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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지구학교의 불량학생, 자주 가지 못하고 드문드문 놀러가는, 솔밧이라고 합니다 ^_^
개구리님과 소금쟁이님을 2011년도에 처음 찾아뵈었고, 의도치 않게, 어쩌다보니, 다큐 '자연농'을 만들었어요.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유튜브에서 20분짜리 축약 영상을 보실 수 있고요 https://youtu.be/mEC_qqn6epg
저희 홈페이지에서 60분짜리 전체 영상을 받아보실 수도 있고요, http://www.finalstraw.org/ko/downloading/
혹은 다큐를 바탕으로 나온 책 '불안과 경쟁 없는 이곳에서'를 매우 추천합니다! 교보문고 / YES24 / 알라딘
지구학교 분들께는 아주 익숙한 지명일텐데요, '곰실' 숲이 주인공인 미술 전시가 열려서 소개합니다.
다큐의 공동감독이자 제 남편인 패트릭은 꾸준히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예술을 통해 표현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어요.
자세한 전시 소개는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
마침 전시 여는 날짜가, 2월 9일 지구학교 동창회날과 같은 날짜네요.
전시 오프닝은 저녁 7시부터이고, 연희동 플레이스막이라는 곳에서 열립니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홍제천로4길 39-26)
찾아보니 동창회장인 하자센터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오실 수 있네요 ^^ http://dmaps.kr/eunes
곰실숲이 한 해 동안 열심히 그려낸 작품을 보러와주세요. ^_^
1.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전시 기획자'의 아내의 말, 이라고나 할까요)
2월 9일부터 24일까지 연희동 플레이스막에서 패트릭 M. 라이든(제 남편입니다)의 첫 개인전이 열립니다. 아니, 정정하자면 작가는 강원도 홍천의 '곰실숲'이고, 패트릭의 역할은 '전시 기획자'입니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 '작가'를 만나러 홍천에 갔다가 어제 돌아왔습니다. 패트릭과 제가 함께 처음으로 홍천을 찾아갔던 게 2011년 10월, 그때는 다큐 '자연농'은 물론, 이번 전시까지, 이렇게 긴 시간에 걸쳐 쭉 이어질 흐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개구리님(이라고 저희가 부르는, 자연농 농부 최성현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들어보려고 찾아갔지요. 오랜 시간 서로의 변화를 지켜봐온, 이제는 꼭 가족처럼 친근하고 가까운 개구리님과 바다님의 환대 속에 느긋하게 머무르면서, 8년이라는 긴긴 시간 동안 이어진 이 인연을 통해 얼마나 많은 배움과 온기와 웃음들이 오갔는지를 떠올리면서, 마음이 기쁨과 고마움으로 두둥실 차올랐습니다.
스쳐지나기 쉬운 일상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자연과 사람 사이의 더 바람직한 이어짐을 고민하면서, 낯설고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고 표현하고 전달하고 싶어하는 패트릭은 종종 엉뚱한 아이디어를 꺼내놓곤 합니다. 그중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느린 레스토랑', 주문을 받은 다음 채소를 키워 내놓는 식당이었고, 2번에 걸쳐 그 프로젝트를 진행했지요. 이번 전시의 씨앗이 된 아이디어, '숲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서 그 그림을 전시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은 처음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만큼 오래되었습니다. 그 작은 생각을 흘려보내지 않고, 마음에 잘 품고 있다가 싹을 틔우고 전시로 만들어내기까지 참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먼저 개구리님과 바다님, 인적이 드물고 자연에 가까운 숲이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며 바로 그 '곰실숲'을 찾아주셨지요. 다음으로는 큐레이터 구주희님과 플레이스막의 유기태님과 김민이님. 오래전 연남동 골목을 오가며 자연스레 이어진 인연이, 이후 2015년 다큐 '자연농' 상영회로, 그리고 이번 전시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전시를 소개하는 글을 써주신 구주희님은 첫 기획회의부터 가까이에서 함께해주셨습니다. 비가 쏟아지던 날 캔버스를 찾으러 곰실숲을 함께 헤맸고, 우리말로도 정확히 표현하기 힘든 작가의 말을 영어에서 한국어로 옮기면서, 마치 손잡고 고난을 함께 헤쳐온 동지애 같은 뜨끈함이 생겨났지요. 아울러 처음 숲에게 캔버스를 맡길 때 함께해주셨던, 일본의 자연농 농부 무라카미 켄지님, 무라카미 나오코님, 열매하나 출판사 천소희님과 박수희님, 지구학교 이파람님과 참참님, 그리고 천주희님과 장운영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곰실숲 아래 나란히 서서, 숲에게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고 캔버스를 건넸던 2017년 10월 23일 그날의 그 고운 가을빛과 그 바람, 기대와 설렘으로 들떴던 마음을 함께 만끽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곳 곰실숲의 작품에 담긴 목소리를 통해 서로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발견했으면" 한다는 전시 기획자의 말처럼, 곰실숲의 작품에 담긴 '목소리'는 우리에게 참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스스로를 판단하기에 기존의 '예술'과는 무척 거리가 먼 저로서는, 이 전시의 시작부터 진행까지 이해하기 힘들고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이건 왜 그래?' '굳이 왜 이렇게 해야 해?' 