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계 이야기＞ 빛바랜 그리움1,2,3,4,5,6

[翠 薟 정연휘]

빛바랜 그리움,칙칙폭폭 스위백철로, 2012년 6월 폐선된 영동선 도계-통리구간 흥전역 <사진출처:철도청>

도계 이야기｜머릿글

빛바랜 그리움,그리고 빛나는

글·사진｜정연휘 시인

삼척에서 출발하여 도계읍에 들어서면 시내풍경은 예전 탄광촌의 모습은 흔적이 없다. 길은 새로 나고, 고층 아파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탄광촌이 어럽다 어럽다는 고통은 겉보기에는 모른다. 안으로 헤집어 봐야 광산촌의 어제와 오늘이 보인다. 한때 4만여 명이 북적거렸던 도계탄광촌의 저탄장과 갱, 그리고 '까막동네'는 어디에 있을까?

도계역에서 옛 도로를 따라 가다가 건널목 영동선 철길을 가로질러 가면 언덕 위에는 아직 옛모습이 남아있는 집들이 있다. 두 사람이 지나치면 어깨가 맞닿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 그 끝에 석공 도계광업소 도계갱이 거기 있다. 10년 전만해도 3천 명이나 되던 광부는 이제 800여 명으로 줄었는데, 그것마저 구조조정에 듶판이니 탄광도시 도계는 지구 온난화와 지난 여름 110년만의 긴 열대야에서 그리고 정부정책이 온실까스 줄이기에서 도계탄광촌은 생존,살아남을 수 있을까?

도계는 밖았보다는 안쪽을 봐야한다. 근대의 낡은 풍경-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오롯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도계를 에워싼 풍경의 8할은 철도와 석탄의 몫이다. 석탄, 지하자원이 묻혀 있었고, 철도는 이를 캐내기 위해 놓였다. 석공은 1950년 설립됐지만, 도계광업소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부터 석탄을 생산했다.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시행되기 직전인 1987년도 도계의 탄광 수는 최대 13개에 달했다. 도계의 최대 호황기는 1970~80년대다. 도계탄광 개발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계읍 주민등록 인구는 1979년 4만4천534명까지 늘어 복작이었다.

그 호황시절 도계주민은 저탄장 주변을 '까막동네'라고 불렀다. 새까만 석탄가루로 뒤덮인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석탄 분진으로 흰 빨래는 밖에 널어 말릴 수 없을 정도였고, 길거리에서 뛰어놀던 어린아이가 진폐증에 걸린 예도 있다>『탄광촌 사람들의 삶과 문화』삼척시립박물관, 2005년 발행에 기록된 그런 도계였다.

도계에서 철도와 석탄 두 산업은 조국근대화의 용광로였는데 지금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면서 도계의 살림살이는 궁핍해졌고, 풍경은 낙후돼 갔다.우리나라가 세계 10대 선진국에 들기까지는 삼척 도계의 석탄 에너지가 초석이였고, 광부들이 진폐증에 걸리면서 가정과 국가의 보류, 산업전사였지만 지금은 시대에 따라 밀리는 형국이 아니라 외면 당하고 있다.

하지만 도계는 죽을 수 없다. 새롭게 변신하고 또 변신을 꿈 꾼다. 정부도 산업전사로 부추겨 기간산업의 에너지 석탄을 캐던 광부들에 의해 나라가 현대화 했다. 그 현대화의 기층 광부들은 진폐환자로 맘대로 숨 제대로 못 쉬면서 하늘 나라로 갔다. 그래서 정부는 삼척 도계를 버리면 안된다. 정부의 탄광지역 개발사업비로 '블랙밸리골프장', 삼척시가 도계를 살리기 위해,강원랜드의 '추추파크 리조트', '강원대 도계캠퍼스', '도계유리나라와 피노키오나라' 등이 폐광도시의 중흥을 도모하지만,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심드렁하다.  그리고 산업전사로,진폐환자로 떠나간 원혼의 안녕과 살아남은 도계사람들의 안녕 행복을 위해 정부는 특단의 조치로 꺼저가는 도계의 생명을 살려야한다. 그래서「빛바랜 그리움,그리고 빛나는」여기저기 도계를 찾아다녔다. 희망의 끈을 잡고, 도계 이야기를ㅡ

