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의 본질과 현실태
1. 배경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한미 양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고,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게 되었다. 이는 한반도 안보의 핵심축으로 작용했으며, 한국은 그 안보 우산 아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한국의 경제력이 향상되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자, 미국 내에서 “이제 한국도 잘 사는데 왜 우리가 방위비를 다 부담하느냐”는 여론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91년부터 한국이 일부 비용을 분담하는 제도, 즉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이 체결되었다.
2. SMA의 기본 개념
SMA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함으로써 발생하는 추가 비용 중 원화로 집행되는 비용(Won-based cost)의 일부를 한국이 분담한다.”
여기서 말하는 Won-based cost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다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주한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의 급여
군사건설비: 기지 내 건물 신축 및 보수 비용
군수지원비: 장비 유지, 물자 운송, 연료, 기타 운영에 필요한 실비
기타 제비용: 전기료, 수도료, 오물처리 등 기초 공공요금
이 분담금은 모두 달러가 아닌 원화로 지급되며, 한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즉, 이는 미국의 국방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미군이 한국에서 머무르기 때문에 생기는 한국 내 실비를 부담하는 것이라는 데에 그 본질이 있다.
3. SMA는 어떻게 변질되었는가?
1991년 이후 지금까지 총 12차례의 SMA 협상이 이루어졌다. 협정 초기에는 ‘어떤 항목을 분담할 것인가’, ‘물가상승률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등을 두고 협상이 진행되었다. 이는 제도 본질에 부합하는 타당한 논의였다.
그러나 갈수록 협상은 “전년 대비 몇 % 인상”, 나아가 “지금보다 몇 배 더 내라”는 식으로 변질되었다. 비용 구조의 현실적 근거 없이 '얼마를 더 내라'는 식의 요구는 본래 SMA의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다.
SMA는 어디까지나 **‘주둔에 따른 실비 분담’**이지,
‘안보를 지켜주는 대가’로 지급하는 보상비가 아니다.
이런 개념 왜곡은 실질적으로 분담금을 다 쓰지도 못한 채 예산이 남는 문제로도 이어진다. 항목별로 예산 집행이 제한되기 때문에 사용되지 못한 자금이 쌓이면서,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하는 논리 자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모순이 생기게 된다.
4.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SMA 본질에 충실하려면 분담금 총액은 실무적으로 산정된 Won-based cost에 근거해 정해야 한다.
이후 그 총액의 1/3을 한국이 부담할 것인지, 1/2, 2/3, 혹은 전액을 부담할 것인지를 협상해야 한다.
둘째, 만약 SMA의 기본 개념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분담금 개념에서 '보상금' 또는 '주둔 대가' 개념으로 전환하는 새 틀을 만들어야 한다.
즉, 협상의 방향은
① 분담 비율을 정할 것인가,
② 아니면 개념 자체를 재정립할 것인가
이 둘 중 하나로 정리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기본틀은 놔둔 채 매년 단순히 금액만 놓고 다투는 방식은 계속 갈등만 낳는 비효율적인 접근이다.
5. 결론
SMA는 한국과 미국이 맺은 특수하고 정교한 협정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틀을 벗어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본질적 목적이 흐려진 상황이다.
SMA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분담 비율 중심 협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만약 지금처럼 금액 중심의 ‘보상 협상’으로 갈 것이라면, SMA의 틀 자체를 바꾸는 협정 재정비가 필요하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언제까지 본질도 모르고 주먹구구식으로 이 문제를 다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