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디오니소스를 찬미하는 시간이다.
언제나 처럼 시작은 차분하다.
종성이 까지도.
정신이 육체를 잡아 먹기 전에 서둘러 독토를 시작한다.
술의 신이 돕기 때문인지 말 못하는 사람이 없다.
자신의 내면세계가 타인과 공유되는 것을 두려워 하는 '자폐증'적인 사람이 없어 다행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여기 모인 남자들은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 할 자격이 별로 없는 사람들이다.'
아직 미혼인 운서만 빼고.
오늘의 자리를 준비하며 가장 수고해 주신 내외분에게 '뽀뽀해'의 주문을 계속해 외친다.
주술의 힘에 굴복한 내외분이 신나서 뽀뽀한다.
옆에 서 있는 이영준 소장의 저 눈빛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정이 깊어 가는 밤, 술에 취하고 모닥불 불빛에 취한다.
모닥불 속의 감자도, 내마음의 정취도 무르익어 간다.
석쇠가 싫증날 즈음 나무 가지를 꺾어 삼겹살을 끼워 굽는다.
관촌면옥을 운영하는 한태선님이 내 꼬치구이에 유난히 관심이 많으시다.
무지무지 재미있으신 모양이다.
짐작컨대 모닥불구이 전문점 하나 내실 것 같다.
이참에 관촌면옥을 인수해야 겠다.
옆으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 보다도 이영준 소장이 마시는 포천막걸리의 목넘어 가는 소리가 크다.
난체님은 무엇을 믿고 남편을 방목하는지 의문이다.
얼굴이 발그레해진 영준양이 영국프리미어리그에서 오신 형님께 사뿐히 기댄다.
술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하는 신기한 힘이 있다.
한태선님은 밤새 모닥불에 삼겹살을 굽는다.
술은 드디어 우리 모두를 광란의 장으로 안내한다.
복불복(福不福) 게임이 펼쳐진다.
한 주먹의 나무젓가락을 뽑아 가장 짧은 것을 뽑은 사람이 계곡물에 입수 하기로 한다.
오늘의 독서토론 책이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었음을 벌써 잊어 버린 것이다.
이 철없는 인간들아.
나야 철 들었지만 특별히 동참해 준다.
나이도 직업도 지적능력도 필요없다.
오직 짧은 놈이 입수하는 거다.
종성이가 가장 짧다.
계곡물은 무지 차갑고 계곡의 온도는 긴팔옷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1박 2일 보다도 재미있는 입수가 시작된다.
이렇게 우리의 밤은 깊어 가고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든다.
여성 상전시대에 걸맞게 남자는 1층에 여자는 2층이 배정된다.
베게를 베고 이불을 덮으며 오늘에 안녕을 고하려 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밤새 이영준 소장의 완벽한 대중연설을 들어야 했다.
중간 중간 노래 5곡을 포함해서....
정말 이영준 소장은 완벽했다.
푹 자면서도 이 밤이 새도록 완벽한 대중연설을 하는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밖에 내다 놓고 싶은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이다.
직업은 못 속인다고 소방서 강계장이 우산을 쓰고서 호스로 벽면에 물을 뿌려대기 시작한다.
이 시대 남자들의 요상한 심리는 벗겨도 벗겨도 알 수 없는 양파다.
물론 자신만의 이유가 있어서 하는 행동일 것이다.
저것이 어제 공부한 '조작적 정의'와 필시 관련이 있으렸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아이덴티티'????
어제밤에 이영준소장의 대중연설이 듣기 싫어 차에서 혼자 자더니,
고립된 삶의 방식으로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상태가 좋든 좋지 않든 동등하게 식당에 모여서 아침을 먹는다.
포천막걸리가 맛난 반찬이다.
식후에 빗속에서 즐기는 커피도 행복이 가득한 축제다.
화살처럼 날아가는 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한 '마디만들기' 축제다.
설거지와 주변정리를 마치고 포천 노종섭님의 집을 향해 출발한다.
오랫만에 남이 운전하는 차에 탄 강계장이 굽이굽이 고갯길을 견디지 못하고 멀미에 시달린다.
해병대 시절 상륙돌격장갑차를 타 보았을까 의심이 든다.
포천 노종섭님의 집에 도착하자 송미영선생님은 잔디밭을 거닐고
강계장은 뜰앞의 정자에서 바닥을 붙잡고 하소연하고 있다.
올해 정자문화권 탐방을 많이 하더니 정자의 새로운 용도를 개발한 것 같다.
집안에 들어서니 현관 옆에 걸려 있는 죽도와 목검을 가지고
개구장이 종성이가 장난을 친다.
종성이 부인께 권해야 겠다.
집에 세트로 걸어 놓고
종성이가 술을 조금 마시고 오면 죽도로 때리고
만취가 되서 들어 오면 목검으로 때리고
술주사가 있을 시에는 진검승부를 ......
이층 서재에 올라가보니 책장에 마시지도 못할 책만 가득하다.
이층에서 아랫층을 내려다보니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상하다. 인심좋은 주인장이 저럴리가 없는데.....
이층을 둘러 보고 내려오니 역시나!
술상이 차려지고.
'좋을씨고'다.
한태선님 아드님이 노종섭님 댁에서 200m거리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어
면회 신청을 하고 함께 자리하니 더더욱 좋을씨고다.
자리를 옮겨 포천독서모임 회원이 운영하는 '이동매바위갈비'에서 고기를 굽는다.
고기 냄새만 맡는데 왜 이리 취하는 모르겠다.
식당 주인께서 책 한권씩을 선물로 주시니 더욱 취한다.
올 8월에 대천해수욕장에서 뵙기로 약속한다.
종성이가 이래도 집에서 진검승부가 없는 것이 미스테리다.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졸려서 설명은 다음에 계속하겠습니다.
첫댓글 종섭이형, 제일이누나, 현석이, 시현이, 시진이랑 만나던 그 날을 추억합니다, 고마워요!
종성이 동생! 언제나 함께 자리하면 유쾌해 지는 멋쟁이. 아뭏든 반가웠고 조만간에 또 만나길 바라네.
종섭이형, 제일 누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책읽는 사람들 사랑합니다./
흥수님! 다음에는 곤충얘기 밤새도록 한번 들어 봅시다. 정말 반가웠구요.
모든 준비를 해주시고 편안하게 맞이해주신 종섭님, 제일님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음식도 맛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함께 가지 못해 미안하다며 찬조금을 주셨던 원진호, 김용무님도 고맙습니다.
두분 덕택에 우럭 잘 먹었습니다.
촌장님! 칭찬만 해주시니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인생은 아름다운 추억의 연속이라는 정체모를 명언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올 여름 즐거운 추억 하나 만들었다니 저희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즐거워보여 배가 아픈 저의 문화심리학은 어떤것일까요?
나도 갔으면 하는 후회겠죠?
장정일은 소설을 통해, 류시화는 감각적인 시어로 그들 나름의 구월의 이틀을 노래했지요.
난 지금 구월의 이틀을 봅니다.
스치 듯 지나가는 우리 인생의 무수한 구월의 이틀을 말이죠.
만남이 있어 한잔의 술잔을 기우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근데 물에 들어가신분 유하게 말해서 그거 자살행위인 것은 아시죠. 옆에 계신분들은 자살 방조에 해당합니다.
자연속에 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정말 행복했습니다.
준비하고, 환영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19구조대원이 두명이나 붙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