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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y (운명 運命)-10
그 해. 11월. 출판사의 기획과 권유도 있었고 그 동안 틈틈히 체이스를 그리며 쓴 글들을 정리하고 교정을 마치자 미정은 사랑글이 담긴 책을 출간하였다. ‘바람같은 사랑’그녀는 그렇게 제목을 하고 싶었다. 그 사랑시 책 제목은 ‘바람같은 사랑’ 이되었다. 그녀도 세월의 흐름에 편승하여야 했다. 그러나 그 글들은 가슴속에 그렇게 남겨두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질 못하였다. 출판사는 돈 되겠다 하는 글은 어떻게 해서든 책으로 만들어 출간하여 독자들에게 팔아야 돈이 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며칠 전에 체이스는 파랑새 출판사를 통하여 단편 추리를 모아 한권의 단편 추리 소설책을 출간하였다. 다행히 두 사람이 출간한 책은 독자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인기리에 팔렸으며, 두개의 각기 다른 출판사는 공교롭게도 그 해 12월 20일 일요일을 독자와 만나는 싸인회 날로 잡고 있었다.
현주는 타스마니아에서 체이스를 만났다. 그는 몇 년 전에 보았을 때 보다 더 초췌하였으며 그는 사랑과 싸우고 있었다. 그는 불우한 사람이었다. 온갖 풍상을 겪은 노병같았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현주가 만난 누구보다도 맑았다. 삶의 전사인 그의 이면에 잠자고 있는 맑은 영혼을 그녀는 느꼈다. 그는 지쳐가고 있었다. 그 힘듦을 오직 글 쓰는 것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는 구두닦이었다. 그 나이에 토론토에서 구두를 닦고 있었다. 그는 그 일에 혼신을 다하고 있었다. 고독을 그렇게 견디어 내고 있었다. 캐나다의 한인 중 그 누구도 그를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하였다. 토론토의 그 누구도 그를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하였다. 자칫 분에 넘칠 것 같은 그의 사랑의 대상이 조미정 시인이었고 그는 그녀를 만나고부터 운명을 믿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말했다. 숙명은 뒤에서 오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받아야 하지만, 운명은 앞에서 오므로 받든지 모른척 거부하든지 할 수 있다 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운명을 받았다 하였다. 온 가슴으로. 그에게는 틀림없이 분에 넘치는 과분한 사랑임을 안다 하였다. 그 동안의 치열한 사랑 이야기를 감동으로 듣고 왔다. 또한 그녀는 성태와 함께 조미정을 만나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듣고 각본을 만들어 12월 19일 토요일 날 단편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하기로 회사에서 결정하였다. 제목은 ‘운명’으로 하였다. 그러나 방영 후 까지는 두 사람에게 서로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기로 하였다. 극적인 만남을 만들기 위하여서 이었다. 현주는 스스로가 견디어 내기 위하여 잔인해 졌다고 성태에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와 동시 두 곳의 출판사에서도 조미정 시인의 사랑시 시집 ‘바람같은 사랑’ 과 체이스 리의 ‘단편추리소설 선집’을 2쇄하여 출간하였다.
“성태씨. 우린 이 두 사람을 이제는 알잖아. 그런데 나는 상업적으로 그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나 자신이 미워 죽겠어. 성태씨. 나 어떻게하면 좋아?”
“어이구~ 드디어 열간(마음이 뜨거운 인간)나왔네. 어서 그 판 깨시지. 그들의 운명이라는 것을 현주가 깨버려도 되겠네.”
“성태씨~ 나는 못해. 그렇게 못해. 내가 난무당인가. 아름다운 그 판을 내가 깨게. 왜 그래? 날 위로나 좀 해주지. 이게 장래 내 남편감 맞아?”
“그래. 알았다. 맞아. 맞아. 곧 멋진 네 남편일 내가 맞아. 현주같은 심성이 아름다운 여자를 내게 보내 준 나도 운명에게 온 몸으로 감사한다. 현주야~ 우리는 그 두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을 하자. 현주 눈에 눈물 나지 않게 내가 할꺼다.”
“정말? 약속할 수 있어? 내 사랑 성태씨?”
“아~ 나도 그들의 운명이 전이돼 그 속에 갇혀 버렸구나. 약속해. 그래. 약속할 수 있어. 됐어?”
