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도판) 이야기 - 백포 4-2-3-1
1. 4-2-3-1의 기원
4-2-3-1의 본산 스페인에서 4-2-3-1 포메이션의 창시자로 언급하는 인물은 후안마 리요(Juanma Lillo, 혹은 Juan Manuel Lillo)입니다.
리요가 스페인 매체에서 한 인터뷰를 찾아보면 “4-2-3-1을 고안한 이유로 네 명의 공격수로 전방에서부터 압박하기 위해서, 그리고 4-4-2에 비해 짧은 패싱 길을 얻을 수 있음”, 그리고 이를 통해 “상대방 공간을 줄이고 점유율 유지 가능”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4-4-2의 네 명씩 두 줄이 애초에는 숏패스를 통한 점유율울 얻기 위해 나온 포메이션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일 입니다) 국내에서는 리요가 이상하리만치 업급되지 않지만(메이저 대회나 빅팀 경험이 없어서 그럴까요?) 스페인 전술자료에서는 후안마 리요를 다른 전술가들과 함께 다루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작금의 4-4-2를 보면 종종 4-2-3-1과 별 차이점이 없을 때가 많은데, 이전에도 4-4-2에서 4-2-3-1의 기미를 읽을 구 있었습니다. 4-4-2의 공격수 하나를 아래로 내리고 양 윙어가 전진하면 4-2-3-1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지요. 조나단 윌슨은 1990-91 시즌 요한 크루이프가 바르셀로나를 꺾고 유러피언 컵, 컵위너스 컵을 차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4-4-2가 사실상 4-2-3-1에 가까웠다 지적하기도 합니다. (참고로 맨유의 컵위너스 컵 우승에는 1985년 헤이젤 참사로 잉글랜드 축구 클럽의 유럽 대회 참가가 금지된 이후 침체기에 빠져들었던 잉글랜드에서 다시금 잉글랜드 클럽이 유럽 대회 우승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번 시즌 초반 호지슨 리버풀에 대해 4-4-1-1이다, 4-2-3-1이다. 4-1-4-1이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소 보시면 됩니다.
2. 4-2-3-1의 특징
4-2-3-1의 별명이 “도블레 피보레”(Doble Pivote)이듯이 주된 특징으로 두 명의 홀딩을 통한 수비 시 이 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미드필더가 수비 형이나 공격 형이나로 자연스레 구분되기에, 4-4-2에 요구되는 만능형 미드필더보다는, 각각 공격과 수비라는 특정 역할에 전념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또, 4-2-3-1에서 두 명의 홀딩이 중앙을 막아준다면 4-2-3-1의 윙어는 4-4-2의 측면 미드필더보다 전진한 형태이므로 상대팀 풀백을 막아서는데 유리합니다.
기본 배치에서 대각 패싱루트가 만들어지기도 하지요. 측면 미드필더들이 윙어화 해서 터치라인 따라 다니다 크로스 날리는데 주력하는 대신 공격에 참여하는 빈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발 반대 배치 윙어가 화용되기도 하지요.
반면 4-4-2에 비해 센터포워드 숫자가 하나 적으므로 3자리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원톱이 고립되지 않도록 해주어야겠지요. 그리고, 4-4-2 측면 미드필도들이 피치 전방으로 올라가 버린 형태이므로 풀백들이 앞으로 전진해 미드필드 측면 지역을 활용해 주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공격적인 풀백들이 설 자리를 얻었다 볼 수 있겠지요. 물론 상대팀이 4-2-3-1로 나온다면 풀백들이 상대팀 윙어를 상대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3. 4-2-3-1을 사용한 대표적인 팀들
스페인의 4-2-3-1이므로 스페인 팀들부터 살피는 것이 순서겠지요.
먼저 1999-2000 시즌 라리가 우승을 일구었던 이루레타 감독의 데포르티보가 있습니다.