<도계 이야기>

빛바랜 그리움1,2,3,4,5,6  

1) 칙칙폭폭 스위치백 철로 그리고 강삭철도

2)도계역 급수탑

3)도계 탄광사택

4)신리 소황골 화전민 가옥

5)도계 대덕산 등산로

6)흥전리사지

▲흥전역 지그재그 스위치백 철로 <사진출처:철도청>

▲ 1936년에 만들어진 심포리역과 통리역의 강삭[incline]철도, 윗쪽이 통리방향이다. <사진출처:철도청>

빛바랜 그리움1

칙칙폭폭 스위치백 철로 그리고 강삭鋼索철도

세상이 발전할수록 그리운 옛것은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나갔다. 금테 두른 모자를 쓰고 멋지게 열차와 인사를 나누던 역장님,득시글대던 학생들과 바다고기 장수들을 태우고 도계~도경~북평을 다니던 완행열차도 이제는 만나볼 수 없다.

처음 도계~통리구간이 개통되었을 때는 강삭[鋼索]철도였다. 신포리역-통리역까지 약 1.1km의 급경사지대에  화차만 끌어올리고 내리며, 승객들은 걸어서 오르내렸던 강삭철도[인크라인:산악철도]였다. 통리 쪽과 도계 쪽의 고저차가 약 378m[요즘 아파트 100층 높이] 때문이다. 강삭철도는 경사가 가파른 비탈에서 레일을 깔고 강삭[鋼索:강철철사를 여러 겹으로 합쳐 꼬아 만든 줄]으로 차량을 끌어서 운행하는 철도, 산악열차이다. 

기차는 통리역과 신포리역 사이에 가파른 통리재가 가로놓여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승객들은 기차에서 내려 짐을 이고 들고 걸어서 비탈길을 1km이상 통리재를 오르내렸다. 당시 승객들의 짐을 운반해 주는 짐꾼들이 200여명에 달했다. 지게꾼은 고기상자, 화물 등을 지게에 지고 날랐는데, 삯은 500환 정도를 받았다. 겨울에는 새끼줄 장수들이 많았다. 강삭철로 주변의 오르내리는 길이 빙판길이여서 신발에 새끼줄을 비끄러 매지 않고는 미끄러워 오르내릴수가 없었다. 

그러던 것이 1963년에 Z자 지그재그 돌아 올라가는 방법으로 흥전역과 나한정역 사이에 스위치백이 생겨 영동선이 완전 개통되면서, 한도 많고 사연도 많던 신포리~통리간의 강삭철도는 역사 속에 뭍혔다. 그 대신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계 나한정역과 흥전역 사이에 지그재그 스위치백 선로가 생겼다. 험준한 태백의 산악을 통과하는 영동선 철도 노선에서 산맥을 지나갈 때에 고도 차이가 많아 경사지역을 단숨에 올라갈 수 없어 기차가 앞으로 전진하다가 다시 후진하여 고도를 낮추고, 다시 앞으로 나가는 지그재그 선로가 스위치백 선로이다.

열차가 앞으로 가다가 뒤로 가다가 하니 승객들은 신기해했다. 그렇게 51년 동안 도계~통리 구간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스위치백[Switchback] 구간이 2012년 6월 폐선되었다. 국내에서 가장 긴 16.24km에 달하는 솔안터널[루프식 나선형 터널,사업비 5,368억원,1999년부터 13년 공사]로 연결하여 2012년 6월 27일 개통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계~통리구간 백두대간 통리협곡을 힘겹게 오르내리던 열차는 강삭철도→스위치백 선로→ 솔안터널로 변신을 거듭했다. 솔안터널 개통으로 동백산~도계간 운행거리는 2km가 단축되고, 운행시간도 25분 줄어들고, 선로 용량도 4회에서 최대 35회로 늘어 여객 및 물류수송이 늘어났다. 도계는 통리역-심포리까지 약 1.1km의 강삭鋼索철도와 나한정역과 흥전역 사이에 스위치백 선로는 한국 유일의 '야외철도박물관'이 될 수 있는 귀중한 철도역사가 거기 있다. 