11월 30일. ‘운명’ 그 드라마는 사전의 노출광고 기법중 하나인 시높시스(Synopsys)의 노출에 의하여 폭발적인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열화같은 시청자들의 요청에 의하여 다시 재방영하기로 그 자리에서 방송사는 결정하였다. 잔혹한 폭력과 어줍잖은 쎅스의 난무와 진부한 내용들을 금광(돈과 광고)으로 포장하여 독자와 시청자를 현혹하는 알갱이 없는 유행같은 드라마와 베스트 쎌러들 속에서 이현주의 드라마 ‘운명’과 조미정 시인의 사랑시 ‘바람같은 사랑’과 체이스 리의 ‘단편 추리소설 선집’은 사랑시와 단편 추리소설 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숨 죽이고 있던 그 장르를 깨워 살아 활동하게 만드는 촉매가 되기에 충분하였다. 출판사는 그 방영된 드라마에 편승하여 찍어 낸 책이 연일 솔드아웃(sold out)되었다. 현주는 그녀의 능력을 재 신임받는 아주 멋지고 훌륭한 기회가 되었다. 두 출판사는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다시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판매 이벤트를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실은 몇 개월 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YJK방송사도 후속 이야기 특집을 준비하며 이현주를 담당케 하였다. 12월 20일 현주와 성태는 서울 강남의 미래서적앞에서 그들 두 사람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12월 19일. 비서에 의하여 ‘운명’이라는 드라마를 본 남양건설 사장 정한구 회장은 급히 시인 조미정에게 전화를 했다. 그는 드라마는 픽션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런 이름을 덮은 넌픽션이었다. 그 드라마는 중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운명을 빌려 완성한 드라마 작가 이현주의 가장 멋지고 훌륭한 작품이었다. 중년의 잠재한 욕망을 건드렸다. 한번쯤 해 보고 싶은 사랑. 늦었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픽션이었다. 넌픽션으로 착각하도록 한 픽션이었다. 정한구도 착각하였다.
“미정씨. 접니다. 정한구. 저녁 6시에 대전에 있는 호텔 로자리오에서 내년도 사업을 위한 설명회가 있는데 참석해 주십시요. 미정씨의 낭송회와 시집 출간회 등에 대한 발표를 할 겁니다. 주인공이시니 꼭 참석해 주십시요. 오후 5시 00까지 차를 도착하도록 보내겠습니다. 그 때 뵙겠습니다.”
정한구. 미정의 뒤에서 알게 모르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는 스폰서 회사의 회장 아닌가. 물론 거절하고 그와의 관계를 끊어도 좋을 상황이지만,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 서로 공생까지는 아니드라도 균형이 기울지 않게 필요한 역할을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한구 회장에 대해서도 미정은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그가 늘 호감을 느끼도록 하였다. 조미정 시인의 독자를 위한 싸인회가 내일 미래서적에서 있다는 것도 그가 알고 있을 터이었다.
그 사업 설명회는 간단하였다. 남양건설의 내년 사업계획에 부수적이었으나 절대 필요한 가족 확장 프로젝트 (Project of Family Expendable)였다. 건설과 문학이 융화하여 그린가족(green family)을 넓혀 간다는 취지였다. 철근과 콘그리트(Concrete )속에 문예와 문학이있고 문화가 있음을 알리는 절묘한 교합이었다. 부수적이자 필수적인 그 계획의 중간에 조미정 시인이 있었다. 미정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였다. 마다할 이유가 전혀없었다. 많은 시인들 중에 선택되었다는 것 만도 행운이랄 수 있겠지만, 정한구 회장이 그 뒤에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슨 불법이 있겠는가? 여기에 무슨 특혜가 있겠는가? 정한구는 그 점에서는 깨끗하였다. 동등한 계약 위에서 그 부분의 서로 파트너였다. 사랑은 별개였다. 그는 혼돈하지 않았다. 미정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한구 남양건설 회장이 사랑을 할.
미정이 발표회가 끝나고 몇몇 관계자와 인사를 하면서 찾았으나 그는 보이지 않았다. 궁금하고 걱정되었다.
그 때 그를 보고 급히 미정을 픽업했던 비서가 다가왔다.
“정회장님은 어디계셔요? 인사하려는데 보이지가 않군요.”
“예. 시인님. 걱정하지 마십시요. 그렇잖아도 조미정 시인님을 모셔 오라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같이 가시지요.”