데포르티보의 성공을 본 레알 마드리드는 2000년 여름 콘세이상을 £26 million에 영입해 마케레레와 함께 “도블레 피보테”를 형성해 두 번의 라리가 우슨과 2001-02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달성 합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이끈 델 보스케 감독이었지요.
같은 시기 레알 마드리드, 데포르티보와 경쟁하며 라리가를 지배한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발렌시아 역시 4-2-3-1을 사용하는 팀이었습니다. 세 팀의 라리가 지배가 얼마나 심했는지는 당시 리그 순위에서 1-3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99-00 시즌: 1위 데포르티보 / 2위 바르셀로나 / 3위 발렌시아
00-01 시즌: 1위 레알 마드리드 / 2위 데포르티보 / 3위 마요르카
01-02 시즌: 1위 발렌시아 / 2위 데포르티보 / 3위 레알 마드리드
02-03 시즌: 1위 레알 마드리드 / 2위 레알 소시에다드 / 3위 데포르티보
03-04 시즌: 1위 발렌시아 / 2위 바르셀로나 / 3위 데포르티보
라파는 잉글랜드로 옮겨서 리버풀에서 4-2-3-1을 사용했었지요.
4-2-3-1d을 좋아하는 국가에 스페인만 있는 건 아닙니다. 프랑스 역시 국제 대회에서 4-2-3-1을 계속해서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유로 2000에서는 이탈리아를 꺾고 우승를 차지했으나, 2006 월드컵에서는 도리어 이탈리아에게 패해 리벤지를 당했지요.
2000대회 이후 유로에는 매 대회마다 4-2-3-1을 사용하는 팀이 결승에 오르고 있습니다. 2004년 대회에서는 포르투갈, 2008년 대회에서는 독일이 4-2-3-1을 사용하며 각각 유로 결승에 올랐지요.
4. 4-2-3-1의 대회, 남아공 월드컵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정말 많은 팀들이 4-2-3-1을 사용했습니다. 개최국 남아공을 필두로 프랑스, 우루과이, 멕시코, 아르헨티나, 독일, 세르비아, 가나, 네델란드, 덴마크, 카메룬,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브라질, 온두라스, 스페인, 심지어 대한민국 대표팀까지 대회 내내 혹은 최소 한 번 이상 4-2-3-1을 사용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간략하게 한 번 살펴보죠.
5. 현재진행형 4-2-3-1
09-10 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과 2010 월드컵 결승이 4-2-3-1 간의 대결이었음은 모두가 기억하실 겁니다. 월드컵 종료 후 조나단 윌슨은 4-2-3-1이 4-2-1-3으로 진화했다는 칼럼을 썼습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월드컵 종료 이후로도 4-2-3-1은 현재진행 중입니다.
포스트 둥가로 마누 메네제스 감독을 선임한 브라질은 친선 경기서 여전히 4-2-3-1을 사용한다고 선언했습니다.
10-11 시즌을 맞아 아센 벵거 감독은 새로운 4-2-3-1/4-2-1-3을 시도하고 있으며,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으로 부임한 인테르가 4-2-3-1을 채택한다는 건 누구나 예상한 일이었습니다.
포메이션 그림은 따로 올리지 않겠지만 남미 특히 브라질 리그에서도 4-2-3-1은 자주 볼 수 있는 포메이션이기도 하죠. 이상으로 4-2-3-1에 대해 준비한 이야기를 마칩니다.
*과거에 토트넘 감독이었고 현재 영국 신문 가디언에서 전술 분석을 맡고 있는 데이빗 플릿이 작전판을 놓고 4-2-3-1에 대해 강의하는 동영상은 이 링크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무리뉴 이전에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었던 폐예그리니가 자신이 선호하는 4-2-3-1, 그리고 이를 어떻게 변형시키는지에 대해 작전판을 놓고 강의하는 동영상은 이 링크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펌--사이트(egloos.com)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