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만들기 농사
날마다 산소를 만드는 농사를 한다면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소리 듣는다. 그러나 나는 매일 신선한 산소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한다. 아침 동편의 해가 돋아 비추기 시작하면 지체없이 화분을 햇볕 찾아 옮긴다. 날마다 커텐을 벗기고 밝은 태양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일이다. 우리 집이 기역자로 지은 한옥이라 복도에는 오전 오후 해가 비치는 위치가 달라진다. 그냥 남향집이면 하루 내내 태양이 비추지만, 기역자로 굽어진 집채에 때에 따라 그늘이 내리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해가 가려 그늘이 내리는 장소가 생긴다. 그래도 전체는 남향의 집이라 하루 내내 태양은 비치고 있다. 복도의 위치 따라 햇볕 따라가는 화분은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시시각각 바뀌는 태양 위치에 그늘은 피해야 산소가 잘 만들어진다. 엽록소 식물이 산소를 만드는 것을 아는 사람은 태양 받는 시간 허비가 늘 아깝다는 생각이다. 깜박하고 그늘이 내린 것을 잊고 있다가 크게 후회하기도 한다. 그래서 늘 그늘의 방향을 의식하고 태양 방향으로 미리 화분의 자리를 옮긴다.
고무나무, 치자나무, 산세베리아, 수국, 장미 등 화분들은 내 손길을 늘 바쁘게 한다. 치자나무의 꽃은 향기가 유별나게 짙다. 꽃필 무렵이면 주위의 공기가 온통 치자꽃 향으로 바뀐다. 그러나 소중한 것은 향기보다 신선한 산소를 만들어 가족 생체에 건강의 도움을 주는 일이다. 나는 산소를 마시면 그 영향을 감지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낮에 마을 뒤산 솔숲에 가서 거닐고 오면 정신이 맑아짐을 느낀다. 아내가 오래 걷기 불편해서 뒷산의 꼭데기까지 승용차로 간다. 차에서 쉬며 숲 공기 마시는 일도 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내에서도 화분 산소를 만들어 마시고 지내니 글쓰기가 잘된다. 낮 동안 실내에서 화분이 만드는 산소의 도움이 더 유용하다는 생각이다. 오랜 시간으로 마시는 환경이기에 말이다. 탄산가스도 해가 비치는 동안은 줄여주기 때문이다. 화분이 만들어내는 산소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그 효과는 생각보다 매우 크다고 믿어진다.
여름에는 집 주위의 숲으로 엽록소가 많아 산소도 풍부하다. 그러나 겨울에는 추워서 외부 공기 유입이 막히기 때문에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겨울 동안 신선한 산소 공급은 화분에 의존하는 생활 환경이다. 어서 빨리 여름이 와서 방문을 열어제끼고 마음껏 신선한 산소 공급을 받고 싶은 심정이다. 산소를 찾아 나서는 일과 산소를 만드는 생활이 나에게는 즐거운 노력이다. 사람들 생각에 노력은 고통이 따른다고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산소 만들기와 찾기 노력은 심신을 피로에서 건져내는 일이다. 몸의 움직임이 많아지고 움직임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더불어 신선한 산소를 마시면 피로회복이 쉬워진다. 힘든 등산을 마치고 고된 시간을 겪어도 시간이 지나면 금방 회복되는 이치다. 숲속의 신선한 산소를 만족하게 마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와 매일 뒤산에 승용차로 솔숲을 찾는 일도 치매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밀패된 방에서 TV만 보며 움직임도 없으면 정신이 먼저 기울어진다. 숲속의 공기는 정신을 새롭게 하는 기운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늘 느낀다. 매일 경험으로 감지하는 일이다. 어린이들은 숲길에 자주 데리고 다니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하면 좋다. 이는 신선한 산소의 덕택으로 천재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사람의 일반 호흡에서 더 좋은 환경의 산소를 유입하면 플라스 알파가 된다. 이유는 몰라도 체험 결과는 명확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80세가 되는 노인이 소설 쓰기가 쉬운 것은 산소의 덕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어제는 14번째 단편소설을 단기간에 탈고했다. 매일 시행하는 솔숲 걷기에서 구상된 이야기다. 돌이켜 생각해도 나의 근황이 일반적인 예측을 벗어난 일이기에 말이다. 부지런히 신선한 산소를 마셔야 육신보다 정신이 먼저 망가짐을 막는 일일 듯하다. ( 글 : 박용 2022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