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안과진료를 받는 것도 불편하지 않았다. 오전에는 던킨에 앉아 조금 작업을 했고, 한강의 <회복하는 인간>을 읽었는데 오타가 너무 심해 집중하기 힘들었다. 이거 한국어 할 수 있는 중국인 알바가 타이핑한 것 같이, 대수5잠게 여겼더니라고 적혀있었다. 한두 군데가 아니다. 녹내장안과 선생님은 한번 밖에 뵙지를 못했고, 좋은 인상을 주는 선생님이었다. 세월이 이만큼 지났으니까 연수는 아닐 테고, 의료대란으로 다른 곳으로 옮긴 건가? 선생님이 얘기해 줄 때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는데.. 이제 좀 생각이 떠오른다. 이상엽선생님 나는 이름도 기억하고 있다. 그날 옆에 있던 전공의?인지 모르겠지만, 내 눈 밑을 휴지로 닦아내면서 느낀 게 있다. 눈 밑에는 감정선이 없고, 선생님한테서만 온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나도 선생님을 1년에 한번 보는 사람이라 가끔은 나도 당황스럽다. 어딘가는 낯설고 어느 부분은 익숙하고, 하나도 변하지 않고 세월이 흘러가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본다.
진료실을 나오니까 간호사님이 초콜릿을 저희한테 보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그녀의 질문에 할 말을 잃어서 이슈가 됐을때요. 라고 말했다. 눈이 불편해 던킨 앞 벤치에 앉아 있는데, 진료비가 더 결제됐고 조금 지나자 다시 취소 문자가 온다. 3층 수납창고에서 분실한 내 카드를 보관 중이라고 연락이 올 때서야 없는 걸 알았다. 나는 3층에 올라가고 또 올라갔다. 던킨이랑 지하에 있는 빵집에도 다녀왔고, 편의시설 위치를 조금 알게 됐다. 다음에는 파스쿠찌로 갈 거 같다. 던킨 매장이 오래 앉아 있기에는 좀 작긴 작았다. 집회에서 늦어 세탁소에서 찾지 못한 코트 때문에 나는 아주 밝은 옷을 입었는데 낮 시간이 되자 목도리도 불편했다. 카페에 들어오기 전에 미니 핫팩을 샀다. 12월에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