같은 날선 질문들로 전시 기획자를 괴롭히기도 했지요. 이번 홍천 방문에서도 개구리님과 바다님, 오랜 벗 희영과 모여앉아 밤늦도록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었어요. 오고간 수많은 대화들 중에서도 특히, 모닥불 앞에서 일렁이는 불꽃을 바라보며 바다님께서 꺼내셨던 이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오래 남아 있네요. '사실 숲의 입장에선 우리가 뭘 어떻게 정하든, 뭐가 어떻든 간에 굳이 상관없는 거 아니겠어요? 다만 이렇게 숲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재미있는 거니까.' 개구리님께선 곰실숲에 관한 이야기를 정성껏 아름다운 손글씨로 적어주셨고, 이 글씨 역시 전시장에 함께 걸릴 예정입니다.
1년 동안 묵묵히 그림을 그려낸 작가 '곰실숲'은 겨울숲 특유의 바랜 빛깔로, 여전히 그 자리에 자기 모습 그대로 있고, 그리고 곰실숲을 비롯한 자연과 우리, 이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해보고 싶어하는 예술가 패트릭은 오랜 고민과 노력 끝에 마침내 이 전시를 엽니다. 그런 패트릭의 동반자인 저는, 여전히 이 사람의 생각을 온전히 투명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건 온전히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지요) 날선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둥근 시선으로 애써온 그 등을 토닥여주고 싶다고 다짐했습니다. 개구리님과 바다님께서 여는 자리에 쓰라며 챙겨주신 그 마을의 막걸리와 두 분께서 직접 키우신 고구마처럼, 뭉근하고 따뜻하고 든든하게 이 전시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성껏 긴 글을 써서 이 전시를 알립니다. 'Forest is the Artist'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월 9일부터 24일까지 연희동 플레이스막에서, 12시부터 7시까지 열고 월-화요일은 닫습니다. 곰실에서 온 막걸리와 고구마를 만나보실 수 있는 전시 오프닝 행사는 9일 저녁 7시부터 시작됩니다. (물론 그전에 오셔도 전시장은 열려있습니다!) 와주신다면, 참 기쁠 겁니다 :-)
2. 큐레이터의 글
2018년 10월 23일 패트릭은 그의 작가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홍천에 갔다. 그는 1년만에 보는 그의 작가에게 반가운 인사와 더불어 그동안의 작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왔다. 이후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소나기가 되었고, 작가는 패트릭에게 작업의 결과를 서둘러 전달했다. 1년전 패트릭과 그의 친구들은 강원도 홍천의 곰실숲에 하얀색의 빈 캔버스 10개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곰실숲은 1년 동안 그려낸 7점의 캔버스와 찾을 수 없는 캔버스 3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빗속에서 그림이 번질 것을 염려한 패트릭은 작품을 들고 서둘러 마을로 내려왔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연농’과 책 ‘불안과 경쟁 없는 이 곳에서’를 통해 지구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온 패트릭은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곰실숲과 함께 “Forest is the Artist"전시를 준비했다.
지구에서 함께 하는 삶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연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을까?’ 패트릭은 곰실숲을 예술가로 섭외하여,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게 했다. 곰실숲이 1년 동안 그려낸 그림들은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자연을 보고 감탄하고 이를 그림으로 그리고, 사진으로 찍어서 남긴다. 그렇게 자연은 예술의 모델이자, 그림이 그려지고 조각되어지는 대상이었다. 관찰하고 그려내는 것은 인간의 몫이었다. 즉, 자연은 창조적인 행위를 하는 주체이기 보다 대상으로서 인간과 분리되어져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다. 점점 자연과 멀어진 삶을 살아가면서 자연의 일부로서 맺어온 관계들도 소원해졌다. 그리고 자연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하얀색의 캔버스는 비어있는 공간으로 곰실숲에 건네졌고,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간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흰 캔버스 위에 시간의 실루엣이자 드로잉으로 우리에게 보여진다. 그렇게 비어진 캔버스는 곰실숲이 자신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예술가의 행위가 시작된 출발지점이다.
