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로몬이 준 성읍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 히람은 어찌하여 금을 솔로몬에게 보내었는가?
솔로몬이 두 집 곧 여호와의 성전과 왕궁을 이십 년 만에 건축하기를 마치고 갈릴리 땅의 성읍 스무 곳을 히람에게 주었으니 이는 두로 왕 히람이 솔로몬에게 그온갖 소원대로 백향목과 잣나무와 금을 제공하였음이라 히람이 두로에서 와서 솔로몬이 자기에게 준 성읍들을 보고 눈에 들지 아니하여 이르기를 나의 형제여 내게 준 이 성읍들이 이러한가 하고 이름하여 가불 땅이라 하였더니 그 이름이 오늘까지 있으니라 히람이 금 일백이십 달란트를 왕에게 보내었더라 (왕상 9:10~14)
열왕기상 9장에는 성전 건축과 왕궁 건축이 마친 이후에 여호와께서기브온에서처럼 솔로몬에게 나타나신 장면이 나온다. 핵심은 비록 솔로몬 성전을 지었지만 그들이 불순종하면 “내가 거룩하게 구별한 이 전이라도 내 앞에서 던져 버리리라"(7절)는 말씀이다. 여기서 본문은 "솔로몬이 두 집 곧 여호와의 성전과 왕궁을 이십 년 만에 건축하기를 마(10절)쳤다고 기록한다. 이 구절은 지금까지 주요 주제였던 건축에 관한 내용을 마무리하는 언급이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 직후에 두로 왕 히람이 언급된다는 점이다. 본문이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솔로몬의 건축 사업은 히람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내용이 솔로몬이 "갈릴리 땅의 성읍 이십을 히람에게 주었으니 이는 두로 왕 히람이 솔로몬에게 그 온갖 소원대로 백향목과 잣나무와 금을제공하였음이라"는 것이다. 마치 큰 사업이 마치고 피차 주고받은 것을계산하는 듯하는 모양새이다. 솔로몬은 왜 성읍 이십을 히람에게 주었을까? 원래 솔로몬이 히람에게 주기로 한 것은 “궁정의 음식물로 밀 이만 고르와 맑은 기름 이십 고르(왕상 5:11)가 아니던가? 그것들은 공사가 진행된 지난 20년 동안 해마다 이미 주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왜 스무 개의 성읍을 히람에게 주는가? 건축이 마치고 나니 너무 고마워서 히람이 요청한 것 외에 더하여 준 감사의 표시인가? 그럴 리는 없다. 왜냐하면 성읍을 이방인에게 주는 것은 율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레위기 25장 23절은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 왜 솔로몬은 율법을 어겨가면서히람에게 성읍을 준다고 하였을까?
여하튼 솔로몬이 선물로 준 갈릴리 성읍들을 보기 위하여 히람이 두로에서 왔다. 이 성읍들은 갈릴리 바다 북서쪽에 있었다. 이 땅의 서쪽부분은 두로의 변경 근처에 있었으므로 솔로몬과 히람 두 사람의 뜻에 다 맞았을 것이다. 당시에 이 성읍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에 의해 개발되거나 건축되지 않은 땅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성읍들은 히람이 되돌려준 후에 솔로몬이 나중에 건축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을 거기에 살도록 했기 때문이다(대하 8:2). 그러므로 그 땅은 그때까지 가나안 원주민들이 거하는 일종의 오지(奧地)였다. 이런 이유로 그 땅을 둘러본 히람으로서는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그리하여 솔로몬에게 말하기를 “나의 형제여, 당신이 나에게 준 성읍들이 이게 뭡니까?"(공동번역, 13절)라고 하였다. 그래서 히람은 그 땅 이름을 '가불'이라고 붙였다. 히람이 그 땅을 '가불'이라고 부른 것은 솔로몬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일종의 언어유희이다. '불'이라는 말의 정확한 어원과 의미는 잘 모른다. 그러나 페니키아어로 그 말은 '기쁘게 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아람어 어근 ㅋㅡㅂㅡㄹ(kbl)은 '황량하다'는 뜻이다. 유대 랍비들은 '족쇄를 채운' 혹은 '사슬에 매인'이란 뜻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그러니 '무가치한 것'이란 뜻이다. 히람은 그 성읍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국 그 성읍들을 솔로몬에게 되돌려 주었다(대하 8:2).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어지는 히람의 행위이다. 히람은 그렇게 무가치한 땅을 받은 대가로 금 일백이십 달란트를 솔로몬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120달란트는 약 4.5톤의 많은 양이다. 솔로몬이 준 가불땅에 비하면 과도한 액수이다. 히람은 왜 그런 행위를 하였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솔로몬과 히람이 성전 건축을 두고 맺었던 최초의 협약을 다시 살펴보자. 그 협약의 내용은 분명하다. 히람 쪽에서 제공해야 하는 것은 성전 건축과 관련된 '목재와 노동력'이고, 솔로몬 측에서 그 대가로 주기로 한 것은 일정 양의 식품이었다(왕상 5:5~11). 분명히 그것이 전부였다. 그 협약에는 히람이 솔로몬에게 '금을 제공할 것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바로 이것이다. 이 사실이 히람의 금 일백이십 달란트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11절을 다시 읽어 보자. "갈릴리 땅의 성읍 스무 곳을 히람에게 주었으니 이는 두로 왕 히람이 솔로몬에게 그 온갖 소원대로 백향목과 잣나무와 금을 제공하였음이라.”