▲도계역구내 급수탑[원경] @정연휘 2018

▲도계역 급수탑[근경] @정연휘 2018

빛바랜 그리움2

도계역 급수탑

유구무언[有口無言] -말 없이 석탄가루를 뒤집어 써서 까매진 전신으로 서 있는 도계역 급수탑[道溪驛 給水塔]은 도계탄광역사 80년의 애환을 고스란이 품고 있다. 산업철도 영동선과 도계 석탄산업은 공존했는데,대한민국이 잘 살아보겠다던 보릿고개 시대와 세계 10대 부강국 시대로 올라서면서 석탄산업은 대체에너지로 사양,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아쉬운 역사를 붙잡고 있는 것이 도계역 급수탑이다. 

한국철도 근대문화유산 46호로 예전 증기기관차가 운행될 때 증기기관을 식히기 위한 물을 공급하던 거대한 급수탑이다. 삼척시 도계읍 전두리 도계역에서 급수탑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2003년 1월 28일 대한민국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940년에 건립된 강원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급수탑으로서 당시의 전형적인 급수탑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급수탑은 크게 2부분으로 나뉜다. 물탱크를 받치고 있는 하부는 급배수를 위한 기계실로 바닥은 원형이고, 내부의 천정은 돔형식으로 되어 있다. 물탱크 시설인 상부는 지붕이 돔형식으로 4개의 반원형 도머창문[dormer window]을  4방향으로 설치하여 환기구로 이용하고 있다.

높이 8m, 용량 26t, 바닥면적 16㎡, 하부둘레 14.2m로, 이 급수탑의 특성은 높이가 다른 급수탑에 비하여 상당히 낮은데 이는 철로면의 높이보다 급수탑 바닥면을 다른 곳보다 높은 곳에 설치하여 적정수압을 얻어내고 있는 것으로 지형을 고려하여 급수탑의 높이를 조절한 독특한 예이다. 급수탱크 부분에 바로 출입문이 있는 벽으로 이어지고, 보존 상태는 더러 균열과 부식된 부분이 있어 양호한 편은 아니다. 급수탑 뒤에는 다닥다닥 붙은 집들 탄광마을이 있다.

▲2018년 석공 도계광업소 사택

▲1980년 석공 도계광업소 사택

빛바랜 그리움3

도계 탄광사택

‘까막동네’는 도계역 건너편의 탄광마을을 일컫는 말이다. 도계광업소와 바로 맞붙은 까닭에 동네 전체가 거뭇거뭇해졌다 해서 붙은 별명이다. 탄가루 달라붙은 담벼락은 거무튀튀해도, 이리저리 휘고 굽은 골목길은 그야말로 ‘골목의 원형’을 보는 듯하다. 동네 초입엔 일제강점기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시설인 도계역 급수탑이 서 있다.

외곽의 양지사택은 가장 낡은 모습을 하고 있다. 4가구가 하나의 건물에서 생활하는 형태다. 대부분의 집이 폐가이다. 양지사택 아래 긴잎느티나무는 수령이 1000년을 넘는 천연기념물이다. 도계의 풍경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탄광이 있어 묘한 분위기가 있다. 한때는 동네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도계. 지금은 사람없는 광산 사택들이 마을에 남아있고, 진폐증에 걸려 할아버지들은 대부분 돌아가시고, 띄엄띄엄 사택 곳곳에 할머니들만이 쓸쓸히 살아가고 있다. 읍내 상가 간판도 정비 하고 학교들도 예쁘게 단장 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아직도 폐광촌도 탄광촌도 아닌 조금은 어정쩡한 모습의 풍경을 가지고 있다.

삼척 도계는 현재 국내 최대의 무연탄 생산지이다. 일제강점기1930년대부터 지어진 탄광사택은 오늘날까지 광부들의 주거공간으로 집단적으로 잘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지어진 탄광사택은 일본인 관리자 사택과 한국인 광부 사택으로 구분되는데 일본인 관리자 사택은 도계에서 가장 터가 넓고 주거여건이 좋은 도화산 아래 계급에 따라 규모를 달리하여 건립했고, 한국인 광부사택은 탄가루가 날리는 갱 근처의 경사지에 군대의 병영막사 같이 조성하였다.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가장 위쪽으로 일제시대 당시 소장과 부소장이 쓰던 단독형 관사가 있었고, 그 바로 옆에 분수대를 갖춘 손님맞이 공간으로서 객실이 위치했다. 그 밑으로 2칸 사택이 조성되고, 그 아래 4칸 사택과 6칸 사택이 조성되었는데, 이들 집엔 목욕탕과 화장실을 갖추고 텃밭까지 있었다.