이 사람이 미정을 차로 태워 이곳까지 데려왔다. 갈때도 특별한 일 없으면 이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야만 하였다. 미정은 또 하나의 실수를 하였다. 체이스가 말했었다. ‘혼자 외출시는 절대 타인의 차를 함께 타지 말라’는 것을. 택시나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딸 은희의 집에서 자고 갈 수가 있을 뿐이다. 2번은 아주 긴급한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그렇게 할 수 없고. 정한구를 만나는 것에 주저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 초대 자체도 역시 행운인 것을. 솔직히 말해서 그런 위치의 그가 시인이라고 아무나 그렇게 대 하겠는가? 다만, 어디로 가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어디에 계세요? 회장님은.”
“가까운 곳에 계십니다. 년말이라서 머리를 좀 쉬게 하려고 서해 바닷가 호텔에 있습니다.”
이미 그녀를 태운 차는 대천 해수욕장의 팻말이 보이는 곳을 지나고 있었다. 대전과 이곳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그랜즈는 대천시내를 벗어나 해송이 우거진 길을 지나 바다가 보이는 얕으막한 언덕위에 서해바다를 보며 그림같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호텔 인터페시픽 정문에 섯다. 요란스럽지 않지만 초록색 싸인과 은은한 핑크색 조명등은 스산할 것 같은 해안분위기를 아늑하게 해 주는 것 같았다. 미정은 차에서 내리기 전에 디지틀 시계를 봤다. 7시였다. 불과 20분 거리에 있었다. 회전 문을 들어서자 라비 중간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한구 회장이 다가왔다.
“미정씨.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는 흰색 폴로 반팔 면셔츠에 회색 면 바지를 입고 있었다. 스포티한 차림이었다. 오히려 미정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무릅을 살짝 덮을 정도의 길이인 짙은 커피색 스커트와 흰색 실크 셔츠위에 모직 쟈켓을 입었다. 5cm높이의 짙은 붉은 색 하이힐은 그녀의 두 다리 곡선미를 두드러지게 하였다. 지성미는 아름다움과 합쳐져서 더할 나위없는 세련미를 풍겼다. 라비의 샹데리아 불빛 아래 선 미정은 형언키 어려울 정도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혹 여성분이 이 소설을 읽고 있다면, 글의 표현만으로도 질투가 스믈 스믈 발생하여 온 몸에 소름돋을 것이다. 실제는 놀랄 정도이다. 어쨌든 결코 부한 느낌이 들지 않으나 지성과 야성적인 섹시미가 맑고 검은 큰 눈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아래 위 입술의 두께 비율이 2/3로 매력의 여신같은 도톰한 입술. 목 바로 아래에서 시작된 처지지 않은 신비함을 가진 젖가슴 골과 아직 탄탄하고 탐스러운 가슴의 볼륨은 가히 정회장을 뇌살시킬 수 충분히 있었다.
“회장님. 만나게되어 반가워요. 오늘은 회장님도 아주 젊고 건강해 보여요.”
“정말 그렇게 보입니까? 미정씨에게 그렇게 인정 받으니 젊은애들 같이 기분이 좋습니다. 6층 창가에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가시지요.”
그는 미정과 나란히 서서 천천히 걸으며 미정을 다시 봤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옆에 있다니. 그렇게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흙 속에 묻혀있던 진주라고 언급하였다). 라비는 비교적 한산하였다. 아마도 피서객이 다 떠났기 때문이리라 생각하였다. 간혹 부부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밤 바다를 보려고 라비를 나서는 모습이 좋았다. 복도로 난 문은 에리베이터에서 내려 우측으로 가며 양 옆으로 한개씩 있었고 통로가 끝나는 곳에 통로를 막고 601호가 있었다. 한 층의 4분의 1을 다 차지한 것 같았다.
정 회장이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가길 권했다. 이건 신사로서의 기본 아닌가. 특히 아름다운 여성과 함께 있을 때 과시적으로라도 나타나는…
문을 들어서니 우측편에 하나로 된 큰 유리창이 바다를 다 막고 있었다. 불행이도 캄캄한 밤이었다. 바다도 캄캄한 밤 속에 잠겨 있었다. 그 큰 탁 트인 유리창 앞에는 가죽 쇼파가 셋트로 자리하고 있었고 또 그 옆에는 간단히 마실 수 있는 바의 스텐드가 있었다. 양주일 것 같은 병들이 칸칸이 렉을 채운 채 누워 있었다. 바 스텐드 위에는 술잔( 아마도 크리스틀일 것이다)들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출입문에서 좌측으로 회의를 위한 테이블과 그 옆 좌우로 6개씩의 가죽 의자가 놓여있었고 업무용 책상은 그 방 창가 옆에 짙은 감색으로 무게를 잡고 앉아 있었다.
