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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57)
《무지개 꿈을 쫓다, 울고 돌아선 청춘의 눈물-'앵두나무 처녀'》
*시골 집에서
*통영산방에서
앵두나무는 앵도나무라고도 하며 중국에서는 꾀꼬리가 먹어 꾀꼬리 앵(鶯)자에 복숭아를 닮아 복숭아 도(桃)를 써서 앵도라고 부른다. 세월이 변하여 앵두가 되었고 국어사전에는 '앵두나무' 식물도감에는 '앵도나무'라 나온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밋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석유등잔 사랑방에 동네총각 맥풀렸네/
올가을 풍년가에 장가 들려 하였건만/
신부감이 서울로 도망 갔으니/
복돌이도 삼돌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서울이라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 되더라/
새빨간 그 입술에 웃음파는 에레나야/
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
달래주던 복돌이에 이쁜이는 울엇네"
<앵두나무 처녀>란 이 노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흥얼거려 봤을 아주 정겹고 유명한 국민 가요다.
‘무작정 상경’의 병폐를 다룬
이 노래는 1956년 노래자랑대회를 통해 KBS 전속 가수가 된 김정애의 최대 히트곡이다.
천봉 작사에 한복남이 작곡했다.
흥겨운 스윙풍 노래이지만 가사는 결코 즐겁지만은 않다.
이 곡을 처음 들으면 어딘지 익살스럽게도 들린다. 시골 처녀 총각들이 우르르 서울로 떠나는 풍경은 마치 한 편의 해학극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가사를 천천히 음미해 보면 단순히 웃고 넘길 수 있는 노래만은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닫게 된다. 해학적 뒷모습 뒤에 전쟁을 겪은 후 우리 농어촌의 가난과, 그 가난을 탈피하고자 생존을 위해, 무지개 꿈을 안고 무작정 서울로 향하는 젊은이들 의 눈물겨운 현실이 아른거린다.
이 노래는 1950년대 시골 여성의 굴곡진 삶을 그린, 스토리가 있는 노래다. 마을의 두 처녀가 서울로 도망을 가면서 동네가 발칵 뒤집히는 상황으로 시작된다. 복돌이와 삼돌이는 이쁜이와 금순이를 찾아 온 서울을 다 헤집고 돌아다녔으며, 우여곡절 끝에 결국 두 사람을 찾는다. 복돌이는 술집 작부가 된 이뿐이를 다독이며 위로했고, 이쁜이는 복돌이를 안고 펑펑 울었다.
서울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처럼 기회의 땅같이 보였지만, 동시에 순박한 시골 청춘남녀들을 진흙탕 속으로 내몰아치는 냉엄한 곳이기도 하였다. 1960ㆍ1970년대 산업화 이전의 힘들었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경쾌한 스윙 리듬 속에 해학적으로 풀어낸 이 곡이 더 많은 사람들을 이 노래에 빠지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50년대 노래라고 하면 아주 느리고 처량한 곡들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노래는 템포가 상당히 빠르고 경쾌하다. 그래서 이 노래는 당시 라디오나 유성기에서 흘러나올 때마다 분위기를 단번에 밝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 같은 노래였다.
전쟁 후 잿빛 세상에 화사한 앵두색 물감을 칠한 노래'라고 할까?
특히 김정애 가수의 가늘고 떨리는, 그러면서도 아주 청아한 목소리가 당시 서민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위로의 노래'가 되었다.
노래 제목에 나오는 '우물가'는 단순히 물을 뜨는 곳이 아니라, 정보가 오가고 인연이 맺어지는 한국적 공간의 상징이다.
옛날 마을에서 우물가는 동네 여인들이 모여 빨래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었다.
가사 중 "총각들 가슴을 태웠네"라는 부분처럼, 물을 긷기 위해 나오는 처녀를 기다리는 총각들의 마음은 당시 청춘들에게는 아주 보편적이고 설레는 풍경이었을 것이다.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은 노랫말에 담긴 순수한 사랑의 서사입니다.
풋풋한 썸타는 풍경을 보자.
"동네 처녀 바람났네"라는 시작 구절처럼, 우물가에서 물을 긷는 처녀와 그를 바라보는 총각 사이의 설레는 마음이 아주 귀엽게 표현되어 있지 않은가.
이 곡은 그 정서를 아주 경쾌하게 잡아내어 '농어촌 로맨스'의 정석도 헤집어준 곡이다.
한국전쟁 이후에 단봇짐을 싸서 서울로 달아났던 ‘앵두나무 처녀’는 지금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리고 그 우물가에 서 있던 앵두나무는 얼마나 큰 나무가 되었을까? 초여름의 하늘 아래 앵두는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오늘 앵두 한 줌 입에 물고 그 궁금증을 풀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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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詩作)노트]
《임금이 신하에게 선물하던 '앵두'》
앵두나무는 앵도(鶯桃)나무라고도 한다.
