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First Penguin 김현종의 드론 백서
-김현종 『드론이 여는 미래의 전쟁』 좋은땅, 2023
이유(평론가)
1. First Penguin 김현종
작가들은 보통 3년에 1권 정도의 저서를 발간한다. 3년이라는 기간은 3년이 지나야 문화재단에 출판지원금을 신청(우수 작가)할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지만, 또한 작품집을 엮을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주는 것이기도 하다. 전문 작가들도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발효시켜 녹여내는 데 반해 김현종은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전역 군인으로서 한 해에 두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삶의 동력이기도 했겠지만, 뼈를 깎는 고통이기도 했을 것이다.
첫 번째 저서 『안보보험』의 마지막에서 드론 산업을 거론한 이유가 있었다. 두 번째 저서 『드론이 여는 미래의 전쟁』은 『안보보험』을 뒷받침하는 저서이다. 표지그림부터 심상치 않다. 저자의 약력으로 보아 ‘공상과학 문학’이 아님은 분명했다. 저자는 서문에 ‘드론이 여는 새로운 전쟁터에 관한 관심을 유도하고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쓴다.’라고 집필 목적을 밝혔다. 김현종이 제시하는 주안점이 무엇인지 따라가 보자.
2. 미래의 Game Changer
김현종은 『안보보험』에서 밀도 있게 다루지 않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 인구절벽 시대를 미리 대비하는 생존보험 도구로 드론을 제시한다. 그의 설득력 있는 지론은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서늘하리만치 차가운 이성으로 전쟁의 창과 방패를 대신하는 드론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설명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에게 초점이 맞춰진 이 책은 민간산업 측에서 앵글을 돌리게 한다. 관료주의 국방정책의 비효율적인 속도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미 펼쳐진, 앞으로 펼쳐질 드론 전쟁의 백서라고 볼 수 있는 『드론이 여는 미래의 전쟁』은 ‘드론 전면전 시대가 시작되었다!’라는 부제로 주제를 확실하게 인식시키고 있다. 드론이 미래 전쟁의 진정한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 궁극적으로 우리의 국방력을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저자의 뜻은 충분히 전달되고 있다. 저자는 ‘내용도 충분하지 않다. 손자병법의 졸속 개념을 적용하여 지금 상태로라도 빨리 드론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그동안의 생각과 글을 모아서 급한 대로 이 책에 담아본다.’라고 겸손하게 언급했지만, 안보를 걱정하는 그의 절박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문구다. 반평생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직책을 수행해온 사람이라면 어쩌면 당연한 걱정이다.
첫째, 드론은 약소국의 역설을 구현할 수 있다.
둘째, 드론은 최고의 가성비를 얻을 수 있다.
셋째, 드론은 군사작전의 모든 면에 사용할 수 있다.
넷째, 드론은 인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섯째, 드론은 신속 정확 외과수술식 핀포인트(pin point) 타격이 가능하다.
저자는 위의 다섯 가지 사항을 설명하기 위해 드론의 정의 및 비행 원리와 배터리와의 상관관계까지 교과서처럼 집필해 놓았다. 마치 드론 백과사전을 읽는 듯한 느낌 또한 이 책의 특징이다.
3. 창과 방패의 모순
대낮에 하늘을 덮고 있는 비행체가 새때가 아니라 전쟁용 드론이라고 상상해보자. 메뚜기가 몰려와도 두려울 텐데 살상용 드론이 하늘을 덮고 있다면 지구의 종말을 예견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의 정신세계는 아직 현역으로 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역한 군인이 다시 현역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 또한 혁신적이다.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하면 저자는 전역을 바라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현종의 약력은 육군사관학교에서 시작해 군사전략 전문가의 소양을 갖추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한국 등 최고의 대학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그러한 전문가가 100세 시대에 60세 이전에 현역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사람마다 사용하는 에너지의 속도가 달라 젊은 나이에 정년을 바라는 이가 있는가 하면, 80세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역량을 발휘하는 이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가는 유능한 인적재산을 낭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젊은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정년은 마땅하다. 그러나 이러한 열정의 소유자라면 국가와 사회는 반드시 기회를 주어야 하고, 당사자는 이에 부합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김현종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국민과 국가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과 군이 창과 방패가 되어 서로 맞서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김현종의 의식에서는 자기모순을 찾을 수 없었다.
4. 마무리
지구 생태계는 전쟁과 질병을 피할 수 없다. 지구는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이 있어서 풀 한 포기, 개미 한 마리도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생태계의 최강자인 사람도 질병과 전쟁으로 자정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 사람의 生과 死, 그 자체가 전쟁으로 인간은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세상은 모두 부처만 사는 것도 아니요, 예수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자생의 힘을 갖추는 것은 인간이 태어난 궁극적인 목적이며 덕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민간이 먼저 나서지 않으면 군의 사기는 저하될 수 있다’라고 민간기업의 선방을 촉구한다. 맞는 말이다. 시작이 반이다. 김현종의 지론으로 이미 시작했으며, 저자가 현역에 있을 때 이미 실행했어야 하는 문제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드론 전을 배경으로 표면으로 부상한 것이다. 저자 역시 관료주의 눈치를 안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전역 후에 이 같은 책을 기술하게 된 것으로 보아 인간의 생존은 개인의 생존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국가의 생존을 걱정한다는 포괄적인 생존본능 개념에서는 벗어나지 못했음을 투영하고 있다.
민과 군의 합작품이 머지않아 선보일 것이다. 한국은 결코 아둔한 국민이 아니다. 저자의 선구적인 저서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