공동우물과 공동화장실을 쓰던 한국인 광부사택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1970년대에도 석유파동으로 많은 사택들이 지어졌다. 5집이 한 몸으로 구성된 사택이었다. 유신사택, 협동사택, 장미사택, 평화사택, 자립사택 등이 그것이다.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시대적 건축 특징을 잘 보여주고, 우리나라 탄광촌 집단주거가 마을 단위로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도계역의 급수탑과 같이 등록문화재로 그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학계 전문가의 견해로 봐 도계탄광촌사택은 얼마나 값진 보물인가. 도계 탄광촌사택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탄광주거 문화유산이다.도계만의 독특한 문화유산이기에 더 값진 보물이라고 본다.

▲전형적인 화전민의 가옥 너와집인데, 지붕만 양철로 개량을 했다.가옥은 화전민 농경사회의 농기구 박물관

이다.지게,보구래,멍석, 굴피꿀뚝.

▲ 화전민의 농기구｜가옥의 처마 아래는 화전민의 농기구 박물관이다.지게,보구래,멍석, 굴피꿀뚝...

빛바랜 그리움4

화전민 가옥,신리 소황골

너와집은 화전민이 첩첩산중 해발 500m 이상 심산유곡의 자연환경에 맞춰 산속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송판으로 엉기성기 엮은 사람이 살만한 집이다. 신리 육백산 골짜기 소황골에 천영숙(77) 할아버지의 너와집이 있다. 그 집은 눈이 많고, 짐승이 많아 넓은 부억을 중심으로 거실 마루에서 작은방 큰방으로 문이 나고, 부억에는 소마구와 그 천장 위에는 가축사료 창고가 있는 보온과 안전이 주측인 합리적 구조의 집이다. 

더계 신리 너와마을에 있는 너와집은 규모나 원형 보존면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모두 중요 민속문화재 제33호로 지정돼 있다. 천영숙(77) 할아버지의 집은 중요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오지중의 오지에로 찾아 나섯다. 5년 전 10월 초에 찾은 일행이 있어, 없는 듯 있는 듯 이어지다 없어지는 길을 안내 받으며 트레킹은 순조로웠다,

소황골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마치 선계[仙界]로 "여기가 천국 아닌가요?" 일행 한 분이 설레이는 목소리 감탄을 한다. 제법 많은 수량의 계곡물이 하얗게 재잘거리고,철을 잊은 듯 자주색 투구꽃, 샛노랑 산국,자주색의 꽃향유,감기와 중풍에 좋은 산기름나물꽃이 단풍 아래, 또는 개울가에서 웃어준다. 개울물소리와 계곡에 내리는 햇살, 울긋불긋 고운 단풍, 신선한 흙내음, 신선한 공기가 좋다.

50여 분쯤 올랐을까, 등로의 키큰 나무에는 산다래 열매가 주렁주렁 많이도 매달려 있다. 깊은 산속 산다래 따서 먹으니 향기는 진했고 맛은 달콤했다. 원시림이 주는 아름다운 경관에 푹 빠지며 산을 오른다.천 할아버지의 집은 해발 약 850m에 위치해 있다.계곡을 여러번 건너는 곳에는 천 할아버지가 통나무를 엮어 길을 만들어놓았다. 야생화 촬영,산다래랑,개다래랑 따면서 쉬엄쉬엄 걷다보니 70분쯤 더 가서 계곡 너머 숲 속 양지쪽이 아닌 음지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천 할아버지의 집이 보였다. 소황골의 집은 마을에서 2시간쯤 산으로 올라야 한다.

천 할아버지 집 올라가는 개울가 길 중앙에 백년은 족히 넘었을 돌배나무 아래에서 한참 쉬다가 150여m 더 올라서 할아버지 집에 도착했다. 지붕은 양철지붕으로 개량하고 서쪽 지붕은 너와로 덥혀있는 화전시대와 현대시대가 혼용하는 화전민의 너와집 구조였다. 이 집에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즉 고조할어버지 때부터 백 수십 년째 살고 있다는 부억에는 올해 오늘인 10월의 달력이 걸려 있고, 부뚜막 솥과 솥 사이 치성수 물그릇이 정갈하게 놓여있다.

