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사회에서 말미암은 다양한 호칭들
정진명(시인)
조선시대는양반이주인인사회였습니다. 양반은<문반>과<무반>을뜻합니다. 두반이기에<양반(兩班)>이라고합니다. 앞시대인고려시대까지만해도, 벼슬아치를뽑을때는, 시험으로뽑지않고, 연줄을대서뽑았습니다. 이런걸<음서제도>라고하죠. 우리가역시시간에배운바로는, 고려광종때, 후주에서귀화한쌍기의건의로, 처음으로과거가실시되었습니다. 그러니그전까지는, 시험이아니라, 다른방법으로, 관리를뽑은것이죠.
조선시대접어들어, 이과거가관리등용의주요방법으로자리잡습니다. 과거는시험을치러서, 능력에따라관리를뽑는것입니다. 그러면시험을치러야하죠. 이런시험을치르는방법과원칙을잘지키는것이, 공정사회로가는지름길임을, 유학자들은잘알았고, 그에대한자부심이대단했습니다. 조선시대과거의원칙은, 4년마다한번씩치르는, 정시(定試)입니다. 60갑자중에서지지에, 자오묘유(子午卯酉)가들어가는해에시험을치르니, 4년마다한번씩기회가옵니다. 원칙상귀족은물론농민들까지, 시험에응시할수있었습니다. 과거는정시외에도, 때에따라보는, 예외도있습니다. 임금이새로등극하는경사가있거나, 전쟁통이어서인재가시급한경우에는, 정시까지기다리지않고, 예외로시험을치렀습니다. 이런시험에는, 정시가아닌, 다른이름이붙습니다. <증광시, 별시,취재>같은것이, 이런것들입니다.
과거의분야는둘입니다. 문과와무과죠. 조선시대가열린뒤, 문과부터철저하게시행됩니다. 문과는두분야로나뉩니다. 외교상의문서를작성능력을보는<제술>과, 유학의지식을보는<명경>, 이들을각기<진사시>와<생원시>라고합니다. 이것은이들이이시험을통과한뒤에, <진사>와<생원>으로불렸기때문입니다. 그래서조선시대의가장흔한선비들호칭이<진사, 생원>이었습니다.
과거제도는4년에한번씩치러지지만, 한번시험에3장제도가실시되어, 자오묘유가들어가기전해인<인신사해(寅申巳亥)>가들어가는해에는, 예비시험을치러야합니다. 이것을처음치른시험이라고하여, 초시라고합니다. 지방관아에서도별로실시합니다. 그래서이초시에서합격한사람을, 말그대로<초시>라고부르기도합니다. 시험에서자기할아버지를욕하고장원하여, 일생을삿갓쓰고떠돌며자학하다, 삶을마감한김삿갓이합격한시험이, 바로강원도에서주관한초시였습니다. 이런초시에서지역별로뽑힌사람들이, 이듬해성균관에모여서, 두번째시험인복시를치릅니다. 복시란, 말그대로두번째보는시험이라는뜻입니다. 지역별숫자는모두다릅니다. 충청도의경우에는33명을뽑았지만, 강원도나함경도같은경우에는, 숫자가더적었습니다. 도의인구밀도나중요도에따라서, 숫자를달리했습니다. 당연히경기도는충청도보다더많았죠.
각지방의초시에서뽑힌사람들과, 성균관에서공부한사람들을모아서, 복시를치릅니다. 복시에서는모두33명을뽑는데, 이들은다시임금님이보는앞에서, 마지막시험을치릅니다. 이를전시라고합니다. 전(殿)은임금님이사는집을뜻하는말이니, 말그대로임금님앞에서보는시험이라는뜻입니다. 여기서갑을병세단계로채험을하여, 관리에임용합니다. 조선초기에는전시참가자를모두관리에임용했는데, 중기를넘어서면벼슬자리가모자라서, 이중에갑과와을과에해당하는사람만기용합니다. 여기, 전시에참여한사람을<선달>이라고부릅니다. 그러니까선달이란, 적어도임금님의얼굴을, 바로코앞에서본영광을누린사람입니다. 그래서존칭어로자라잡게된것입니다.
따라서옛날사람들이쓰는, <초시, 선달, 생원, 진사>같은말들은, 조선시대의과거제도에서유래한, 꽤나뿌리깊은내력을지닌, 말들임을알수있습니다. 한사회에자리잡은말들은, 단순하지가않습니다. 그렇기때문에, 호칭을바꿀때는, 조심에조심을거듭해야합니다. 요즘처럼인터넷시대라고하여, 손가락으로두드리기귀찮다고하여, 함부로호칭을바꾸거나말을만들어쓰면, 나중에큰후환이됩니다. 사회의질서가허물어지죠. 젊은이들이야파괴본능에시달리는사람들이지만, 어른들, 특히국어학자들이그런데동조하여, 이사회의오랜약속을손쉽게허물면, 문제가꼬리에꼬리를물고일어납니다. 삼가고또삼가야할것이, 일단질러보는말장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