분명히 성전 건립을 위한 최초의 협약에는 솔로몬이 히람에게 '성읍을 준다는 것도, 히람이 솔로몬에게 '금'을 준다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성전 건축이 끝나자 솔로몬은 히람에게 '성'을 주었고 히람은 솔로몬에게 '금'을 주었다. 그러므로 여기에 언급된 '금'은 성전 건립을 위해 제공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14절에 언급된 120달란트를 말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20년간의 건축 공사로 재정이 고갈된 솔로몬이 갈릴리 땅의성읍 스무 곳을 히람에게 팔아넘긴 것이다. 14절의 금 일백이십 달란트는 11절에서 히람이 성읍을 받고 제공한 금의 양을 구체적으로 밝혀 주는 것이다.
결국 솔로몬은 율법의 규정들을 무시해 가며 세속적인 정책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믿음으로 시작한 솔로몬이지만 행정 책임을 맡게 되자 곧 현실에 눈을 돌리고 만 것이다. 스무 개의 성읍을 솔로몬에게 되돌려 준 히람에게 솔로몬이 어떻게 보상해 주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든 솔로몬이 히람을 만족시켜 주었음에 틀림이 없다. 왜냐하면 그 이후에도 두 사람 사이의 친목 관계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하튼 이 친목 관계를 통해서도 여전히 솔로몬의 관심이 금에 있음이 확인된다.
솔로몬왕이 에돔 땅 홍해 물가의 엘롯 근처 에시온게벨에서 배들을 지은지라히람이 자기 종 곧 바다에 익숙한 사공들을 솔로몬의 종과 함께 그 배로 보내매 그들이 오빌에 이르러 거기서 금 사백이십 달란트를 얻고 솔로몬왕에게로 가져왔더라 (왕상 9:26~28).
놀랍게도 이후 이어지는 10장은 솔로몬의 관심이 온통 '금'에 있음을 반복하여 말해 준다. 스바의 여왕이 그를 방문하여 준 선물 중에 재미있게도 금 일백이십 달란트가 있었다(왕상 10:10). 솔로몬의 연간 세입금이 금 666달란트였다(10:14). 하나에 육백 세겔이 든 금방패가 이백개(16절), 작은 금방패 삼백 개(17절), 정금으로 입힌 상아 보좌(18절),모든 그릇이 다 금이었다(21절). 그야말로 금 잔치이다. 물론 이런 영화는 아직도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약속하신 대로 복을 부어 주고 계심을 나타내는 것이다(3:13). 여하튼 솔로몬이 스무 개의 성읍을 히람에게 주어 그 대가로 금 일백이십 달란트를 받은 것은 "내가 너희 앞에 둔나의 계명과 법도를 지키지 아니하면 내가 이스라엘을 내가 그들에게준 땅에서 끊어 버릴 것”(9:6~7)이라는 경고를 잊은 행위였다. 아무리하찮은 땅일지라도 하나님이 주신 약속의 땅을 손쉽게 이방 왕에게 내어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