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실천방법
(사)향토지적재산본부 이사장 이내수
채소가 제공하는 주요 영양인 비타민 성분이 수확 후 2~3일이 지나면 절반이 소멸된다는 최근 미국 의료 포털이 전하는 소식을 들으며 ‘신토불이(身土不二)’ 가 머리를 스쳤다.
수입 농산물에 대항하는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80년대 끝자락에 농협이 전개했던 ‘신토불이 운동’을 계기로 해서 국어사전에까지 오른 이 단어는 ‘자신이 사는 땅에서 자란 농산물이 체질에 잘 맞는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농산물 수확 후 이동거리가 이동 소요시간에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동거리가 짧을수록 영양소 보전 상태가 좋을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 주범인 에너지의 절약도 가능해진다. 따라서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할수록 영양도 증대되고 에너지 사용을 줄여 공기 정화도 가능해져서 인류의 건강 증진에 절대적인 도움이 될 터이다.
거의 30년 전에 전개되었던 농협의 신토불이 운동을 회고하면 이 운동 착안의 주요 배경이 된 <삼국지>의 고사가 떠오른다. 그 속엔 고향을 떠나 전쟁터에 나선 병사들이 시름시름 아파할 때 고향에서 가져온 흙덩이를 나눠먹고 병을 고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병을 고친 병사들의 사례에서 신토불이의 의미를 곰곰이 되씹어 생각해보면 농산물 수확 이후의 경과시간이나 영양소와 연관되었다기보다는 흙덩이를 통한 고향을 향한 마음의 치유가 그 핵심이 될 것이다.
인근 농민들이 생산한 싱싱한 농산물을 구할 수 있는 ‘로컬푸드직매장’에 들어서면, 매장 뒤쪽 벽면에 ‘매장을 찾아주신 고객님! 고객의 건강을 생각하며 정성을 다한 열무입니다! 고마운 마음을 다하는 생산자 ○○○ 올림’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표시문과 생산자 사진을 보게 되는 고객의 마음은 어떠할까?
방문고객이 생산자 이름과 사진을 보고 알 만하고 믿을 만하다면, 반가운 마음도 커지고 생산에 쏟아부은 정성도 더 잘 전달될 것이다. 또한 생활에 찌든 긴장도 잠시나마 녹아내릴 수 있다.
농산물 생산과 소비가 동일 생활권에서 일어나는 도농복합형 중소도시에서 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의 매장수와 판매고가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다. 그곳에선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전하는 건강을 향한 손길과 정성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국어사전에까지 오른 신토불이 정신을 살리는 취지라면 직매장 명칭에 신토불이를 도입하거나 병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가 주고받는 신토불이 정신의 출발점을 도농복합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한 조합 내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일한 자격으로 대우하는 것이 현재의 우리나라 협동조합제도에서는 불가능함은 아쉽다.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동일한 선거권·피선거권·이용배당권 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동일 조합 내에서 포용할 수 있는 법이 개정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현재 도시형 농협의 준조합원제도를 활용하면 양자를 어우르며 이해관계를 조화시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감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출발점은 도농복합지역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체 농협에서 정부 및 기업체와 협조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대도시와 농촌 구석구석까지 전국 단위로 확대되고 활성화되어야 더욱 힘들어지는 우리 농업에 희망을 주는 길이 될 수 있다.
전국 단위에서는 생산자 연합 조직으로서 농협중앙회와 소비자 연합 조직과의 관계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농민의 정성을 소비자에 전하는 구체적 실천 방법 중에서 농협중앙회가 당장 손쓸 만한 것도 있다.
한때 NH농협은행 창구에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가 현재는 시들해진 신토불이 농산물 판매기능을 가공품 중심으로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전국 단위로 소비자를 향한 생산자의 정성을 전하는 농협의 신토불이 정신을 빠른 시일에 다시 살리는 현실적으로 손쉬운 길이다.
농산물 소비자인 국민이 자기 건강을 생각해주는 응원자인 농민의 정성을 접하는 기회를 넓힐 때 몸의 건강과 정신의 행복지수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출처 농민신문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271081&page=1&ar_part1=15&ar_part2=&ar_typ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