창을 향하여 우측으로는 침실과 커다란 욕조와 샤워 화장실이 보였다. 문은 없었다.
창가에서 어두워져 캄캄한 서해바다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모습이 거울 같은 유리창에 반사되어 중년 부부의 낭만이 비칠 것 같았는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만 간간히 보였다.
미정이 놀라서 이렇게 살펴보고 있는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열리자 하얀 캡을 쓴 요리사 두명이 스트롤러에 음식을 담아 밀고 들어왔다. 각종의 회와 스시 그리고 울진대게를 포함한 생선요리들이었다. 다양하였다. 둘이서 먹기 좋게 하얀 접시에 조금씩 담겨 있었다.
식탁을 준비하는 사이 정회장은 계속 남양건설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삭막한 토목 건설과 그린으로 상징되는 조미정의 사랑시들과의 절묘한 조화로 펼쳐지는
프로젝트(Let’s go into Green Family)에 대한 계획이 였다. 그는 의욕에 찬 듯 스스로에 도취하여 강하면서도 미정을 의식하여 부드럽게 말하였다. 그는 잘 듣고 간혹 가벼운 질문을 하는 미정에게 대답하며 신이 났다. 이해할 것이다.
인천공항은 여전히 분주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입국심사를 위하여 줄을 서고 있었다. 사람이 사는 곳에 온 느낌이 생생하게 들었다. 체이스는 현주로부터 연락을 받은 후 토론토의 비즈니스를 함께 꾸려가고 있는 로널드에게 맡겼다. 그는 체이스가 없더라도 과테말라에서 온 샤론과 같이 잘 꾸려 나갈 것이다. 비록 그의 수입은 좀 줄지라도. 이번에 한국에 가면 꼭 미정을 만날 것이다 라는 각오를 했다. 그 결과에 대하여는 생각치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현주 양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했다. 뭔가 현주는 알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많은 팁을 그에게 남겼다. 그가 추리소설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찾아 보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였다. 현주는 스마트하였다. 상냥하지만 예리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젊은 아가씨였다. 어떤 것에 대한 감성과 부드러운 이해도 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참신한 젊은 여자였다. 그는 달랑 뒤에 맨 여행용 빽에 랩탑 컴퓨터와 양말 몇 개 팬티 몇 장이 다 였다. 입국심사와 세관통과를 간단히 마치고 환송객으로 꽉 찬 라비를 빠져 나왔다.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늘 그랬다. 그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늘 그랬다. 한국과 케나다에서는. 그는 동전을 바꾸어 공중전화로 갔다. 시각은 밤 5분 전 9시였다. 도착한 비행기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25분이 걸렸다.
“현주씨? 저 체이스입니다.”
“어머. 선생님. 어디서 전화하시는 거예요?”
“방금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공중전화에서 입니다.”
“선생님! 반가워요. 도착하셨군요. 제가 뭘 도와드려야 하지요?”
역시 스마트하였다. 재치가 있었다.
“현주씨. 시인 조미정님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십시오. 지금 당장. 어떻게 해서 든 알려 주십시요. 부탁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간절한 애원이었다. 현주와의 묘한 인연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예. 찾겠어요. 지금 저는 몰라요. 그렇지만, 성태씨는 알고 있을 거예요. 다시 전화 하시겠어요?”
“아니요. 제가 이대로 기다리겠습니다.”
그의 그 한마디에 현주는 주눅이 들었다. 나이든 사람의 못 말리는 사랑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거역 못할 절대의 힘이 들어 있었다. 현주는 집 전화로 성태에게 전화하였다.
“선생님. 아직 그곳에 계셔요? 살아있는 거예요?
“ㅎㅎㅎ. 예. 살아있습니다. 아직 죽을 때가 아니 라서.”
“받았어요. 전화번호를. 성태씨가 말했어요. 오늘 저녁 6시에 대전의 로자리오 호텔에서 남양건설이 주체하는 내년도 사업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을 거라고요.”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잠깐만요. 내일 오후 1시에 강남역 지하에 있는 미래서적의 팬 싸인회에 참석하시는거죠?”
“그것 때문에 한국에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주씨.”
