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값 급등에 한숨 쉬는 세탁소 사장… “겨울나기 힘드네”
1년새 등유가격 30% 넘게 올라
취약계층·지방민 겨울 난방 비상
“돈 아끼려 자기 전에만 보일러 켜”
김태호 기자
입력 2023.01.28 06:00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등유 판매점. 최근 등유가격 상승으로 등유 보일러로 난방을 해결하는 가정들이 난방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김태호 기자
“가정에선 난방을 아낄 수라도 있죠. 장사를 하면서 등유를 적게 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조정호(52)씨는 등유 285ℓ를 사며 45만6000원(ℓ당 1600원)을 지불했다. 약 1년 전인 2021년 12월 3일 등유 158ℓ를 샀을 땐 14만2000원(ℓ당 약 900원)만 줬으면 됐다.
등윳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취약계층과 지방민들은 물론 떡집, 세탁소 등 자영업자들의 겨울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등유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노후 주택이나 지방 촌락에서 난방 연료로 쓰이고 떡집, 세탁소 등 일부 업종에서도 사용된다.
2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4주차 등유 가격은 리터(ℓ)당 1484.8원이다. 지난해 1월 4주차(ℓ당 1111.2원)와 비교하면 33.6% 오른 수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458개 중에서 등유의 가격 인상률은 56.2%로 가장 높았다.
등유와 경유는 생산라인이 같아 경유 생산이 늘면 등유 생산이 줄게 된다. 올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가 부족해진 유럽의 경유 수요가 늘었고, 이에 등유 공급은 줄었다. 이 와중에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난방 수요가 증가한 것이 등윳값을 끌어 올렸다.
정부는 지난달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소외계층(독거노인·장애인·한부모가족·소년소녀가장)에 대한 등유 바우처 지원액을 가구당 31만원에서 64만1000원으로 늘렸으나 한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등윳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북 문경시에 사는 최영조(72)씨는 요즘 보일러를 켜는 게 두렵다. 최씨네 집은 등유 보일러를 쓰는데 1년 사이 등윳값이 올라 난방비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난달에 등유를 드럼통(200ℓ)으로 2개를 써 난방을 땠는데 56만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21년 12월쯤엔 똑같이 등유를 써도 한 달에 36만원가량이 들었다”며 “등윳값이 무섭게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최씨는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낮에는 보일러를 틀지 않고 밤에 자기 직전에만 보일러를 틀고 생활한다”고 전했다.
등유로 난방을 해결하는 가정에선 요즘 가계부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남 영광군에 사는 김동선(67)씨는 “요새 등윳값이 한 드럼통에 30만원 가까이한다”며 “이번 겨울이 끝날 때까지 버티려면 등윳값으로만 200만원 정도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달에 아낀다고 했는데도 난방비가 턱없이 많이 나왔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김씨도 낮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고 추위를 참다 자기 전에 난방을 때며 살고 있다.
문경시 의곡3리 이장을 맡은 홍경진(57)씨는 “시골집은 80%가 기름보일러를 땐다”며 “마을의 이웃들이 난방비 부담에 곡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홍씨는 “어르신들이 기름값을 아끼려 난방을 줄이자 마을에 감기가 돌고 있는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등유 판매업자들도 가정과 사업장에서 등유를 아끼고 있다고 느낀다. 서울 강서구에서 13년째 등유를 파는 박승석(61)씨는 “서민들은 집 난방시설을 쉽게 바꾸지 못하기에 울며겨자먹기로 등유를 살 수밖에 없다”며 “일반 가정집에서 드럼통 1개로 한 달 정도 쓸 텐데 요새는 한 달 하고 일주일 정도 더 쓰게끔 아끼는 게 눈에 보인다”고 했다.
김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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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고암
2023.01.28 08:41:22
등유값, 가스값 등 난방비 미친듯이 올랐네. 우라는 구걸 왜 이재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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