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신주의에 허우적거리는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가치 몰라보다...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할 때 존재 의미 사라져...
춘천중도유적, 구석기부터 고대사회까지 역사가 쌓인 곳...
유성엽 의원의 절규, "야만이 벌어지고 있는 야만의 현장이야..."
공공의 가치가 있는 것은 개인이 나서기 전에 공권력으로 상징되는 국가가 나서서 지켜야 한다. 이것은 동서고금의 일반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이런 일반상식이 작동이 안 된다. 오히려 거꾸로 작동한다. 언제 부턴가 국가가 왜 존재하는지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멀리는 임진왜란에서부터 가까이는 세월호 참사다. 임진왜란은 공권력이 나라를 지킨 것이라기보다는 의병들이 나라를 지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지대했다. 이순신의 활약도 사실은 국가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급자족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나라구하기에 모든 것을 바쳤다면 국가가 사후 보상을 해야 한다. 이것도 상식이다. 그런데 임진왜란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뭐더러 싸웠나 하는 분노가 밀려온다. 이순신은 스스로 자살했고, 홍의장군으로 유명한 의병장, 곽재우는 역적으로 몰려 결국 산으로 숨어버렸다.
세월호 참사는 또 어떤가. 국가는 오히려 참사를 덮기에 바빴다. 반면에 민간잠수사나 어부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구조에 나서는 형국이었다. 나중에는 갖은 핑계를 대고 이것도 못하게 막았다. 심지어 당시 해군참모총장이 해군함정을 동원해서 구조에 나섰다가 정권 눈 밖에 나 방산비리로 누명을 씌워 고초를 겪기 까지 했다.
강원도 춘천에 중도유적이 있다. 지난 서기1980년대 이래 꾸준히 발굴이 이어졌고 우리역사의 태곳적 유적과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들어 갑자기 이곳에 영국 장난감 회사 레고유치사업이 진행되었고 박근혜 정권 들어서 사업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최소한 3천년 이상 된 유적이라고 한다. 규모를 보아도 가히 동아시아 유일의 태곳적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라고 할 만큼 크다. 주거지는 한쪽 길이만 하더라도 8백 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집단도시국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곳에서는 석기에서 부터 청동기 및 정밀 가공된 금 귀고리까지 아우르는 신권神權을 상징하는 정치권력수장의 도구가 나왔고, 각종 토기류는 말할 것도 없고 고인돌과 적석무덤도 수백기가 나왔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춘천중도유적 주거지. 오른쪽 길 차량을 보면 이 주거지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도시국가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진: 월간중앙 |
특히 주목할 것은 돌로된 관이 출토되었다는 점이다. 돌을 깎았는지 떼어냈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얇은 돌판으로 직사각형모양으로 관을 만들어 시신을 안치하는 방식의 묘장제도다. 이 석관묘는 현재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필자의 선친도 이 석관묘로 모셨다. 석관묘는 우리민족의 시원과 정체성을 증명하는 대표 풍습이다. 우리나라 전역에는 마고설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제주도 설문대 할망설화에서부터 북으로는 현재 까지 알려진 바, 평양지역의 구빈마을 설화인 마고족과 단군족 이야기가 있다. 강화도에도 마고할미신화가 있다. 모두 거인 마고할머니가 상정된다. 그리고 고인돌 등 돌과 관련이 있다. 마고는 문헌에도 등장한다. <부도지>다. <부도지>에서 말하는 마고는 세월을 가늠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할 정도로 까마득히 오랜 된 인물이다. 그만큼 돌과 관련된 우리역사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우리가 원조라고 할 정도로 오래되었다. 그것이 묘장제도로써 석관묘로도 전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춘천중도유적은 이와 같이 우리뿐 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희귀한 역사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이 유적을 국가가 앞장서서 파괴하고 있다. 이곳에 영국 장난감회사를 유치하면 강원도의 재정수입이 늘 것이라는 것이 이유다. 영국 레고회사는 투자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레고라는 회사이름 유명세만 갖고 들어왔다고 한다. 우리가 돈을 다 대서 시설을 지어 줄 테니 너희는 그냥 들어오기만 하라는 것이다. 레고라는 유명회사가 들어서면 이 유명세를 보고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돈을 풀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라는 커피점이 유명세를 타고 문을 여니 너도 나도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사먹듯이 말이다.
