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때마다 나는 과거를 불러 화해했다" 펄펄 뛰는 언어를 바다에 풀어놓는 김미옥 서평가의 말, 이 한 줄이 아침을 푹 찌른다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책이니 서평은 사족이되리니 한 줄에서 받은 느낌을 몇자 끄적인다
현실이 어려울 때 사람들은 과거로 숨는다 그곳이 어머니의 자궁처럼 감싸주기 때문이다 고흐를 취하게 한 한잔의 압생트처럼 취하게 한다 사람의 인연은 시간의 선두주자이다 바로 뒤를 바싹 쫓고 있는 것은 한 줄의 말, 인연을 기다리는 책이다 십여 년을, 혹은 평생을, 말들과 책들이 기다린다 아니 오히려 그들도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 철학자의 말에서 별빛을,ᆢ 어렵게 꼬아놓은 문학가의 글에서 지성을,ᆢ해석을 거부하는 현대시에서 우주의 신비를,ᆢ무엇을 바라며 말과 글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어렵고 모호한, 현란한 수사학으로 코팅된 말들은 개나 줘버려라! 단순하고 삶이 들어있는 이 한마디가 지성의 꼭대기이다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때마다 나는 과거를 불러 화해했다" 과거와 화해한다는 것은 현실을 인정한다는 거다. 현재를 끌어안는다는 거다. 현재와 화해한다는 거다. 중심으로 들어간다는 거다. 비로소 주인이 되었다는 거다. 모가지를 뚝 떨어뜨리며 부활하는 동백이 보고 싶어지는 아침이다 동백을 보러 여수행 열차라도 타야 하나.. 순간 마음속에서 붉게 붉게 화해의 손을 내밀며 다가오는 무수한 동백송이들 밝아오는 창문밖이 우련 붉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