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빛시인이 사랑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마가리 : 오막살이 *고조곤히 : 고요히, 소리 없이
한국 대표 시인들의 삶과 작품을 만나다!
모던보이의 대명사로 불린 시인,
낯설고 새로운 시 세계를 개척한 시인,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남긴 시인, 백석,
백석의 시는 담담하고 정갈하게
일상의 것들, 소소하고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전한다.
- 출처: 백석을 읽다 뒷표지 -
이삭빛시인 효문여중에서 멘토 특강, 오른쪽 최강곤교장(두보의 강촌 낭송 콜라보 낭송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