이에 대하여 민간에서 조직과 단체를 만들어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보존해야할 국가는 오히려 파괴하고 있고 이것을 국민이 막고 있는 것이다. 사업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던 지난 2015년부터 뜻있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법적투쟁, 거리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서기2016.02.23.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는 춘천맥국 중도유적지보존 전국협의회 차옥덕 상임대표가 사재를 털어 춘천중도유적보존 궐기대회를 가졌다. 이날 대회는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하여 춘천중도유적보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러 공연과 다짐도 있었다. 이후 춘천중도유적 보존을 위한 시민단체들의 투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민간에서의 춘천중도유적 보존투쟁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 춘천중도유적의 고인돌 묘제군. 고인돌의 원시적인 모습이다. 이런 고인돌이 발전하여 탁자식, 바둑판식으로 진화했다. 사진: 한얼문화재연구원 |
그런데 지난 서기2017.06.14.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문회에서 의미 있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와 희망을 주고 있다. 춘천중도유적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도종환 당시 문체부후보자에게 장관이 되면 주무장관으로서 중도유적보존 방안을 강구하라고 다그친 것이다.
다음은 의원들의 발언과 도종환 장관의 답변이다.
장정숙 의원
“강원도는 중도를 3천 2백억에 팔고 2천억 대출받아서 사업하고 있다. 중도 섬을 민간에 매각해서 사업이 진행되면 문화재 보존이 되지 않는 것 아니냐, 2011년에 레고와 협약 맺은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서기1980~1984년 국립 중앙박물관 고고학과에서 이미 조사한 바 있다. 선사 유적지로 확인되었는데, 주거지, 적석총, 지석묘, 유적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사와 검증이 끝났는데 어떻게 이 자리를 파괴하고 영국 레고와 사업협약을 맺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그 뿐만 아니라 매장문화재평가회의도 했다. 8차 회의까지 거쳐서 평가점수가 91.77점이다. 이는 원형보존기준 평점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배려 없고 사업이 진행 중이다. 춘천중도 역사적 가치는 지금 당장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해도 손색없다. 고인돌도 101기가 발견되었다. 강화도는 70기 밖에 없다. 현재 진행 중인 개발 사업에 대해서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 어떻게 생각하는가.”
도종환 장관 후보자
“의원님 의견에 동의한다. 저도 의정활동하며 내내 제대로 보전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공사도 제대로 하는 지 우려스럽다. 투자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장정숙 의원
“레고랜드 개발이 완전 복마전과 같은 상황이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추진 핵심인물인 춘천시 부시장이 지난 5월에 정치자금법 위만 뇌물죄로 5년구형받았다. 강원도 전 정책 특보도 징역3년에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엘에이 개발 전 대표 민 아무개 씨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지금 고소된 상황이다.
춘천중도가 단순한 유적보존을 넘어서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중국 홍산문화유구 보전사례를 보면 발굴해서 이렇게 유리돔 형태로 감싸서 보존을 하고 있다. 중국처럼 단순한 문화공원보다는 우리는 역사적 교육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후보생각은 어떤가.”
도종환 장관 후보자
“저도 중국 사례를 보았다. 어떻게 하면 보존하면서 이런 시설들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다.”
장정숙 의원
“이 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하고 이것은 우리나라의 굉장히 큰 자산이기 때문에 강원도 측과 협의해서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은 사명감을 가지고 꼭 지켜줄 것을 부탁드린다.”
유성엽 교문위 위원장
“방금 장정숙 의원 질의 저도 잘 들었다. 그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지금 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손대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중국은 여기보다 더 질이 떨어지는 적석 고인돌에 대해서 돔까지 설치해 가지고 보호를 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여기 중도는 고인돌이 140기가 발견이 되었다. 대환호도 있고 취락지역도 드러나 있고, 이 정도 되면 사업공사를 전면 중단시키고 이것을 문화재로 지정해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하면서 역사유적 선사유적 탐방 체험공원공간으로 이걸 만들어 가야한다. 그런데 자꾸 문화재청에 그동안에도 우리가 확인을 해보았는데 강원도 지사가 문화재청에 문화재 지정이나 등록 신청을 안 한 데 어떻게 문화재청장이 하느냐 한다. 그러나 지금 법을 보면 직권지정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법에 시행규칙에 자치단체장이나 이해관계자나 소유자가 시행규칙에 마련되어 있는 것뿐이다. 법에는 문화재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가지고 지정이 가능하다. 문화재청장이나 중앙정부에서 이것은 직무유기고 태만이라고 생각한다.”
