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에 이어 마침 올해가 3년째 되는 해. 화왕산 산행을 마친 뒤 용암처럼 타오르는 억새 불꽃을 바라보며 기축년 새해 소망을 간절히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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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3년마다 정월 대보름날 저녁 화왕산성에서는 억새 태우기 행사가 펼쳐진다. 2 보름달이 뜨기 직전 화왕산 정상에서는 풍년 농사와 안녕을 기원하는 상원제를 지낸다. 3 활화산 같았던 억새 불꽃이 사그라질 무렵이면 아쉬움을 달래듯 환상의 불꽃놀이가 펼쳐진다.
“와,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아요!”
정월 대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를 무렵, ‘불잽이’들이 불을 붙이자 억새는 순식간에 제 몸을 불사른다. 차분한 은빛으로 가을을 노래하던 억새가 겨울 동안 바싹 말라버린 탓이다. 보름달은 물론 하늘마저 녹여버릴 것만 같은 화력. 용암이 흐르듯 불기운이 점점 커지자 주변에 둘러서서 구경하던 이들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이 화려하고도 가슴 졸이게 만드는 불꽃은 20여 분만에 5만6천평을 가득 뒤덮은 산정의 억새를 모두 태워버린다.
그 사이 산정에 모인 사람들은 보름달과 불꽃을 보며 소원을 빈다. 기축년 한 해의 풍년도 기원하고, 액운도 모두모두 불에 태워버리듯 말끔히 떨칠 수 있도록 간절히. 가족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온 국민의 열망인 경제회복도 빠질 수 없다.
활화산처럼 장엄하게 타오르는 산정의 억새밭
‘메기가 하품만 해도 물이 넘치는 곳’인 우포를 서쪽에 두고 있는 창녕은 예로부터 홍수 피해를 많이 입었다. ‘큰불뫼’라는 화왕산(火王山·757m)의 원래 이름도 이런 수기(水氣)를 누르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화왕산엔 유난히 큰불이 자주 발생했고, 창녕 사람들은 ‘큰불’에 대한 믿음이 유달리 강한 전통이 있다.
전해오는 바에 따르면 화왕산에 불기운이 들어야 다음해 풍년이 들고 모든 군민이 평안하며 재앙도 물러갔다고 한다. 그래서 화왕산 주변 마을들에선 화왕산에 불기운이 들도록 매년 정월 대보름날 달집태우기를 해왔다. 그러다 1995년부터는 화왕산 정상에서도 대형 달집태우기를 시작했고, 이때 화왕산 정상부 억새밭도 함께 태웠다.
분지형의 화왕산 정상부엔 산성이 가로 400m, 세로 500m 정도 되는 직사각형으로 빙 둘러 있는데, 정월 대보름날 보름달이 떠오를 무렵 그 화왕산성 안의 드넓은 억새밭을 불태우는 것이다. 대형 산불을 예방하면서 봄에 억새풀의 새싹을 촉진시켜 더욱 화려한 억새초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그만 두었다가 지난 2003년 정월 대보름날 다시 재현했고, 이후 3년마다 억새 태우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가 바로 억새 태우기 행사가 펼쳐지는 해다.
2009년 정월대보름 화왕산 억새 태우기는 대보름날인 2월9일(월) 열린다. 아쉽게도 주말이 아니지만, 음력 1월15일에 행해지던 전통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 일.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각종 캠페인과 민속놀이와 공연행사를 진행한다. 이어 보름달이 뜨기 직전에 화왕산 정상에서 풍년농사와 안녕을 기원하는 상원제(上元祭)를 지내고, 대보름달이 떠오르는 시간에 억새 태우기가 시작된다.
이때 ‘화왕의 북’ 울림이 펼쳐지는 가운데 대형 달집도 함께 타오른다.
억새 태우기의 주요 행사로는 정월대보름을 뜻하는 상원제, 신에게 기원하고 제사를 지내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소지살기, 그리고 정월대보름 세습놀이 행사인 민속놀이·농악·연날리기·달집태우기·쥐불놀이·집단살기·불꽃놀이(축포) 등으로 대부분의 행사는 불과 관련된 행사다.
- ▲ 1 정성 들여 만든 달집에 간곡한 소원을 적은 종이를 매달고 있는 등산인들. 2 패러글라이더가 화왕산 상공을 지나며 억새 태우기 행사를 축하하고 있다. 3 창녕의 14개 읍·면 물 합수식은 창녕군민들의 화합을 기원한다. 4 대보름달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먼저 달집을 태우고, 그 다음 억새밭에 불을 놓는다.

