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항과 대정에는 맛있는 집들이 많습니다. 이유야 잘 모르겠지만, 이 곳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자연스레 맛집도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당연한 추리를 해 봅니다만, 그 내력이 오래되어 대를 잇는 맛집으로 인정받기까지는 단순한 추리로만 따질 수 없는 어떤 깊이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대를 잇는 맛집으로도 인정받은 항구식당에 가 보았습니다.
대정의 모슬포항으로 들어가다보면 항구식당이라는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단층의 네모진 벽돌건물이 외따로 있어 어떤 아담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자리가 나오기 전인 시기라 이 집에서 맛있다는 잡어매운탕과 고등어구이를 주문했습니다.
반찬은 단촐합니다.
잡어매운탕이 나왔습니다. 무우와 대파를 넣고 생선은 농어인듯 하더군요. 잡어매운탕에 무려 농어라니..^^
생선의 살은 풍성했고 냄새도 없고 선도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1인분씩 내어주는 매운탕에 열광합니다. 다인분으로 주문해야 하는 매운탕은 인원수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고 가격도 그러하며, 내용물이 아무리 푸짐해도 뭔가 아쉬움이 남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1인분으로 내어주는 매운탕은 함께 한 사람들 눈치볼 것도 없고 원한다면 소주 한 병 옆에 놓고 먹기도 좋으며, 게다가 생선이 농어라니.. 다른 재료없이 단일 생선으로 끓여낸 매운탕은 깔끔하면서도 부담이 없죠.
매운탕은 국물이죠. 국물은 진하지 않지만 깊이가 느껴집니다. 양념이 많지 않아 깔끔하고 담백한데 냄새도 없고 약간의 후추맛이 납니다.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그런 맛.. 아주 맛있다 열광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주 괜찮아서 혼자서 소주 한 잔이 생각나면 들르고 싶은 맛이랄까요.
고등어 구이도 나왔습니다.
선도 역시 뒤쳐지지 않았고 노릇하게 잘 구워졌습니다. 이전에 옆의 항구식당에서 만났던 냄새나는 고등어조림때문에 약간의 우려가 있었는데 이 집 고등어는 괜찮았습니다.
아주 친절하다고까지는 못하겠지만, 그것은 제주나름의 분위기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을 듯 합니다. 대신 정감이 있어 아이가 있으니 미역국도 따로 챙겨주시고 식당안에서 장난치는 아이에게 군것질거리를 건네주며 밥 다 먹으면 이거 주마고 달래주시기도 합니다.
대를 잇는 맛.. 딱히 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리고 대를 이어 유지된 맛인가에 대해서는 저도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국물에서 느껴지는 깊이에는 단지 맛있게만 끓여낸 것과는 다른 차원이 존재했습니다. 그것은 오래된 맛집에서라면 느낄 수 있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제 입맛에는 조금 심심하고 약하긴 했지만, 이 집이 우리 동네에 있었다면, 지나가다 소주 한 잔이 생각나면 매운탕 한그릇 시켜놓고 한 잔 마시고 싶을 만큼의 매력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올레길이 지나는 곳이니 이 코스를 지나게 되면 점심은 이 집에서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모슬포항 가면 함 들러봐야겠습니다.
아.. 제주도 가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