 선사도 스승 못지않게 선문답(禪問答)이 거칠기가 막상막하(莫上莫下)다. 어느 날 임제선사가 밭에서 운력(運力) 일을 하고 있었다. 괭이를 들고 땅을 파다 보니, 힘이 들어서 허리도 펴고 쉴 겸 잠깐 서서 쉬고 서 있었다. 황벽선사 스승께서 임제선사 서 있는 곳으로, 다가와서 위아래로 훑어보고 못, 마땅하다는 듯이 말하기를 이놈아! 힘이 드냐? 괭이도 들어 올리지도 않았는데 무엇이 힘이 들겠습니까? 하고반문을 하자, 황벽선사께서 짚고 있던 지팡이로 임제선사 등을 후려쳤다. 등에 방을 맞자마자 지팡이를 잡고 황벽선사를 번쩍 들어서 땅바닥에 꽝! 하고 메여 쳤다. 스승을 번쩍 들어서 메어쳐 버리는 임제선사의 무례한 작태를 밭둑에서 유나(維那)가 보고 있었다. 황벽선사가 비명을 지르면서 유나야! 유나야! 빨리 와서 나 좀 일으켜 살려다오! 유나가 깜짝 놀라 달려와서 스님! 이게 왠일입니까? 다치신데는 없습니까? 아! 저런 미친놈을 왜 그냥 두십니까? 하면서 황벽선사를 부축하고 간신히 일어난 황벽선사는 부축하고 일으켜 세워준 유나를 지팡이로 후려쳤다. 까닭도 없이 매를 맞은 유나는 어리둥절 멍하니 서 있었다. 임제선사는 두 선사를 힐끗 보면서 괭이로 땅을 파면서 혼자 말로 중얼거렸다. 제방에서는 모두 화장(火葬)을 하는데 나는 그런 것을, 보기가 싫어서 오늘 생매장(生埋葬)을, 했다고 하고 껄껄 웃었다. 또 다른 날도 임제선사가 똑같이 밭에서 일을, 하다가 좀 쉬려서 서있었다. 황벽선사 다가오더니, 다시 위아래로 훑어보시고 힐문했다. 이놈아! 괭이는 어떻게 하고 장승처럼 서 있느냐? 누가 가져갔습니다. 뭐! 누구한테 빼앗겼단 말이냐? 황벽선사가 큰소리로 꾸짖고 가지고 온 삽을 땅에 꽂고 말하기를 온 세상에 사람들 힘으로 이 삽은 움직이지 못한다. 하고 호언장담을 하자,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임제선사가 삽을 들어 보이면서 어째서 이 삽이 제 손에 이렇게 있습니까? 묻자 황벽선사가 통쾌하게 웃으면서 오늘 내가 사람 같은 사람을 보았구나! 참으로 일을 잘 마쳤다. 말을 하고 방장실로 돌아갔다. 중국 선사들은 운력 일을 하면서도 당당하게 이렇게 사제간(師弟間)이지만 선문답(禪問答)을 주고받았다. 한치의, 틈도 주지 않고 서로 틈만 보이면 스승도 번쩍 들어서 몽둥이로 치고 들어서 내동댕이치는 살불살조(殺佛殺祖)로 활구문답(活句問答)을 하였다.
선사들의 선문답은 그래서 활발발(活潑潑) 살아 꿈틀대어서 생동감(生動感)이 넘쳐난다. 참방(參訪)하고 자기 견처도 점검(點檢)할 겸 행각(行脚) 길에 오른다. 떠나기 전에 황벽스승께 하직 인사를 드린다. 그래! 어기서 떠나서 어디로 가려는가? 하남(河南) 아니면 하북(河北)입니다. 투명스럽게 대답하자, 황벽선사 주장자가 또 임제선사 등을 쳤다. 등을 맞는 순간! 임제선사 황벽선사 뺨을 철석 하고 쳤다. 그 스승에 그 제자다. 한치의, 물러섬도 없다. 전광석화(電光石火) 불꽃이 튄다. 뺨을 맞고도 스승인 황벽선사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넘친다. 애! 시자야! 어서 선사(先師)의 그 선판(禪板)과 불자(佛子)를 이리로 가져오너라! 선판(禪板)은 좌선(坐禪)할 때 피곤(疲困)하면 기대고 쉬는 판뗴기 의자(椅子)다. 불자는 말 총 꼬리로 만든 총채다. 황벽선사가 백장선사로부터 받은 사법(嗣法) 유물(遺物) 징표(徵標)다. 이 유물을 전법(傳法) 징표(徵標)로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임제선사는 받지 않겠다고 시자(侍子)를 급하게 부르면서 불을 가져오라고 한다. 그따위 선사의 유물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까짓것 불이나 놓아서 없애버리겠다고 소리친다. 석가나 조사가 눈앞에 와도 살불살조(殺佛殺祖)로 용납(容納)못할 판인데 그까짓 판자떼기를 무엇에 쓰겠소! 가 임제선사(臨濟禪師) 출격장부(出格丈夫)의 기개(氣槪)다. 그러나 스승 황벽선사는 꼭 쓸데가 있으니, 가져가라고 부탁을 한다. 금후 모든 선지식의 혀끝(舌頭)이 너를 어찌 못할 것이다. 자! 어서 가지고 떠나라 하고 작별을 하였다. 이리하여 남악, 마조, 백장, 황벽으로 상승(相承)한 불법적적(佛法的的) 대의(大意)가 임제선사(臨濟禪師)에 이르러 크게 대흥(大興)하게 된다. 조사선풍(祖師禪風)은 저가, 장부(丈夫)면 나도 장부(丈夫)다. 이것이 선불교(禪佛敎)다. 스승과 제자 사이지만 법 앞에는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 활발발(活潑潑)한 선풍(禪風)이다. 이런 선풍을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