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기후변화대응연구본부 김구영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탈 탄소 바람이 불고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당면한 문제이며,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 목표 선언과 함께 탄소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탄소감축 기술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탄소감축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배출 저감(Emission Reduction) 유형으로서 발전소나 산업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배출되기 전에 포집하여 지층에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 CCUS) 기술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이산화탄소 제거(Carbon Dioxide Removal, CDR) 유형은 대기 중에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장기적으로 격리하는 기술로서, 이는 다시 자연기반 탄소제거 방식과 기술기반 탄소제거 방식으로 구분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CCUS 기술 기여도를 총 감축량의 15%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탄소중립 비전을 달성하는데 CCUS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은 석탄 및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제철소, 시멘트 공장, 정유공장 등과 같은 대규모 산업공정 시설에서 생산된 여러 물질이 혼합된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기술이다. 포집 대상 분야에 따라 기술 성숙도 및 포집 비용의 차이가 크며, 연소 후 포집, 연소 전 포집, 그리고 순산소 연소 포집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연소 후 포집기술은 흡수제를 이용하여 연소 후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흡·탈착하여 분리하는 기술이며, 연소전 포집기술은 화석연료의 가스화 또는 천연가스의 개질반응을 통해 합성가스를 생산한 후 수성가스 전이반응을 통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다. 순산소 연소 포집기술은 연소 시 고순도 산소를 공급하여 질소산화물 배출을 방지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다. 국내의 경우 기 개발된 포집기술의 대규모 실증격상과 함께 산업 배출원별 최적화된 포집기술 확보가 요구된다.
이산화탄소 활용기술
이산화탄소 활용기술은 에너지, 산업공정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또는 전환하여 잠재적 시장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활용기술은 전환방법에 따라 화학전환, 생물전환, 그리고 광물 탄산화로 분류된다. 화학전환은 이산화탄소를 반응원료로 활용하여 화학적 전환을 통해 연료·기초화학제품 등의 다양한 탄소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생물전환은 이산화탄소를 생물학적으로 고정하여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를 생산하고, 이를 바이오연료·바이오소재 등으로 제품화하는 기술이다. 광물 탄산화는 이산화탄소를 탄산염 형태로 전환하여 광물화하는 기술이다. 현재까지 이산화탄소 활용과 관련하여 대다수 전환기술은 기초·원천 연구단계이며, 단계적 기술 실증을 통한 상용화 기술 확보가 요구된다.
이에 정부는 2021년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기술혁신 로드맵을 수립하였으며, 2030년까지 14개 CCU 상용제품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산화탄소 저장기술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지층을 구성하는 암석의 공극 내에 주입하여 대기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지중에 저장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저장소 확보와 함께 주입 및 모니터링 기술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주입과 저장효율이 좋은 사암층이 저장층으로 고려된다. 최초의 상용규모 저장 프로젝트는 1996년 노르웨이 슬라이프너(Sleipner) 가스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해저 지층에 매년 100만 톤 규모로 저장한 프로젝트로서, 지난 26년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를 물에 용해시킨 후 현무암층에 주입하는 방식도 새롭게 제안되었다. 이는 아이슬란드 Carbfix 프로젝트를 통해 실증되었으며, 이산화탄소가 빠르게 탄산염으로 광물화되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동해 가스전을 활용한 이산화탄소 저장사업을 추진 중이다. 동해 가스전은 2021년 생산 종료된 고갈 가스전으로서, 누출 가능성이 없으며 기존의 해상 플랫폼과 해저 수송 배관을 활용할 수 있어 비용 절감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현재 정부는 2025년부터 연간 40만 톤씩 저장할 계획이다. 또한 대규모 저장소 확보를 위해 현재 서해 군산 분지에서 해상 광역 및 정밀 물리탐사와 함께 탐사시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CCUS의 역할
국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는 2030년까지 2018년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목표로 하며, CCUS를 통해 연간 1,030만 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2021년 정부는 이산화탄소 저장소 유망구조 및 저장 자원량 평가 결과를 발표하였으며, 국내 이산화탄소 저장 유망구조는 약 7.3억 톤 규모로 평가하였다. 저장소 추가 확보와 함께 저장효율 향상 기술개발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상 CCS를 통한 국내 저장 규모인 연간 3,000만 톤 저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 필요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CCUS는 꼭 필요한 기술이며, 상용화 촉진을 위해서는 정부의 범부처적인 지원을 통해 지속적인 R&D 투자와 함께 CCUS 사업의 규모 격상이 요구된다. CCS 허브 및 클러스터 기반 시설 구축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또한 기업의 투자·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CCUS 전반에 걸친 법률안 정비 등 제도적 지원 기반 마련이 요구된다.
필자소개
연세대학교 이학박사(지질학)
한국지질자원연구원
CO2지중저장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