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활터에서 가장 오래된 토론의 주제는 ‘활을 어떻게 쏘아야 하는가?’라는 의문일 것이며 이에 대해 서로 다른 주장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또한 각 주장의 정통성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ㅇㅇㅇ궁사회에서는 자신들의 사법이 전통궁술이라고 하고, ㄷㄷㄷ궁술원에서는 자신들의 사법이 전통궁술이라고 하고, ㅊㅊㅊ연구회에서는 자신들이 최고의 궁체라고 말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어느 누가 최고의 우리 궁술을 전승하고 있는 단체인지 알기 어려우며, 이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자체가 매우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상황을 풀어나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저마다의 사법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타당한 사법이냐 하는것을 증명하는데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바, 현재 사법에 대해 객관적이고 타당성있는 사법이라고 판단할수 있는 객관적 근거는 과거에 지어진 교범이라 할수 있는 '조선의 궁술' '정사론' '사예결해' '사결' '사법비전공하' 등에 실려있는 내용을 얼마나 실현가능하게 표현해 낼수 있는가 하는데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거에 활을 쏘던 시대에는 활이 전쟁에서 사용하는 주요 무기이기도 했고, 생활의 일부분으로써 동물을 사냥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을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표적을 정확히 맞춰서 죽이거나 포획하는 것이 최고였을 것이고, 어떻게 쏘는 것이 잘 쏘는 방법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선조가 후손에게 사냥을 잘하거나 적을 효과적으로 살상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떠한 방법으로 쏘아야 그 목적한 바를 효과적으로 이룰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기록으로 남기거나 구술로써 전해 왔을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어떻게 쏘는 것이 목적한 바를 가장 효과적으로 쏘아 맞출수 있는 것인지 그 효과로 그 가치를 결정했을 것이며, 그 결과 가장 효율적인 사법이 최선의 사법으로 칭하게 되었을 것이며, 이를 공부하면서 그 사법에 담겨진 이론과 논리를 연구하고 객관화하면서 인체와 결합하여 운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논리를 깨닫고 이를 구체화하면서 특정한 사법의 이론과 실제로 전승되어 온것이 현재의 사법체계이며 앞서 제시한 문헌기록들에 실린 내용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추론을 바탕으로 현재 활쏘는 이들이 선호하는 사법이란, 우선 과녁을 정확히 잘 맞추게 쏘는 방법이 최고의 사법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크며, 과거에 훌륭한 사법서라고 칭하던 교범이라도 현재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여기지 않으면 그 가치가 현격히 떨어져 무가치한 교범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는것 또한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주장하는 사법이 최고의 전통사법이며, 이렇게 쏘지 않으면 국궁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려면 그만한 근거와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것이며 그렇지 못한채로 그런 주장만 되풀이 한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외면받을수 밖에 없는 주장이 되지 않을까요? 또한, 별절이 되지 않으면 전통 정통궁술이 아니며, 턱밑살대 사법으로 바짝 짜서 쏘면 별절이 시전될수조차 없다는 생각 자체도 우리가 추구하는 별절사법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우월적 사고에 따른 주장이 아니라고 말할수 있을까요?
그리고 실제로 별절사법을 배우고 익혀가면서 바로 서서 높이 들어 후집을 하고 전거하여 턱높이에서 턱밑으로 바짝 당겨서 쏘아도 윗고자가 발쪽으로 쏟아지고 뒷겨드랑이를 세차게 치는 별절사법 구사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체험해보았고, 비스듬히 선 자세에서도 아귀에 힘을 쏟아넣어 윗고자가 몸 안쪽으로 쏟아지며 내려오게 쏠수도 있다(불두덩 정면으로 직접 내려오기보다 앞쪽에서부터 비껴오듯이 불두덩으로 줌손과 활장이 내려오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별절사법의 무엇을 근거로 이것만이 전통궁술이라 주장할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될수도 있습니다.
별절사법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법'이라는 것은 활쏘기의 기본방법을 말하는 것으로써 철전을 쏘는 방법이 그 기본이었으며 이를 터득한후에 이를 응용하여 가벼운 화살을 사용하는 유엽전 쏘는 법이 있었으며, 또한 이를 응용하여 편전을 쏘는 방법도 기술적으로 발전해왔다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론에 근거하여 활쏘기를 해보면 무겁고 둔중한 철전을 쏠 때에는 활을 높이 들어 멀리까지 화살을 보내는 고각발시 방식으로 활을 쏘아야 멀리 가게 되고, 근거리 또는 원거리의 표적을 맞추고자 할때는 가볍고 날렵한 유엽전으로 높이 들어올린 활과 시위를 상황에 따라 올리고 내리며 간접 또는 직접 조준하는 방식으로 쏘는 것이 효과적이며, 원거리의 표적이나 기습적인 공격을 하고자 할 때에는 통아를 이용하여 은밀하게 편전으로 공격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실제 활을 쏘는 방법은 모두 동일하지만 활을 쏘아 얻고자 하는 목표와 목적에 따라 활을 쏘는 방식이 달랐을 뿐인 사법이란 것을 철전사법이니 유엽전사법이니 편전사법이니 하며 구분하는 자체도 본질과 어긋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며, 이들 사법을 구현하는 어떻게 당기고 쏘는가 하는 세부 방법론의 차이를 들어 어느것이 정통이냐 아니냐 하는 것 또한 사법의 본질을 벗어난 논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실제 활쏘기를 하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극력을 다해서 정확하게 활을 쏘느냐?' 하는데 있는 것이지 '활을 어떻게 당겨하 하느냐? 활채가 어디로 지느냐? 윗고자가 어떻게 움직이느냐? 가 논쟁의 핵심이 될 수는 없는것 아니겠습니까?
