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자의 잔인한 복수, 영화 <복수는 나의 것>(Sympathy for Mr. Vengeance)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복수 3부작'중 첫 번째 작품, 그 시발점이다. 영문 영화제목에 도움을 준 이무영 감독이 각본에 동참한 '복수 시리즈' 그 1부는 보통의 경우와 다른 체감을 전해준다. 보고 나면 머리가 아프고 귀가 멍하다. 누군가는 옆구리가 시리다고 할 정도다. 이는 시각적 영상이 주는 충격만큼 청각적 음악과 소리 미치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셈. 사운드트랙에 실린 곡 중에서 '열린 옆구리'란 곡은 그 방증이라 할 만하다.
<복수는 나의 것>은 그렇게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불쾌한 체험을 하게하는 전위적(前衛的)인 문제작이다. 틈틈이 유머가 등장하지만, 그마저도 마냥 우습지만은 않다. 어둡고 건조한 느낌이 혼재한다.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어어부 프로젝트의 이름 앞에는 '아방가르드(avant-garde)한 밴드'라는 수식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들의 음악을 한번만 들어봐도 그 묘사가 결코 허언(虛言)이 아님을 즉시 알 수 있다는 말.
<반칙왕>과 <휴머니스트>등의 영화에서 명함을 내민 바 있는 그들의 음악은 이 영화에서 극단을 오간다. 바이올린과 첼로등의 클래식 현악기로 서정적인 느낌의 선율을 이어가다가도 공포영화를 연상케하는 날선 음악으로 긴장감을 부여하고, 그러다가 느닷없이 뽕짝 트로트 풍을 동원해 분위기를 괴팍하게 이끈다.
사운드트랙에 실린 첫 곡 '삽질'은 마치 뼈를 깎아내는 듯한 고통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처럼 들린다. 이런 불쾌감은 다른 트랙 '황급한 슬로우 모션'에서 다시금 반복되고 '무거운 신발'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그야말로 관객들을 괴롭게 한다. 제목과 달리 낯설게 들리는 곡 '설악산 도토리 묵'은 우울한 자괴감을 노래하는 발라드이고, '정말로 이상하다'는 마치 민중가요와 포크뮤직을 교배한 것 같다.
'아무 말도 하지말고 떠나버려..'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정'은 이국적인 라틴리듬에 한국적인 정서가 배어나는 곡이다. 종영 인물자막과 함께 매우 느린 템포로 흐르는 주제곡 '복수는 나의 것'은 밴드 보컬 백현진의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영화의 예고편에서 소개된 '복수는 나의 것2(작곡 하상호)'는 바이올린 독주와 신서사이저의 조화가 돋보이는 곡, 경쾌한 리듬과 클래식 현(絃)의 매력을 살려 절제된 긴장감을 불러낸다.
엔딩 타이틀에서 백현진의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다가오는 주제곡 '복수는 나의 것'에는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는 주인공들의 끈끈한 복수심이 담겨있다. 비통한 분노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이다.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어어부 밴드는 그러한 예를 음악과 가사로 실천하며 계속 정진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냈다. 대중적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지라도, 그 영상과 음악은 2002년 한국영화계 '아방가르드'의 표본이 될 것임을 자인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