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일의 시쓰기) 시를 잘 쓰려면?
1. 전통적인 서정성과는 다른 현대성(모던함)에 주목한다.
-새로운 시선, 독자의 입맛을 틀기, 새로운 것을 가져오기
-단, 맛을 내는 게 관건
예) 서정적인 문장-목련은 한복
VS
전통적인 서정성을 비튼 문장-가수 마야라고 했던가
(김소월 진달래꽃을 뒤집은 시, 김병수 "다시 진달래꽃"--제19회 오월문학상 당선작-)
다시, 진달래꽃 / 김병수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락가수가 부른다 마야라고 했던가 목소리가 뻥뻥 뚫린다 마야 저 잉카제국의 라틴아메리카에서 건너온 저 마야 공중파 방송을 타고 뿌려지는 시인 김소월 한 세기를 건너뛰고 가요차트 1위까지 오른다 님을 보내지 못하는 애달픈 곡소리가 락으로 전이된다 락, 락의 정신을 소유한 저 시원한 목소리에 진달래꽃이 피었다 스피커에서 찢어질 듯 퍼져나온다 가끔, 체 게바라 사진이 걸린 뮤직비디오 라틴아메리카 수염에서 흘러나오는 여성락커의 진달래꽃은 영변(寧邊)에 약산(藥山)보다 너무 멀리서 온 것일까 목소리에 힘이 실린 만큼 진달래꽃은 시들시들해져간다 메가박스 복합상영관에서 줄을 서고 있는 저 헤드폰 귀를 봉합하고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린단다 브라운관 현란한 조명아래 마야가 진달래꽃을 부른다 베이스 기타와 전자 기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드럼은 찢어지고 있었다 더 강렬하게 불러야 고막정도는 너끈히 찢을 수 있어야 듣기가 더 좋다 주파수를 잘 맞추어야 들리는 도로를 잡아먹을 듯 덤비는 스포츠카 광폭타이어 안락한 가죽시트와 중저음 스피커를 통해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의 비트박스 비 내리는 영동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스포츠카 유리창이 빗방울을 떨어낼 정도의 그래야 속도감이 최고의 절정을 만들어 낸다 진달래꽃 사뿐히 즈려 밟고 가는 한 세기를 넘어온 시인 광폭타이어 속도를 아시는가 사뿐히 즈려 밟고 가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 5분안에 끝나버리는 락의 속도에는 락커가 시인이 된 시대 한달도 못되어 폐기될 진달래꽃 -시출처: 영남시동인 카페(http://cafe.daum.net/buoulml/5QvC/394)
2.현장의 언어체험을 한다.
- 지방 별 서로 다른 사투리, 지역만의 사물, 지방의 정서를 드러내는 언어들,
직업 현장의 전문 용어의 적절한 사용
예)- 나희덕 "초분"(草墳 )
-초분은 지방에 따른 매장 방법의 하나로 나희덕은 초분을 저승길 저어가는 배로 비유함
-김남극,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지방의 정서)
3. 10분만의 시쓰기 연습을 해본다(끙끙 앓기)
4. 시집을 읽으며 좋은 시는 암송한다.
5. 죽은 비유는 하지 말라.
낯익은 이미지를 경계하고 새로운 이미지에 더 관심을 가진다.
예) 새로운 비유,
-이병일 "흑매화와 호랑이" 중에서(흙매화와 호랑이를 연결)
.. 설레는 봄빛같이 나는 뒤가 마려.. 용을 힘껏 쓴다, 똥이 땅에 떨어질세라 항문까지 찰지게 핥는 소리가 들린다 화들짝 놀라 바투 뒤를 돌아보는데, 흑매화가 호랑이 눈동자로 나를 쏘아보며 빙그레 웃는다 ... 흑매화는 호랑이의 기억을 가지고 산다... 피에 젖은 몸, 날래게 숨길 곳을 찾던 호랑이를 생각한다.. 오늘은 그토록 생시에 찾던 검붉은 호랑이를 만났으니, 나는 또, 세상에 기약도 없이 어디론가 떠돌아야 한다
-이승수 "고래" 중에서(지하철과 고래를 연결)
...무심코 올려다 본 전철의 천장은 묘하기도 하지, 궁륭 모양으로 부풀며 제 흰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 출렁이는 물살에 이리저리 내몰리다가 몇몇은 토해지고 몇몇은 그대로 잠이 든다
6. 많이 읽고 시류를 안다. 안 읽고는 못 쓴다.
