遠湖, “이솦 호화판”, 『아이생활』 제12권 제2호, 1937년 2월호. 불수록
산덤이같이 쌓여 있는 천만 가지 이야기책 그중에 『이솦이야기』처럼 이 세상 어느 나라 사람들에게나 칭찬을 받으며 친하게 된 책은 다시 없으리라고 생각함니다.
기원전(B.C) 육세기(六世紀) 때 쁘리지아에 있든 곱추로 코는 나팔코 삐-루통 같은 배 그리고 발까지 완전치 못하던 노예족(奴隸族)의 한 사람이었다고 전하는 이솦. 이분이 남기고 간 우화 한 책이 주후(A.D) 四十년에 바부리아쓰의 손으로서 희랍말로 번역되어 나온 다음 이제껏 세계 각 나라말로 다시 번역되어 몇 천 만의 헤일 수 없을 만치 여러 가지 판으로 나오게 되었읍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여러 가지 잔 책들을 찌눌르고 호화판이 런던에서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번역한 이는 로-쟈⋅레쓰토란지. 삽화와 장식은 스테-펜끄스덴. ‘산양의 가죽’이란 표지 그림은 된 모양이 이솦의 몸꼴 생김새와 얼추 같다고요.
출판소는 하라프. 五백 二十五부의 한정판(限定版)으로 한 권의 값이 九□一. 우리가 헤는 돈으로 따지면 一백 五十원이랍니다. 여러분 누구 한 분 아버지께 졸라서 한 권 사다 않 보시려우? (遠湖)(이상 43쪽)
쁘리지아: 프리기아(Phrygia)를 가리킨다. 소아시아 중서부에 있던 고대의 나라로, 기원전 13세기경에 트라키아(Thracia)인이 세운 것으로 추정되며 에게해(Aegean海)와 흑해(黑海) 연안의 땅을 영토로 하였다.
바부리아쓰: 바브리우스(Babrius: A.D. 2세기경)는 그리스어 우화 선집의 저자이다. Babrias 또는 Gabrias로도 알려져 있다.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 바브리우스의 우화는 대부분 이솝(Aesop)이라는 이름과 관련된 흔한 이야기 형태들이었다. 바브리우스는 이 이야기들을 불규칙 단장격 운율(scazon 혹은 choliambic)로 표현했는데, 이는 로마의 시인 카툴루스(Catullus)와 마르티알리스(Martialis, Marcus Valerius)가 이미 그리스인들로부터 받아들여 쓰고 있던 것이었다. 대부분의 바브리우스의 우화는 그 갈래의 전형인 동물 이야기이다. 언어와 문체(style)는 매우 단순하지만, 풍자적 요소는 이 이야기들이 세련된 도시 사회의 산물임을 암시하고 있다. 바브리우스의 우화는 파이드루스(Phaedrus)의 우화와 함께 페리(Perry, Ben Edwin: 1892∼1968)에 의해 영어로 번역⋅편집되어, 1965년에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