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갈 곳 잃은 멸종위기종] 1. 삽질에 농약병까지…금개구리 서식지 훼손 논란
강도림 앵커)
티브로드는 멸종 위기종 양서류의 서식지 훼손 문제를 3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먼저 오늘은 금개구리 서식지 훼손 실태를 점검합니다.
인천시는 2년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흥도 소하천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는데요.
그런데 이곳을 중장비로 파헤치는 건 물론이고, 맹독성 농약병이 나뒹굴고 있다고 합니다.
이형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영흥중학교 앞에 위치한 소하천입니다.
하천 바닥을 긁어내고 제방을 깎아 둑 위에 쌓았습니다.
옹진군이 소하천을 정비한다며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곳이 멸종 위기종 2급인 금개구리 서식지라는 겁니다.
인천시가 지난 2016년에 발표한 자연환경조사서입니다.
옹진군 영흥도에서 금개구리가 발견된 걸로 명시했습니다.
위치는 영흥도 영흥중학교 주변, 즉 공사가 진행된 곳으로 2015년 7월쯤 발견됐습니다.
조사에는 가치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서식환경이 좋지 않고 금개구리의 개체 수가 적어 지속적인 관리와 서식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적시했습니다.
하지만 관리는커녕 중장비를 동원해 서식지를 파헤친 겁니다.
INT.1) 최혜자 / 인천 물과 미래 대표
"전문가 등과 같이 현장을 보고 어떻게 공사를 할 것인지 논의를 하면 금개구리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고서도 방법이 있는데 아무 고려 없이 토목 공사를 밀어붙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SU) 보시는 것처럼 하천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는데요. 곳곳에 페트병도 눈에 들어옵니다. 내용을 한 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이건 농약병이고요. 이건 화학비료병입니다.
농약병은 하천 상부에서부터 쉽게 발견됩니다.
특히 물 흐름이 느린 곳엔 농약병이 셀 수 없을 만큼 버려져 있습니다.
병을 주워 흔들자 무언가 내용물이 들어있는 게 확인됩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사용하다 남은 농약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2012년에 판매가 중단된 맹독성 제초제 그라목손도 버려져 있습니다.
그라목손은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고통스럽게 숨질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말해주듯 '죽음의 농약'으로 불립니다.
사실 농약으로 인한 금개구리 서식지 훼손 문제는 이미 2013년에도 지적된 바 있습니다.
금개구리가 사는 굴포천 주변 수로에서 농약병이 발견된 건 물론이고 농약을 살포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INT.2) 박주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금개구리 서식지) 주변에 농약병이 발견되거나 제초제를 뿌린 흔적까지 보이는 실정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농약병이나 제초제로 인해서 그 영향이 금개구리가 살고 있는 물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거든요. 계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개구리는 한때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었던 한국 고유종입니다.
논이나 물웅덩이 등 습지에서만 알을 낳는데 5월 중순부터 산란을 시작합니다.
과거엔 시골에서 닭 사료로 이용했다고 하는데 각종 개발과 농약 등으로 환경이 파괴되면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됐습니다.
인천시가 서식지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이유도 궤를 같이합니다.
하지만 불과 2년도 안 돼 조사 결과를 뒤엎는 행정이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인천시와 옹진군은 하천 정비공사를 중지했습니다.
옹진군 관계자는 "두 번의 환경영향평가에서 금개구리가 발견되지 않아 공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서식지 훼손 문제가 제기돼 인천시와 합동으로 현장답사를 진행한 뒤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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