150년을 견딘 가옥은 변화 없이 건재했다. 천 할아버지는 자식들 교육을 위해 40여 년 전 하산해서 마을에 정착하지만 원래 살던 곳에서 농사를 지었는데,이제는 약초만 가꿔왔다. 그 분은 6대째 살고 있다. 천 할아버지 집 주변엔 황기, 당귀, 등 약초가 자연 그대로 자라고 있다.천 할아버지는 "호랑이가 많이 나와 문턱도 높게 했지. 호랑이가 문을 열지 못하게...옛날엔 이 동네 호랑이가 많이 살았지. 나의 할아버지는 자다가 호랑이 소리를 듣곤 했었다고 들었어. 애초엔 이 골짜기에도 30여 가구나 살았어. 지금은 자식들 교육 때문에 다 내려가고 나뿐이지만....”

집 주변을 쭉 둘러봤다. 온길의 확 트인 앞쪽과 달리 뒤안은 대추나무에 대추가 주렁주렁 열였다.뒤와 옆은 육백산이다. 단풍 절정기여서 묵밭엔 당귀‧황기 약초와 산나물 씨방들이 즐비했다. 부억문을 열고 집구조를 살펴 보니 전형적인 화전민의 주거 공간 가축 소와 사람이 한 지붕아래 사는 너와집 구조 그대로이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간지역의 화전민 주택 너와집, 그런 화전민이 살던 너와집이 원덕읍 산양리 깊은 골짝과 오늘의 소황골 그 가옥이 쬐금은 지붕과 벽이 변형 됐지만 한국의 산간 주거공간인 화전민의 너와집이 보존책 없이 곧 사라질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삭도쉼터에서 삼척숲속여행

▲대덕산에서 도계읍내 풍경.

▲대덕산에서 도계읍내 풍경, 산에 폐탄더미 너머 불랙밸리CC가 보인다.

빛바랜 그리움5

도계 대덕산 등산로에는 삭도가 있다.

도계 대덕산 산행은 흥전리 매바위골 입새→삭도쉼터→철계단 전망대→정상→시민휴식공원으로 하산하는 종주 코스이다. 등산로는 그리 높지도 않은 700m이고 그리 멀지도 않은 4.4Km로 3시간이 소요된다. 등로에 어려운 코스엔 철계단으로 오르기 쉽게 구조물을 만들어 놓아 누구나 쉽게 등산을 할 수 있다. 정상까지 계속 오름길이고 정상부터는 계속 내림길이다. 그렇다고 산을 만만히 보아선 안된다. 등로에 가끔 만나는 <위험!절벽추락> 표지가 그것이다. 이 산은 침엽수 소나무와 갈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상생하며 이루어낸 능선길은 힐링숲으로 광산도시 도계의 서쪽을 감싸고 있어, 도계 사람들이 자주 오르내리는 안산으로 육백산을 마주보고 있다.

도계 대덕산 산행의 이색적인 점은 다른 산행에서 보지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옛 그리움이 있다. 흥정리 산행 들머리에서 20여분 오르막을 300m 정도 오르면 낮선 물체를 만나는 쉼터에 도착한다. 그것이 무엇이냐 알았을 때 가슴이 쏴아~하게 바람소리 같은 것이 파고 든다. 그것은 석공 흥전광업소에서 운행하던 삭도[sky lene system]잔해이다. 광산도시의 유산인 고산지대 운탄용 삭도는 예전 길이 여의치 않을 때 케이블카처럼 공중으로 석탄을 운반하던 시설이다. 주삭[wire]과 캐리지[carriage]는 떠나버린채 주기둥[post]만이 뻘겋게 녹슬어 남아있어,그 녹씀이 광산도시의  역사이고 애환이다. 왠지 오늘날의 광산도시를 보는 것 같아 빛바랜 그리움이 밀려온다. 녹 쓴 삭도에서 작은 산골에 인구 5만의 흥청흥청 거리던 광도鑛都를, 술집을, 산업역군이라 추겨세우던 광부를, 조국근대화의 에너지원이던 광산을, 그리고 석탄산업합리화로 갱은 줄어 들고, 광부는 떠나가고, 남은 사람들의 애환이 삭도의 잔해 거기서 읽힌다.