억새에 불 붙이기 전에 다양한 대보름 행사 펼쳐져
자세한 일정을 보면, 섭외행사·식전행사·본행사·식후행사 이렇게 4개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섭외행사는 대부분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데, 저녁 8시까지 부곡온천관광특구 홍보 및 목욕할인권 배부, 창녕 농특산품 전시·판매·홍보, ‘우포와 따오기’를 테마로 다양한 홍보 및 기념품 판매가 이루어진다. 오후 5시까지는 창녕 관광사진전시와 무료시음회가 펼쳐진다. 오후 2시부터 7시까지는 관광객들이 낙서할 수 있는 추억의 기록판을 설치해 놓는다.
산정에서 이루어지는 행사 치고는 식전행사도 다양한 편이다. 소원풀이 짚단을 만들어 소지와 함께 파는 소원풀이 짚단팔기(12:00~17:00), 정월대보름 화왕산 억새 태우기 축제 축하 패러글라이딩(13:00~15:00)이 눈길을 끈다.
또 읍면 대항 윷놀이, 제기차기 대회, 널뛰기 체험이 가능한 민속놀이행사(14:00~16:00), 통일염원 및 따오기 성공적 안착과 번식기원 액연 날리기(14:00~17:00), ‘화합의 물’ 시음 및 방류하는 14개 읍면 물 합수식 물과의 화합(15:00~15:30), 이화농악 풍물 및 지신밟기, 즉석 노래자랑 및 산상가요제 등 문화예술공연(14:00~17:00) 등도 준비되어 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5시가 되면 드디어 기다리던 본 행사. 하늘에 기원하는 정월대보름 기원제인 상원제(17:00~17:30)가 화왕산 정상에서 열리고, 소원풀이 짚단 살기(17:30~17:50)도 진행된다. 이윽고, 이 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억새 태우기(17:50~18:30)가 정상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때 풍물놀이 한마당이 관광객들의 흥을 돋운다. 불꽃이 사그라질 무렵이 되면 환상의 불꽃놀이(18:10~18:25)가 아쉬움을 달래듯 화려하게펼쳐진다. 그리고 불꽃이 사그라지면 불공양을 하는 북춤·북소리(17:30~18:30)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한편 서문 근처에선 부럼·귀밝이술·콩궈먹기 등을 즐길 수 있는 먹거리장터(17:00~19:00)도 운영한다. 저녁 7시엔 모든 행사가 끝난다.
한편, 2009년 화왕산 억새 태우기 행사는 해발 757m 화왕산 정산에서 개최하는 야간 행사로서 2006년 행사엔 무려 5만 명이 넘는 등산인들이 몰렸다. 그래서 주최측은 안전사고 발생을 사전 예방키 위해 노약자와 어린이들의 입산을 자제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참가자들은 반드시 식수와 먹을거리는 물론 추운 겨울임을 알고 방한복과 랜턴 등을 준비하도록 권하고
있다. 창녕군에서는 안전사고 예방과 등산로 혼잡방지를 위해 오후 4시 이후엔 입산을 통제할 계획이다.
창녕은 볼거리 다양한 전통의 고장
오랜 전통의 고장인 창녕엔 볼거리도 많은데, 국보도 두 개나 된다. 진흥왕척경비(국보 제33호), 그리고 술정리 동삼층석탑(국보 제34호)이 그것이다. 원래 화왕산 기슭에 있던 것을 읍내 만옥정공원으로 옮긴 진흥왕척경비는 561년에 세운 것으로, 남한에서 최고로 오래된 빗돌이다.
진흥왕은 대가야 땅으로서 비사벌로 불리던 창녕을 점령한 뒤 척경비를 세우고 가야 지역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던 것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세운 술정리 동삼층석탑은 원래 민가 틈새에 있어 하층 기단 일부가 민가 담 밑으로 들어갈 정도였으나 1965년 주변을 정화했다. ‘동탑(東塔)’이라 하는 것은 한 사찰의 쌍탑이기 때문이 아니라 행정구역상 술정리 안에 두 기의 석탑이 존재하는 이유로 붙여진 명칭이다. 서삼층석탑은 이곳서 약 1km 떨어진 곳에 있다.
동삼층석탑 부근에 있는 하병수 가옥은 지붕을 억새로 이은 정면 4칸의 전통 가옥. 조선시대의 가옥구조와 민가의 건축술을 알 수 있는 남향의 초가인 이 가옥은 하씨(河氏) 집안이 몇 대째 살아온 곳이다. 조선 영조 때인 1706년에 지어진 집이라 하니 300년 넘게 연륜이 쌓인 셈이다.