체이스는 두려웠다. 그가 운명을 생각한 것은 오래지 않았다. 지금 그 운명이 또 어떤 곳으로 그를 내 몰아칠지 걱정이었다. 스치는 불안을 떨쳐내어 야 하는데…
시계를 보니 밤 9시 20분이었다. 저녁 6시. 그리고 밤 9시 20분. 겝이 3시간 이상이었다. 제임스는 공항 택시 승차장으로 갔다. 40대 운전수였다. 그에게 거리요금에서 두배를 더 주기로 하고 총알같이 대전으로 가 줄 것을 요구했다. 시간이 없었다. 거절한다면 다른 차를 알아봐야 하겠지만 그것도 시간 낭비가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한 여성을 구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했다. 딜은 성사되었다. 대전에 도착하여 전화를 할 생각이었다. 그 시각에 대전에 있지 않고 집으로 가는 중이라면 안심하고 내일 만날 약속을 하면 되었다. 미정의 집은 안산이라 하였다.
정한구는 기분이 좋았다. 아름다운 미정이 옆에 있어서 그의 계획을 독려하듯 잘 들어주고 있으니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그는 이미 서너잔의 쟝 드에도냐 18년산 위스키를 세잔째 마셨다. 싱싱한 생선회는 그에게 아주 적당한 안주가 되었다. 미정이도 잘 발려 놓은 울진대게의 연분홍 살을 적당히 집어 이쁘게 입안에 집어넣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며 정 회장의 열변을 듣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섣불리 일어나거나 싫은 표정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6년산 아이스 와인을 들고 미정의 의자 옆으로 와서는 미정의 잔에 따르며 러브샷을 원했다. 미정은 어떻게 하는지 정말 몰랐다. 러브샷이라니. 미정은 최근에 두 세번 모임에 참석하였지 그 전에는 전혀 이런 세계를 몰랐다. 그녀가 모르는 것은 당연하였다. 정 회장은 이것이 지금 우리의 러브샷 방식이라며 그의 잔을 들고 미정의 오른 손에 잔을 들게 하여 서로 교차하여 미정의 오른 손을 안쪽에서 그의 팔뚝을 감아 밖으로 꺼내고 같은 방식으로 정 회장도 그렇게 하였다. 서로의 팔이 X자로 엇갈리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함께 동시에 잔을 비우는 거라 하였다. 미정은 너무 오래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점 점 두렵기 시작한 차에 그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나 그의 부드럽고 따뜻한 리드에 서로 얼굴을 마주한 채 와인 잔을 비웠다. 향긋한 향기가 차가운 기운과 함께 뱃속을 짜르르 흘러 내려갔다. 식사를 하면서 먼저 마신 포도주로 발그레한 얼굴이 된 미정을 정 회장은 사랑스러운 듯 두 손으로 감싸 그 얼굴의 이마 위에 가볍게 키스하였다. 미정은 눈을 감았다. 이제 일어나야 하는데 하고 있지만, 그가 먼저 다가왔다. 그리고 다시 그는 허리를 숙여 한 손으로 미정의 목을 감고 그에게 로 당겨 입술에 키스하였다. 아이스 와인으로 입을 행군 뒤 여서 미정은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그의 입에서 오히려 향긋한 아이스 와인 냄새가 났다. 미정은 정신이 아찔해 졌다. 분위기가 또 안개같이 감싸고 있었다. 그의 혀가 미정의 입안으로 밀고 들어와 그녀의 혀를 당기고 있었다. 전과 같은 감미로움은 없었다. 이미 예견할 수 있었던 분위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다른 한 손이 그녀의 실크 브라우스를 입은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기 시작하자 자신도 억제 못할 뜨거움이 가슴에 가득해 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아직도 짙은 키스를 하고 있었다. 미정의 입 속에 들어 온 그의 혀는 미정의 혀를 감아 당기고 있었다. 그것 자체가 흥분의 시작이었다. 그의 손이 부드러운 실크를 헤집고 가슴속에 들어와 젖가슴을 애무하자 미정도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이렇게 내 운명은 연결되는가 보다 하는 체념적 생각이 들었다. 그가 혀로 가슴의 이미 돌기 된 유두를 빨며 애무하자 미정은 급기야 참았던 신음이 터져 나왔다.
“아아아~ 회장님. 그만해 주세요. 회장님.”
참 바보스러웠다. 어느 남자 누가 이런 상황에서 그만두어 달라고 그만하겠는가. 그녀의 가느다란 요구는 신음으로 들려 정회장을 더욱 자극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