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관광리조트 개발사업(이하 엘시티)은 최근 시공사로 참여한 중국건축(CSCEC)과 시행사 계획을 해지하면서, 사업 추진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애초 엘시티 사업에 회의적이었던 국내 건설사들이 참여를 주저하는 가운데, 2013년 10월 17일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 모델 하우스에서 엘시티와 중국건축 간의 시공 계약 체결이 있었다.
엘시티, 북항 개발, 에코델타시티
부산 지역 관광 인프라 사업 활발
아르피나, 용호만 터미널, 더뷰 등
호조건 못 살리고 여러 문제점 노출
하드웨어 구축 능사 인식 개선해야
다양한 관광객 유치 제도 정비 시급
계약해지의 사유 중 하나가 중국건축의 자금 조달 지연 문제로 알려지고 있다. 시공사인 중국건축은 지난 3월 말까지 중국 현지은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었으나, 중국 현지 사정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산에서는 엘시티 사업뿐만 아니라 북항 재개발사업, 에코델타시티 사업 등 굵직한 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와 같은 개발 사업으로 부산은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도시가 재도약하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프라 구축을 통한 부산관광 개발에 못지않은 게 다양한 차원의 관광객을 부산으로 유치하는 시스템의 정비이다.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모두 최고급 호텔에서만 투숙할 수는 없다. 그리고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모두 렌터카를 몰면서 자유롭게 부산을 활보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을 찾는 다양한 차원의 관광객들이 자기들 나름의 경제적인 수준에서 더욱 편안하게 관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단적인 사례로 부산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아르피나의 사례를 들 수 있다. 해운대의 숙박시설인 아르피나는 홈페이지 회사 소개에 'Welcome to Busan Youth Hostel Arpina'라며 유스호스텔을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대자연의 아름다운 품속에서 야외 교육을 통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독일의 반더겔운동(철새운동)으로 시작된 유스호스텔의 설립 이념을 해운대를 중심으로…부산유스호스텔 아르피나에서 실현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거창하게 유스호스텔 정신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도미토리 형태로 운영되는 유스룸은 아르피나 107개 전체 객실에서 9개에 불과하다. 그리고 도미토리 형태가 아니라 객실 하나 전체를 예약해야 하는 유스룸 숫자도 22개에 불과하다. 반면에 유스룸이 아닌 일반 객실은 76개나 된다. 이쯤 되면 아르피나는 유스호스텔이라는 명칭을 쓰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민간 운영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아르피나의 도미토리가 저렴하고 위치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도미토리 9개의 객실을 제대로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르피나를 모르는 국내외 여행객에게 아르피나를 알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국내외 유스호스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홍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Hostels.com'이나 'Hostelworld.com' 등의 세계 주요 호스텔 예약 사이트에 아르피나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외 청년 여행객들은 아르피나에 대한 숙박정보를 쉽게 입수할 수 없다.
부산관광에서 이와 같은 운영문제는 아르피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필자의 근무처가 부산 남구에 있는 관계로 이 지역 사례를 언급해 보면, 부산시가 건축비만 59억 원을 지출한 용호만 유람선 터미널도 2013년 6월에 완공된 이후 현재까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용호만 유람선 터미널은 완공된 지 1년 넘게 방치되다가 2014년 8월에 편의시설(이탈리아 식당)이 처음으로 입점했다. 멋진 건물이 완공된 지 1년 이상 방치되는 운영시스템은 제대로 된 것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나마 처음 입점한 식당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문을 닫았고, 최근에 다른 사업자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14년 10월에 입점한 또 다른 편의시설도, 부산역 등에 광고하고 있지만, 고객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일반인들이 용호만 유람선 터미널에 쉽게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용호만 유람선 터미널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철도역인 남천역까지 갈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기대 갈맷길 입구에 있는 '더뷰'는 빼어난 경치와 조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허가과정에서 비롯된 부산 남구청과 사업자 간의 분쟁으로 현재까지 건물의 상당 부분이 비어 있는 채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멋진 하드웨어만 구축하면 나머지가 자동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방식과 방만한 운영이 부산관광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부산관광 산업 증진을 위해서 인프라 구축 못지않게 얼마나 시스템 운영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다시 한번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