창녕읍 교리 부근을 지나다 보면 고분군들이 눈길을 끈다. 1918년 무렵 일본인에 의해 발굴되어 유물은 대부분 일본으로 옮겨가고 일부만 국내에 남아있어 구조와 출토된 유물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그나마 교동고분군이 형성된 위치에 창녕박물관이 소재해 있어 교동고분군의 조성방법과 형태, 가야시대 때부터의 창녕군 역사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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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61년 진흥왕이 창녕을 정벌하고 세운 진흥왕 척경비.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비석이다. / 지붕을 억새로 이은 창녕읍 술정리의 하병수 가옥.
생태계의 보고로 꼽히는 우포늪
이런 유적들을 둘러본 뒤 창녕읍에서 20번 국도를 따라 20분쯤 달리면 우포늪이다.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 일대에 걸쳐 우포늪·목포늪·사지포·쪽지벌 이렇게 4개로 형성되어 있는 이곳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서식지로서 총 342종의 동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귀식물로 잎의 지름이 1m가 넘는 가시연꽃을 비롯하여 노랑어리연꽃·마름·생이가래 같은 습지식물과 어류,수서곤충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또 늪의 많은 부분을 뒤덮은 물억새는 물오리들이 숨어 지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큰고니·중대백로·왜가리 등 많은 철새들이 해마다 날아오는 도래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1997년 생태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1998년엔 국제습지조약 보존습지로 지정되어 국제적으로도 주목을받는 늪이 되었다. 2008년엔 제10차 람사르총회 공식방문지로 지정되어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다리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만년교
창녕읍 남쪽에 있는 영산면은 창녕 안에서도 독특한 문화유산을 여럿 간직해온 고을로 꼽힌다. 영산면을 적시고 흐르는 동천을 가로지른 만년교(보물 제564호). 이를 밟고 건넌 사람은 다리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다리다.
그래서 늘 이 다리를 밟고 사는 영산 사람들은 다리병이 없다는 말도 있다.
1780년 석수 백진기가 축조하고, 1892년 현감 신현조가 석수 김내경을 시켜 중수했다고 한다. 원님이 고쳐준 다리라 ‘원다리’라고도 한다. 만년교라는 이름은 다리가 튼튼하여 세월이 흘러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붙여진 것으로, 그동안 늘 홍수를 겪을 때도 이 다리는 안전했다고 한다. 건각(健脚)을 빌며 만년교를 건넜으면 이제여독을 풀 차례다.
창녕 남동쪽에 위치한 부곡온천의 온천수는 78℃로서 우리나라에서 높은 온도를 자랑한다. 부곡이란 이름은 주변의지세가 가마솥 같이 생겼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니, ‘가마솥에서 펄펄 끓은 목욕물’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동국여지승람에도 온천이 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부곡온천엔 유황 이외에도 규소·염소 등 20여 종의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 호흡기질환·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제공=창녕군청>
※문의 창녕군청 055-530-2521~5, 배바우산악회 055-533-2998
여행정보
>>숙식
화왕산 입구엔 토담산장(055-533-2022) 등 민박집과 식당이 여럿 있다. 음식점들이 많지는 않고 파전 굽는 냄새가 등산인들을 유혹한다. 창녕 읍내엔 창녕장(055-533-0707), 한성장(532-3005), 세림장(533-8176), 명동장(532-9356), 부일장(533-1018) 등 숙박시설과 다양한 먹거리집이 있다. 읍내서 승용차로 30분쯤 달리면 우리나라 온천수 중 최고의 온도를 자랑하는 부곡온천이다.
이곳엔 부곡하와이관광호텔(536-6331), 원탕고운호텔(536-5655), 부곡로얄호텔(536-6661), 부곡파크관광호텔(536-6211) 등이 있다.
>>교통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창녕 나들목→좌회전→24번 국도→창녕여중→화왕산 자하골 주차장 <수도권 기준 4시간 소요>
서울→창녕
서초동 남부터미널(ARS 521-8550)에서 매일 5회(09:45~17:05) 운행. 요금 19,000원,
4시간 소요.
부산→창녕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1-322-8301)에서 매일 40~50분 간격(07:00~20:30)
운행. 요금 6,000원, 2시간20분 소요.
대구→창녕 서부시외버스터미널(053-656-2824~5)에서 매일 수시(06:30~21:00) 운행.
요금 3,200원, 40분~1시간 소요.
마산→창녕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055-256-1621)에서 매일 20~30분 간격(07:00~22:00) 운행. 1시간 소요, 요금 3,400원.
밀양→창녕 시외버스터미널(055-354-2320)에서 매일 9회(07:00~18:00) 운행.
요금 4,200원, 1시간10분 소요.
창녕→옥천 매표소 시외버스정류장에서 농촌버스가 2~3시간 간격으로 6회(07:00~18:00) 운행. 30분 소요. 택시 15,000원~20,000원.
창녕→자하골 매표소 도보 30분 소요, 택시 2,500~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