대덕산은 도계 주민들의 사라랑을 받고 있는 산행 코스이다. 등산로 이동선상에 있는 오밀조밀한 바위능선, 능선을 넘겨주는 군데군데의 철계단을 타고 넘는 재미는 얕은 산인데 고산준령을 등산하는 듯한 매력이 있다. 대덕산은 활엽수림이 80%,침엽수림이 20% 울창한 숲길이여서 참 좋다. 산행을 하면서 시내의 집들과 시내를 에워싼 산중턱 폐탄더미의 줄비함을 굽어보는 조망은 얼핏 일품이지만..., 거기 묻어 있는 도계광산도시의 어려움을 지나가던 한웅꿈의 바람이 귀에 대고 일러준다. "힘내! 도계야, 힘, 힘을 내!" 라고-.

▲흥전리사지 발굴 전 현장

▲흥전리사지 발굴현장,금당지 익사翼舍형태의 부속 건물 <사진제공,불교문화재연구소>

빛바랜 그리움6

흥전리사지興田里寺址

절터-흥전리사지가 도계에서 피재[삼수령]로 가는 길목 중간에 자리잡은 요지에 있다. 대규모로 드러난 절터나 유적으로 보아서 통일신라시대의 격조 높은 사찰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도계읍 흥전리에서 서쪽 매바위골로 들어가 도계광업소 흥전갱에서 1km 산을 향해 올라가면 산중턱의 평탄면에 위치하고 있다.

삼척향토지『척주지陟州誌』에 의하면 <돈각사[頓覺寺]는 느릅재[유현楡峴]에서 북쪽으로 심유한  골짜기 10리를 가면 있다 [돈각사자유현북입학십리頓覺寺自楡峴北入壑十里]>는 기록이 남아있고,『대동여지도』에는 유현이 도계道溪와 태백太白의 중간에 표시되어 있고, 주민들이 현재도 이 고개를 유현[느릅재]로 부르고 있는 점으로 볼 때 이 사지는 '돈각사'이였었다가 폐사된 후 '한산사[寒山寺]'가 다시 중창되었던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2014년부터 ‘중요 폐사지 발굴조사 사업’의 하나로 삼척시와 불교문화재연구소와 함께 ‘삼척 흥전리사지三陟興田里寺址‘ 발굴조사를 시행 중이다. 통일신라 시대 승단 조직에서 사용한 청동 승관인[僧官印] 인장 2과가 출토되었으며, 12점의 대호[大壺,항아리]를 묻었던 장고[醬庫,장‧독 보관시설]가 확인되었다. 인장은 통일신라 시대 승단에서 사용한 승관인이고, 강원도에서는 처음으로 장고터가 확인 됐는데 정면 3칸, 측면 2칸의 건물지 내부에 대호 12점을 정연하게 묻어 사찰음식 재료를 보관한 선종사찰 고원[庫院]였음이 밝혀졌다.

흥전리사지는 통일신라 시대 영동지역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형 산지가람[전각 중심의 배치]이다. 그간 발굴된 유물은 '당조장대장경이지함[唐朝將大藏經而至咸]~'이 새겨진 비조각, 귀면와[鬼面瓦],가릉빈가상 수막새 등 통일신라 시대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이 유물들은 매우 완성도가 높아 신라왕경[경주 지역]에서 장인을 파견해 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문화재청은 분석했다.

그간 금당지[金堂址], 탑지[塔址] 등 주요 가람시설이 확인되었고, 특히 신라 시대에 왕이 임명하는 승단의 최고 통솔자인 ‘국통[國統]’이 새겨진 비조각[碑片]을 비롯하여 청동정병[靑銅淨甁], 금동번[金銅幡,깃발] 등 중요 유물이 출토되어 위세 높은 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문화재청은 언급했다.

삼척시는 흥전리사지의 실체와 역사적 가치를 규명하여 체계적인 보존‧관리‧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차 발굴조사 성과를 집성한 학술대회를 통해 도출된 조사 성과와 의의, 정비 방안 등을 담아 사적 지정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흥전리사지 청동정병[靑銅淨甁] 발굴현장 전경 <사진제공,불교문화재연구소>

▲흥전리사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된'국통國統’ 글자가 새겨진 비석 조각 <사진제공, 불교문화재연구소>

▲흥전리사지 발굴조사에서 발굴후 방치된 기와 파편과 모서리 기와 <사진 정연휘 시인>

▲흥전리사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귀면와[鬼面瓦]<사진제공=문화재청>

▲흥전리사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가릉빈가상 수막새 <사진제공=문화재청>

▲흥전리사지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청동인장 <사진제공=문화재청>