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아칼라의 노을
김영한
5월 9일 LA를 출발하여 마우이 섬 카훌루이 공항에 도착하였다.
세계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손꼽히는 마우이 섬은 하와이 섬에 이어 두 번째 큰 섬으로 화산의 용암으로 형성된 두 개의 섬이 하나로 연결된 화산섬이다. 인구는 156,674명(2011년 기준)이며 백인이 36%, 일본인 23%, 이어 필리핀인과 하와이 원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
섬 모양이 호리병 같이 생겼고 섬의 최고봉 할레아칼라 분화구는 국립공원으로 유명하다. 섬의 북서해안과 남서해안은 고급 리조트 단지로 유명하다.
관광, 파인애플, 목축업이 주요 산업이고 주요 행정구역으로는 상업지역 카훌루이와 카운티 행정부가 몰려 있는 와일루쿠, 관광과 항구도시로 유명한 라하이나를 들 수 있다. 일명 ‘계곡의 섬’이라는 별명을 가진 마우이 섬은 미국 10대 아름다운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할레아칼라 국립공원과 하나웨이 인데 오늘은 할레아칼라를 정복하기로 했다. 세 살짜리 외손녀를 생각하여 일출 대신 일몰을 택하였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사위 내외와 외손녀. 우리 내외가 두 시간을 달려 낭만적인 옛도시 라하이나 항구에 도착하니 날씨가 너무 더워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달래며 번화가를 걸었다.
마우이에서 가장 번화한 라하이나 마을은 18-19세기 하와이 왕조의 수도이고 미국 포경지로 번성하였던 역사적 장소였지만 포경을 금지함에 쇠퇴의 길을 걷고 현재는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산업이 활기를 띄고 있다.
마을 중심부에 하와이에서 제일 큰 나무 반얀 트리(일명 아바타 나무)는 높이가 20미터로 이곳에서 ‘아바타’ 영화를 촬영하였다. 한 나무의 가지가 뻗어서 밑으로 내려와 다시 땅속을 파고들어 그것이 줄기가 되고 반복하여 나무 넓이가 약 820평으로 축구장 크기의 2/3가 되고 시원한 그늘에서 공연이나 전시회를 연다.
오후 2시 신비의 할레아칼라로 향했다. 올라가는 산길 주변에서 방목되는 소들도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5.000피트 부터 안개가 너무 끼어 5미터 앞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 거기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쏟아진다. 운전하는 사위도 조수석에 앉은 나도 불안하다. 기독교 신자이기에 기도를 드리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조금 더 올라가니 언제 비가 왔었냐는 듯 비가 멎었다. 고지대 일수록 기후의 변화가 심하다.
분기점마다 표지판이 있어 헤맬 염려가 없다는 데 지독한 안개 때문에 표지판을 전혀 볼 수가 없다.
잔뜩 긴장하여 침을 삼키며 기어가듯 올라가니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고생고생 끝에 정상에 도착하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난다. 내려갈 일도 걱정이다.
정상에 도착하여 준비해 간 겨울옷을 두툼하게 입고 차문을 나오니 너무 춥다. 딸과 외손녀는 모포로 둘둘 감았어도 춥단다. 덜덜 떨며 곧장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 유리창에 10,023Ft 3,055m의 글씨가 선명하다. 한라산 보다 1.5배가 높고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2.750m의 백두산 보다 305m가 높다.
공기는 상큼하다 못해 차디 차다. 전망대 안에서 유리창 너머로 일몰을 보다가 답답하여 밖으로 나가니 너무나 춥다. 연인끼리 온 사람들은 모포를 같이 감고 있다. 이 산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휴화산 분화구(원주 32㎞)가 있으며, 분화구 테두리의 높이가 분화구 바닥에서 760m 이상 되는 곳도 여러 군데 있고 18세기 중반에 마지막으로 분출되었다고 한다.
영화 ‘혹성탈출’을 여기서 촬영했고, 나사(NASA)의 우주 조종사들이 이곳에서 우주 적응훈련을 하며 영화 <2001년 우주 여행>영화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할레아칼라(Haleakala)는 '태양의 집(House of the Sun)'이라는 뜻으로 반신(半神) 반인(半人)인 '마우이'가 인간들이 놀기를 좋아해서 낮의 길이를 길게 해 달라는 인간의 요청에 의하여 태양을 가두어 놓았다는 전설에 유래한다. 그러고 보면 마우이 섬의 모양이 머리를 아래로 구부린 사람의 모습과 비슷한 것이 태양에 섬을 걸기 위하여 힘쓰는 형상이다.
산 정상(3,055m)까지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서쪽 능선에는 비가 올 때 형성되는 간헐천이 있고, 침식 정도가 심한 동쪽 산마루 지대에는 깊은 계곡과 협곡들이 있다. 이 화산 동쪽 가장자리의 낮은 지대에는 무역풍 비구름이 떠다니면서 가끔 분화구 중심부에 모인다.
석양이 너무나 황홀하다. 일출이나 일몰이나 자칫 구별이 힘들다. 저녁 노을의 홍조는 너무나 경이롭다. 자연의 신비가 바로 이것인가 보다.
황홀에 겨워 일몰을 보는데 사위가 우릴 찍어주랴 일몰 찍으랴 이리 저리 다니면서 급하게 셔터를 눌러댄다. 내 몸이 하늘 위에 떠 있는 느낌이다. 추위가 그대로 사진에 찍히는 것 같다. 건너편 분화구 정상에 하얀 원형의 건물이 보이는데 그곳이 천문대이다.
경이와 황홀의 일몰을 보고 분지로 내려오면서 할레아칼라 산에만 자생한다는 은검초를 보았다.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일정하게 띠를 둘러놓았다.
은검초는 해발 2천 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만 살고 평생에 한 번만 꽃을 피우고는 죽어 버리는 전설의 꽃으로 다 자라면 마치 은색 검을 거꾸로 꽂은 모양 같다 해서 은검초라 불리며 보라색 꽃을 피우려면 20년 내지 30년이 지나야한다. 꽃필 때가 되면 약 180cm의 기둥을 세운다.
가운데가 불룩하게 솟아오르면서 꽃이 핀다는데 은빛 깔의 선인장 처럼 생겼는데
너무 귀해 사람의 접근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손으로 건드리면 곧장 죽기 때문에 만지다 발각되면 벌금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단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보았다는 흐뭇한 마음과 자연의 경이와 신비로움을 일깨워 준 귀한 여행이었고 내일은 하나웨이에 도전할 것이다.
첫댓글 여러가지 궁금했던 일, 전혀 알지도 못했던 일에 대하여 알게되고 많은 정보를 얻고 갑니다. 자세한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