극력을 다해서 쏘기 위해서는 줌손은 반바닥과 등힘을 같이 써야 하는 것이며, 깍지손은 먼저 어깨위에 걸머져 굳세게 줌을 이겨내야 하고, 이렇게 힘을 쓰면서 손등이 안을 향하도록 밀며 짜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윗고자가 기울며 발아래로 쏟아져 내리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며, 깍지손을 당기면서 손바닥이 밖을 향하도록 짜주다보면 어느 순간 시위가 끊어지듯이 발시하게 되고 그때 뒷손이 뒤로 쏟아지며 엉덩이를 치게 된다고 바로 이렇게 쏘는 방법이 제대로 몸과 활이 조화된 활쏘기라고 자랑할 수 있는 것일뿐인데, 이렇게 고자채기와 뒷손이 뿌려지는(대붕이 솟구쳐오르는 형상)동작이 나타나게 쏘아야만 정통 궁술이고, 그렇지 못하게 쏘는 활을 전통궁술이 아니다 라고 단정하는 것 또한 우리 사법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너무 깊이 파묻힌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서로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고 하며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보다는 서로 이렇게 쏘면 이러한 현상이 생기게 되고, 그 결과는 이러하다고 자연스레 활쏘기 방법을 알려주고 배울 수 있게 기회를 주어서 활을 배우는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활을 배울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 우리 활을 배우고 가르치는 선각자들의 모습이 아닐까요?
예부터 전해오는 말 중에 '옳고 바른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따라 배우게 되어있다'라는 말도 있는바, 서로 내가 옳으니 그르니 시새우기보다는 있는 그 모습 그대로 서로 최선을 다한 궁체와 사법을 선보여서 배우는 사람들에게 취사 선택하여 배울수 있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잘못된 것은 고치고 개선하면서 최고의 사법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활쏘기 지도방법이자 사법연구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우리 활터에서는 '좋은 궁체나 사법은 시간이 가면서 저절로 찾아지고 배우게 되는 것'이라는 옛 선배궁사들의 지론에 따라 특정한 궁체나 사법을 강조하지 않고, 다만 효율적으로 활을 다루는 방법만을 제시하고 토론과 실제를 통해 배우게 하고 있으며, 대회에도 자주 참가하며 견학과 대화를 통해 보다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효과적인 활쏘기를 익히도록 최대한의 학습기회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활을 잘 쏜다는 말을 듣는 사우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철전사법에 가깝게 활을 다루게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며, 이런 경우 구체적으로 몸과 활의 조화로운 운용법을 지도하면서 정사론에서 제기한 바른 활쏘기 방법으로 유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배우고 있는 철전사법이 우리 활쏘기의 근간이자 최고의 사법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사법이 우리나라 활쏘기의 중심이자 핵심이며 여기서 근거하여 유엽전 사법도 편전사법도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도 알고 있으며, 철전사법 하나만 제대로 공부하면 모든 활쏘기 방법을 다 배운것과 다름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배우는 철전사법만이 최고의 정통궁술이다 라는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서 우리와 다른 사법을 사용하는 이들을 무시하고 잘못하고 있다고 쏘아붙인다면 우리와 상반되거나 다소 다른 사법을 구사하는 궁사들에게는 적대감이 들게 만드는 이상한 사법의 추종자로 치부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우리 사법이 최고라 할지라도 나의 사법만을 강조하기보다 '우리 활은 이렇게 쏘는 것이다'라는 방식으로 그 효과와 가치를 스스로 알게 해주는 방법을 찾아내어 제시하는 것이 진정 최고의 궁술을 알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여 글을 써보았습니다.
물론 지금껏 철전사법연구회에서 타 단체에 대하여 특별히 지칭하여 잘못을 지적하고 있지 않는 태도에 대하여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오늘 이 글을 올린 것은 저 하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저와 의견이 다른 분들도 있으실 터이지만 다양한 의견속에 토론과 대화를 통해서 발전이란 것이 이뤄질수 있다고 믿고 있기에 부족한 소견을 올려본 것이니 편안한 시선으로 읽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우리 연구회와 철전사법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정성스런 글을 올려주셨네요.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한산님이나 제가 좀 직선적인 스타일이라 가끔 말이 단정적으로 나갈 때가 있습니다. 별거 아닌 거 가지고 목에 힘들 주거나,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우리를 무시하는 사람들에 대해 열이 받아서겠죠. 이제는 그런 것들도 웃으며 넘길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귀한 보화를 가지고 그걸 많은 이들에게 공짜로 나눠주고 싶더라도, 보화를 보화로 못알아보는 사람들에겐 굳이 나눠줄 필요가 없겠지요. 시간이 흘러 눈이 뜨일 때 주어야 보화가 보화로써 제대로 대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죠.
참고로 덧붙입니다. '눈이 뜨이는' 일이 왕창 생기려면,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아마도 대회 등수로 보여주는 게 젤 빠르겠지요(맞추기든 멀리쏘기든). 다음으론 잘 씌여진 논문이나 책, 아니면 잘 만들어진 영상물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