이 열매는 꾀꼬리가 먹으며 생김새가 복숭아와 비슷하기 때문에 앵도라고 한 것에서 유래 되었다는 말이 있다.
잘 익은 앵두의 빛깔은 붉음이 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티 없이 맑고 깨끗하여 바로 속이 들여다보일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빨간 입술과 흰 이를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았던 옛 사람들은 예쁜 여인의 입술을 앵두 같은 입술이라 하였다. 앵두의 표면은 자르르 윤기가 날 정도로 매끄럽다.
살짝 입술을 대 보고 싶고 자칫 깨물고 싶은 관능적인 매력을 풍기는 앵두로 인해 매력적인 여인의 관능미를 떠올렸으리라.
앵두나무는 수분이 많고 양지 바른 곳에 자라기를 좋아하므로 동네의 우물가에 흔히 심었다.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 속의 성문 앞 우물곁에는 보리수나무가 있었다면 우리네 마을 어귀 공동 우물곁에는 앵두나무가 있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로 시작되는 유행가 가사처럼 봄바람에 울렁이는 처녀 가슴에 물동이를 내려놓도록 부채질 하며, 특히나 공업화가 시작되던 그 시점에 시골 처녀들을 소문으로만 듣던 서울로 뺑소니 칠 용기를 내게 한 사랑방 구실을 한 곳도 바로 이 앵두나무 있는 우물가였다.
윤석중의 동요 ‘달맞이’에서는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며 앵두의 탱글탱글하고 앙증스런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옛날 고향집에서 자라던 앵두는 주인에게 행복과 평화를 주고, 길손들에겐 허기와 목을 축이는 재미를 선사해 주던 친근한 나무였으며 다른 과일이 나오기 전에 소박한 시골 풍경을 윤택하게 해주는 정취도 있었다.
효심이 지극했던 문종이 앵두를 좋아하는 그 아버지 세종을 위해 대궐 곳곳에 앵두나무를 심어 가꾸었고, 그 것을 맛 본 세종이 무척 행복해 했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열대지방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과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늘날의 시점에서 보면 그 시절 왕이라 해도 그 호사는 오늘날 서민만은 못했던 것 같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동문선(東文選)에는 신라 때 최치원이 앵두를 보내준 임금에게 올리는 감사의 글 ‘사앵도장(謝櫻桃狀)’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앵두는 이렇게 임금이 신하에게 선물하는 품격 높은 과일이기도 하였다. 또한 과일이 귀하던 시절이었기에 앵두는 고려 때부터 종묘의 제사상에도 먼저 올리는 과일이었다.
옛날에 효성 깊은 한 아들이 늙고 병든 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앵두를 좋아하시던 어머니가 병환에 누워 있으면서 앵두가 먹고 싶다고 호소하자 열매가 열리기엔 너무 추운 계절이었지만 어머니를 위한 아들의 간절한 기도와 눈물 끝에 마침내 가지에 앵두가 열렸고 그 맛을 본 어머니는 건강을 되찾았다는 효성어린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이쯤해서 필자의 졸시 ‘앵두’를 읊조려 본다. “손대면 금방이라도 / 앵앵 소리가 날 것 같은 / 붉은 구슬 / 다람다람 열리면 / 동네 우물가에 빨래하던 / 누이들이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 들릴 듯 말 듯 하고 / 오늘 내일 하며 / 병상에 누워 계시던 / 나의 어머니께 / 마지막으로 따다 드렸던 열매 / 아, 곱구나 한마디 / 한 알 입에 넣었다 곧 뱉고 마시던 / 그 앵두가 익어가는 계절 / 어머니! / 신음처럼 튀어 나오는 / 간절한 그리움 / 되돌아 갈 수 없는 그 시절 / 사랑의 기억 속으로 / 앵두는 익어 가고 있다”.
앵두는 약재로도 썼는데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수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부종을 치료하는 데 좋다.
폐기능을 촉진하고 소화기능을 튼튼하게 해준다. 날로 먹거나 젤리, 잼, 정과, 앵두편, 화채 주스 등을 만들어 먹는다.
소주와 설탕을 넣어 만든 앵두 술은 피로 회복과 식욕을 돋우며 여성 피부 미용에 좋다고 전해진다. 요즘처럼 자외선 지수가 높은 때에 가장 적절한 피부보호제라고도 하니 한번 쯤 먹어보고 실험해 볼 일이다.
좋은 것도 가장 좋은 때보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을 때가 정말 좋을 때이고, 나쁜 것이 있다면 이제 올라갈 좋은 일만 남았을 뿐이다.
앵두가 익어가는 시절, 앵두알 같은 영롱한 희망을 잉태해 보자.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앵두나무 처녀 1955 김정애
https://youtube.com/watch?v=Ban7kfQ1qm0&si=XF7w_xDONOXg3m1c
**김정애 노래/ 앵두나무 처녀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하모니카 연주 하재웅.
https://youtube.com/watch?v=7D_f6SLckcQ&si=aNf-AIs2FhJmRBC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