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례 문화
강 동 구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려니 숨이 가쁘다.
최근에는 AI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우리의 삶 전체를 AI에게 의존한다. 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AI가 인간의 통제 아래 있지만, 스스로 진화하는 AI가 어느 날 우리 인간들을 재배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하여도 이런 세상이 오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세상은 우리의 상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어제의 터무니없는 꿈이 오늘의 현실이 되고 오늘의 상상이 며칠 지나면 고전이 되는 세상이다.
어느 주일날 아침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다. 목사님은 며칠 전 장모님의 상을 당하여 장례를 치르고 오셨는데 말씀 중에 요즈음은 무 빈소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하셔서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하고 귀를 의심하였다.
혹 고인이 가족이 없거나 연고가 없으면 빈소 없이 장례를 치를 수 있다지만, 보편적 상식으로는 빈소가 없으면 조문객들은 어디에서 고인에게 예를 표하고 고인을 추모하며 작별인사를 한단 말인가?
장례란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자리라고 생각해 왔기에 고인의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를 올려놓고 두 손을 모아 고인을 추모한다. 유족의 손을 잡으며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것이 우리의 전통이고 장례 문화다.
세상이 아무리 급변한다. 할지라도 슬픔 당한 유족을 위로하고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없이 장례를 치른다는 것은. 우리의 정서에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 어디 한두 가지랴.
우리나라 전통 장례절차를 살펴보았다. 일반적으로는 삼일장이 보편화 되어있지만, 옛날에는 오일장 칠일장 구일장까지 지내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어 지금은 삼일장이 일반화되었다.
다른 나라의 장례 문화에 대하여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빈소를 차려놓고 며칠씩 조문을 받으며 음식을 대접하는 나라는 흔치 않은 것 같다. 캐나다에 사는 제수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서 급히 조문 갔더니 사망 후 한 주일이 지나서 가족과 극소수의 사람들로 장례를 치르고 시신은 화장하여 봉안당에 안치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였는지 모르지만, 워낙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기에 조문객이나 유족에게 서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에서 시작된 문화로 생각된다.
요즈음에는 빈소 없는 장례가 아니더라도 장례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하여 이일 장을 치르기도 한다는데 무 빈소 장례는 처음 듣는 말이라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았더니 우선 시간과 장례비용문제에서 전통 장례와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 빈소 장례에 장점과. 단점을 살펴보니 조문객들에게 장례식장을 찼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면이 있지만 대면하여 유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추모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카톡이나 전화 메일로 마음을 전할 수도 있지만, 얼굴을 마주 보고 손을 잡아주는 따듯한 마음 까지 전하지는 못한다.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친지와 이웃들 지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먼길을 달려와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하였다. 빈소 한편에서는 조문객에게 감사의 표시로 따듯한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장례식장은 슬픔만 머무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서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일가친척과 친구들이 만나기도 했고 고인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기도 했다.
무 빈소 장례는 유족이 장례를 마칠 때까지 장례식장에 머물지 않고 입관 등 필요시에만 잠시 다녀가기에 시간도 절약하고 삼일씩이나 조문객을 맞아야 하는 유족의 피로도 줄일 수 있다. 장례의 형식이 간소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장례비용 면에서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장례식장 대관료 조문객 식대 조화 상복 등 여러 가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전통 장례비용의 절반 이하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장례예식장이 무 빈소 장례를 허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 빈소 장례가 합리적이고 간편하고 경제적이라 할지라도 고인과 이 세상에서 영원히 이별하는 장례절차를 가볍게 여길 수는 없다. 형편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무 빈소 장례를 치르더라도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과 예의는 전통 장례와 조금도 그 무게가 다르지 않다.
여세 추이라 했지만, 우리의 전통문화를 결코 가볍게 여기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 검소하고 합리적인 무 빈소 장례 문화가 우리의 전통을 지키면서 우리 사회에 새로운 장례 문화로 정착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