7. 과감하게 쓴다. 시가 꼭 아름다울 필요는 없다. 모든 시가 다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다.
8. 남들이 보고 놓친 것을 잘 봐야 한다.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잘 관찰한다.
예) - 김사인 "볼펜"-
볼펜이 자빠져 있네 다 쓴 자지 같네 쩔은 과메기 토막 같네 나는 왜 저 볼펜이 시무룩하다고 생각할까
- 최영미 "선운사
"-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송찬호 "찔레꽃"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 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나무 덤불 아래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
-
=> 가장 낯익은 이미지에서 새로운 걸 발견하기 = 시
9. 사물의 급소를 찾아 물고 늘어지는 시를 쓴다.
"어떤 걸 통해 뭘 이야기할 것인가?"
예) - 이정훈, "쏘가리, 호랑이"
-범이 되고 싶었던 큰아버지는 얼굴얼룩한 가죽에 쇠촉 자국만 남아 집으로 돌아오진 못하고 병창 아래 엎드려 있는 거라고..
아버지는 굴속같은 오라댕이가 싫다고 산등강으로만 쏘다니다 생각나면 손가락만 하나씩 잘라먹고 날 뱉어냈다...해지는 병창 바위처마에 걸터앉으면 언제나 아버지의 없는 손가락, 나는
-황인산 "개심사 애기똥풀"
-개심사 들머리 애기똥풀은 모두 옷을 벗고 산다...
개심사 해우소는 천길이나 깊다...
보잘것 없는 내 아랫도리 하나로 하늘도, 가냘픈 애기똥에 기댄 마음도 옷을 벗지 못한다...
10. 나이나 경력과 상관없이 시적 사유가 젊으면 젊은 시인이다.
-참신함 필요, 매일매일 상상력 훈련 필요, 입심으로 멋지게 우기는 기술 필요
11. 시는 지우는 훈련을 잘 해야 한다.
12. 시의 능청스러움은 색다른 매력
예) -안도현 "명궁" 중에서
신은 뿔이 났다 허공에 송송송 구멍을 내는 그가 괘씸하여 신은 다시는 활을 쏘지 못하게 그의 두팔을 잘라버렸다 그때부터였다 팔장을 끼고 강건너 물구경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은 그들이 한 때 명궁이었다는 말이 있다
- 김애리나 "봄날의 부처님" 중에서(진주신문 2005년 신춘문예 당선작 )
쉿 부처님 주무시는 중이세요.....(중략)... 오늘처럼 법당에 둘이만 있는 날에는 당신 한 번 넘어뜨리고 싶은 마음 아시는지.
13. 시에는 우기는 힘이 필요하다.
-멋지게 우기기 = 입심
14. 때론 지구 반대편에 있는 것을 끌고온다.
-지구 반대편의 상상력이 필요-지구의 반대편이건 우주의 반대편이건.
예) 김영래 "큰개자리 여인숙" 중에서 (문장들)
-거인사냥꾼 오리온 태백성이 호수를 타종하는 곳 당의정 같은 산토끼들의 똥 별빛으로 휑궈낸 머릿속은 맑은 고량주 빛깔로 찰랑이네 씨곡 알알이 겨를 벗듯 발아하는 별들 생의 향기를 맡은 별들이 숲정이로 내려앉네 애벌 씻은 하늘 우주의 늘봄으로 지하 광석들을 꿈틀거리게 하네 수목 한계선 너머 은허문자의 영토를 밤새워 은유하다 가리. 큰개자리 여인숙, 그 객사의 하룻밤
15. 감정을 절제한다.
예) 김사인 "삼우 무렵"
- 콩그릇 곁으로 삼대가 둘러앉아
찧고 까부르는 테레비,
테레비만 멀거니 건너다봅니다.
16. 개성적인 시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예) - 마네킹의 멋진 옷 뒤에는 수많은 시침핀이 꽃혀 있다(개성적인 상상력을 통해 이 시대의 현대적 문제를 보여주기)
- 냉장고 속 냉동된 각진 고기덩어리의 식은 욕망과 망각을 빨아들이는 사각의 검은 잉크병과 책을 지우는 사각의 고무지우개들
(송찬호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꽃들의 이마 위엔 얼음주머니가 얹혀 있다( 이경교, "꽃사태")
-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송찬호, "동백이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