▲ 유성엽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장. 유성엽 위원장은 도종환 장관 후보 청문회에서 역사와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지금 야만이 벌어지고 있는 야만의 현장이다. 지금 춘천 하중 도는 누구보다도 이 문제에 대해서 의원시절에 저와 같은 방향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해주시고 또 직접 지적도 해주셨기 때문에 장관에 취임하시면 먼 나라의 미래를 보아야 한다. 저번에 트럼프 말을 통해서 드러났는데 시진핑이 대한민국이 한 때 중국의 일부였다. 이렇게 까지 망언들이 나오고 있지 않느냐. 이런 문제들을 아주 심각 허니 받아들여서 우리 영토가 한반도이남 만이 아니라 광활하게 중국으로 까지 번져 있었다는 것, 이런 부분까지 연결 입증할 수 있는 그런 문화유적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 뭐 진행이 되고 있고 벌어져 가지고 어떻게 할 수 없다. 이렇게 안일허게 가서는 안되고 특단의 고민과 결단을 반드시 촉구합니다.”
도종환 장관 후보자
“예, 알겠습니다.”
이 날 청문회에서 돋보이는 것은 질의한 의원보다 이 청문회를 중간자 입장에서 이끌어가는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장인 유성엽 의원의 발언이다. 당장 사업취소하고 보존 조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유성엽 의원 발언을 보면 이 분야에 대해서 상당한 전문지식을 축적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춘천중도유적의 가치를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만이 벌어지고 있는 야만의 현장’이라는 말속에서 유성엽 의원의 절박한 심정이 드러난다. 상당히 절제된 음색이었지만 절규에 가까웠다. 이날 유성엽 의원은 중요한 대목에서는 ‘쿡쿡’ 눌러서 말했다.
중도유적에서는 대환호시설이 드러났는데 이는 일본유적과도 비교된다. 그동안 일본은 환호시설이 중국에서 왔다고 하여 자신들의 유적이 중국이 원산지라고 했는데 이제 그 같은 견해가 모두 수정되어야 할 판이다. 중국의 관련유적도 우리에게서 전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관련학자의 주장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 만큼 춘천중도유적은 동아시아 시원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표지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레고를 유치했을 때 들어오는 돈과 역사문화유적으로 개발해서 몰려오는 탐방객이 뿌리는 돈과 어느 쪽이 더 많을 것인가, 최소한 이것이라도 따져보고 사업추진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 지난 서기2016.02.23.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차옥던 박사가 추진한 춘천중도유적 보존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
이쯤에서 선진국 의미를 되새겨 본다. 과거 서양의 대항해시대 이후 서양제국주의 국가들이 선진국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들의 특징은 자국의 전통과 가치를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식민지의 역사와 문화를 자신들 보다 하위에 놓았다. 식민지 역사와 문화를 식민지 모국보다 미개하고 열등하게 날조했다. 이런 서양제국의 식민지 정책을 일본이 그대로 따라했고 식민지로 전락한 우리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광복된 지 72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제가 심어놓고 간 식민사관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렇다면 서양제국과 일제는 어째서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날조하면서 까지 가꾸었을까. 역사와 문화가 갖는 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역사와 문화는 정신과 직결되는데 이것을 지배하면 정신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노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산 문화와 종교가 살포된 지 72년, 틈만 나면 성조기 물결이 출렁이는 것도 한 예다.
식민사관이 지배하는 주류역사학계에서 춘천중도유적 보전하라고 성명서 한 장 발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도유적 보전을 외치는 도종환 장관을 임명하지 말라는 성명서만 내놓았다. 또한 저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는데 반해 저들이 유사, 사이비 역사라고 비난하는 재야 민족사학계에서 보존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언제까지 문제의 중심에 있는 주체는 팔짱끼고 있고 주변에서 발 벗고 나서는 전도된 역사를 반복할 것인가. 우리에게 선진국은 먼 나라 얘길까.
오종홍 mukt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