스스로를 비움으로써 채워진 캔버스를 닮아간다면 우리 또한 자연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의 삶을 창조적인 활동으로 본다면 자연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으로서 고정되고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상호의존적 관계를 통해 우리가 귀기울여야 할 존재가 되어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인간이 자연의 식물과 동물을 기르면서 컬쳐( culture )란 말이 만들어졌다. 양식(樣式)이란 것 문화란 것이 쌓여갈 수록 우리는 그것들을 자연에서 빌려 왔었다는 것을 잊어가는 듯하다. 곰실숲이 그려낸 캔버스를 보면서 오늘날 인간에 의해 변화된 자연과 함께 하는 법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구주희
3. Statement of Exhibition coordinator to Gomsil Forest
전시 기획자의 말
As our society becomes more aware of the ecological peril we find ourselves in, so too have we become aware of the need to build equitable relationships between ourselves, our industries, and the rest of the natural world. Within this awareness, the question of how we can better listen to nature is a critical one.
현대사회가 생태적 위기에 직면할수록, 자연계와의 균형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해야 우리는 자연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을까?’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된다.
This exhibition is in part, an attempt to work directly with this idea of listening to nature in a medium we are familiar with, in this case, the forest expressing itself directly on a canvas displayed in an art gallery. In addition, it is an attempt to give credit directly where it is due.
이 전시는 부분적으로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는 기존 예술의 역할을 재현하려는 시도이다. 이 맥락에서 숲은 우리 에게 익숙한 매체, 다시 말해 ‘갤러리에 전시되는 캔버스’를 통해 그 자신을 표현한다. 또한 동시에, 숲에게 직접적 으로 예술가의 지위를 부여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My job was primarily to take care of the things which are impractical for Gomsil Forest to accomplish alone, such as buying and transporting the canvas, preparing the artworks for hanging, and writing about the works. The creative content of the artworks themselves are from Gomsil Forest’s own artistic intention. In this, I am merely an assistant to Gomsil.
나의 역할은 캔버스를 구입해 그곳까지 운반하거나 전시를 위해 작품을 진열하고 글을 쓰는 등 주로 곰실숲이 홀로 할 수 없는 일을 맡아 처리하는 임무였다. 작품의 창의적 표현은 모두 곰실숲 자체의 예술적 창작의도를 통해 만들 어졌다. 이 과정에서 나는 그저 곰실숲의 조수일 뿐이었다.
Gomsil Forest herself is a small, early-career forest in Hongcheon province, a mountainous region in the northwest of the Republic of Korea, not far from where the Winter Olympics were held this past year. We first met in 2011, during a visit to interview local natural farmer, Seonghyun Choi for a documentary film we were making. Since that day, my wife and I have continued to make regular visits to Choi and Gomsil, to help with harvesting and rice planting in the valley, and sometimes just dropping by to say hello.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곰실숲은 작고 어린 숲이다. 아내와 함께 웹진 취재차 자연농 농부 최성현씨를 찾아갔던 2011 년 겨울에 곰실숲을 처음 만났다. 첫 방문 이후로도 우리는 매년 농사일을 돕기 위해 정기적으로 홍천을 찾아갔고, 가끔은 숲의 안부가 궁금해서 그냥 찾아가보기도 했다.
Looking at the works in this gallery, which Gomsil produced over the course of a year, they are quite extraordinary. The use of texture, subtle color shifts, and patterns; they are a united body of work, yet each one says something completely different from that of the next. As the coordinator of this exhibition, my biggest hope is that we might each find something in the voice of Gomsil here, in these artworks.
이곳에 전시된, 곰실숲이 한 해 동안 작업해낸 작품들을 바라본다. 질감의 사용, 섬세한 색상변화, 다양한 패턴 등 모든 작품들이 서로 연결성을 띔과 동시에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는 놀라운 작품들이다. 전시의 기획자로서 나의 가장 큰 소망은, 우리 모두가 이곳 곰실숲의 작품에 담긴 목소리를 통해 서로에게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을 발견했으면 하는 것이다.
After the exhibition, the profit from works sold will be delivered directly to Gomsil Forest, by way of spreading the money evenly on the forest floor.
전시가 끝나면 판매된 작품의 수익금은 곰실숲으로 전달되어 숲속 땅바닥에 고루 뿌려질 예정이다.
Patrick M. Lydon _ January 2019
패트릭 M. 라이든 _ 2019년 1월
http://www.placemak.com/board_qhUl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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